선거제도 개혁 위해 김관영 2차 결단
바른정당계와 한국당 반발
미리 권은희 사보임 계획해뒀나?
김관영의 의도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정말 나쁜 놈들이야. 정말 나쁜 놈들”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25일 18시20분 국회 본관 운영위원회 위원장실 앞에서 권은희 바른미래당 의원에 대한 사보임(사임과 보임) 소식을 듣고 격한 반응을 보였다. 

권성동 한국당 의원은 “(저들이 감성적이고 비합리적인데) 이성적으로 분석적으로 접근하면 안 돼”라며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를 비난했다.

권 의원은 사법개혁특별위원회 위원이었다. 김 원내대표는 권 의원과 논의 끝에 공수처법(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여야 합의안을 패스트트랙으로 지정하는 것에 반대의 뜻을 굽히지 않자 사보임을 단행했다.

유승민 의원은 패스트트랙을 반대하고 있고 연이은 사보임에 대해 강력 규탄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유승민 의원은 패스트트랙을 반대하고 있고 연이은 사보임에 대해 강력 규탄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운영위원장실 앞에서 대기 중이던 바른미래당 바른정당계 의원들 5인(유의동·지상욱·유승민·오신환·이혜훈)도 강하게 반발했다. 

유승민 의원은 긴급 브리핑을 통해 “방금 권 의원과 통화했다. 본인이 원하지 않는 강제 사보임인 걸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권 의원은 끝까지 공수처법에 대해 본인의 주장을 계속했고 그게 합의되지 않으면 통과시킬 수 없다는 주장을 계속 했는데 (김 원내대표가) 17시50분쯤 돼서 그때까지 합의된 내용으로만 법안을 통과시켜야 한다고 했고 권 의원은 그렇게 할 수 없다면서 장소를 떠났고 그 직후 김 원내대표가 오신환 의원에 이어서 또 다시 불법적으로 본인이 원하지 않는 사보임을 했다”고 말했다. 

앞서 김 원내대표는 이날 아침 또 다른 사개특위 위원이었던 오 의원에 대해 사보임 문서를 팩스로 접수시켰고 채이배 의원으로 교체했다.

유 의원은 “국회법을 두 번 위반한 거고 그걸 받아들인 문희상 국회의장도 마찬가지다. 권 의원께서 평소 소신이 굉장히 강한 정치인이고 공수처법에 대해 여러 가지 오랫동안 사개특위 위원을 해오면서 소신을 지켜왔는데 김 원내대표가 권 의원에 대해 말을 안 듣는다고 믿지 않고 있었기 때문에 어제부터 사보임을 하기 위해 준비를 해왔던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김 원내대표는 25일 방송된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권 의원이) 여러 번 패스트트랙에 찬성한다는 입장을 얘기했고 어제도 새벽까지 공수처 법안 성안을 같이 했다. 본인이 공수처 법안에 대해 국민 대다수의 찬성이 높기 때문에 찬성하겠다는 말씀을 수 차례 했다”면서 “사보임은 최후의 수단이다. 기본적으로 의원의 의사를 최대한 존중하는 것이 당연히 원내대표로서 해야 될 일이고 그렇게 가는 것”이라고 밝혀 막판까지 설득했지만 실패했기 때문에 불가피하게 단행할 수밖에 없었던 입장인 것으로 보인다.

유 의원은 운영위원장실 주변에 임재훈 의원이 서성이고 있는 것을 봤다면서 “혹시 권 의원을 사보임시키려고 바로 임 의원을 대기시켜놓은 게 아니냐고 의아하게 생각했는데 그게 바로 현실이 됐다”고 밝혔다. 

임 의원이 권 의원 대신 사개특위 위원을 맡게 된 것이다.

유 의원은 “국회법을 이렇게 계속 무시하고 거짓말을 일삼고 이런 식으로 의회 민주주의와 정당 민주주의를 파괴하고 그에 동조하는 채 의원과 임 의원 모두 정말 정치할 자격이 없는 사람이다. 정말 끝까지 저들이 저지른 불법에 대해 몸으로 막겠다”고 공언했다.

오 의원은 “저런 추악하고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일을 김 원내대표가 저지르고 말았다. 김 원내대표 만의 국회가 아니다. 어떻게 이런 중차대한 일을 본인의 머릿속 이미 계획한대로 불법적으로 저런 만행을 저지를 수 있는지 온국민이 직시하고 심판해야 한다”며 “김 원내대표가 우리 대한민국을 조롱하고 농락하고 있는 지금의 상황을 온국민이 분노해야 하고 이런 절차적 정당성도 없고 합법적이지 않은 행태에 대해 반드시 싸워서 심판하겠다”며 결의를 다졌다.

하지만 김 원내대표의 사보임 결정은 불법적이라고 보기 어렵다. 

국회법 48조 6항에 임시회 동안 사보임이 불가능한 것처럼 돼 있지만 20대 국회 후반기 임시회 동안 한국당과 더불어민주당은 각각 100여차례 사보임을 단행했다. 6항의 취지는 상임위원이나 특위위원에 대한 임기를 최소한 30일 이상 보장하기 위함이라는 게 일반적인 해석이고 실제 의장은 원내대표의 요청이 있으면 거의 대부분 그대로 허가를 내줬던 것이 관행이었다. 사보임 문서 제출 역시 인편으로 하는 게 관행이지만 규정에 따라 팩스로도 가능하다는 것이 국회 의사과의 판단이다.

바른정당계 의원들이 긴급 브리핑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유의동 의원, 지상욱 의원, 유승민 의원, 이혜훈 의원의 모습. (사진=박효영 기자)

물론 그런 김 원내대표의 결정이 정치적으로 정당한지에 대한 판단은 각자 달리 할 수 있다.

유의동 의원은 “권 의원은 바른미래당의 정책위의장이다. 오 의원은 사무총장이다. 나는 원내수석부대표다. 이 세 사람이 동의하지 못 하는 중차대한 문제에 대해 무엇을 위해 무리하게 추진하는지 국민 여러분들께서 인식하고 판단해주리라 믿는다”고 밝혔다. 

바른정당계 의원들은 동조하는 몇몇 국민의당계 의원들과 함께 이날 밤 긴급 의원총회를 열어 김 원내대표와 손학규 대표에 대한 사퇴를 결의하고 대응책을 모색할 예정이다.

그럼에도 김 원내대표는 “우리 당이 손학규 대표가 작년 9월 당선되면서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본인의 선거 공약으로 내걸었다. 이후에 단식하고 손다방(선거제도 개혁을 위한 대국민 캠페인)을 해서 지금 여기까지 왔다. (작년 12월 5당 원내대표의 합의문이 도출됐지만) 한국당이 완전히 헌신짝 버리듯 지금 버려진 상황이다. 나는 선거제도는 반드시 합의를 통해 처리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데 오죽하면 패스트트랙을 하겠는가”라며 “패스트트랙이 법안을 최종 통과시키는 것이 아니고 한국당을 압박해서 합의 처리를 하자는 그런 취지”라고 강조했다.

이어 “지금 한국당이 과하게 반응하면서 극단적인 행동을 하고 국회를 난장판으로 만들고 있는데 정말 사법제도 개혁과 정치개혁을 바라는 국민들의 생각과는 동떨어진 반개혁 세력의 행태이자 구태 정치의 모습”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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