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는 ‘전쟁터’ ·· 패스트트랙 정국 ‘한국당·바른정당계’ vs ‘4당’
국회는 ‘전쟁터’ ·· 패스트트랙 정국 ‘한국당·바른정당계’ vs ‘4당’
  • 박효영 기자
  • 승인 2019.04.26 08: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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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법만 발의 완료
공수처법 팩스 접수 이후 고장 
나머지 2개 법안 접수 확인 불가 
정개특위와 사개특위 회의장 앞 한국당 원천 봉쇄
고성과 육탄전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국회 선진화법이 도입된 2012년 이후 처음으로 국회에서의 육탄전이 재현됐다.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 바른정당계 의원들이 3법에 대한 패스트트랙(지정하고 330일 이후 본회의 표결) 지정을 방해하고 있기 때문이다.

추적추적 비가 내리는 가운데 25일 국회는 하루종일 아수라장이었다. 먼저 25일 이전부터 진행된 패스트트랙 정국을 훑어볼 필요가 있다. 

아수라장이 된 7층 의안과 주변 상황. (사진=박효영 기자)

4당(더불어민주당·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정의당)의 패스트트랙 공조에 따라 22일 합의안(공직선거법·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설치법·검경수사권조정법 등)이 도출됐고 23일 각 당의 추인이 완료됐다. 패스트트랙은 정치개혁특별위원회와 사법개혁특별위원회 소속 18인 중 5분의 3인 11인 이상의 찬성으로 지정된다. 정개특위는 무리가 없는데 사개특위가 문제다. 바른미래당 소속 사개특위 위원인 권은희·오신환 의원이 찬성표를 던질 수 있을지 미지수이기 때문이다.

24일 아침 오 의원은 기소권을 완전 분리하지 못 한 공수처법에 반대 의사를 밝혔고 김관영 원내대표가 설득했지만 불발됐고 사보임(사임과 보임) 의사는 가시화됐다. 나경원 원내대표를 비롯 한국당 의원들은 국회의장실을 점거하고 문희상 국회의장에게 사보임 불허와 패스트트랙 본회의 표결 진행 불가를 촉구했다. 그 과정에서 임이자 의원을 성추행했다는 논란이 있었고 문 의장은 건강 이상으로 여의도 성모 병원에 입원했다.

25일 아침부터 바른정당계 의원들은 국회 본관 7층 의안과를 막아섰지만 김 원내대표는 팩스로 사보임 신청서를 제출했고 문 의장은 병원에서 허가했다. 오 의원 대신 채이배 의원이 보임됐다. 그러자 한국당 의원 10여명은 의원실을 점거하고 채 의원을 6시간 동안 감금했다. 채 의원은 경찰에 신고했고 국회 방호과 직원의 도움을 받아 15시 즈음 의원실을 빠져나왔다. 국회 본관 운영위원회 위원장실에서 비공개로 공수처법 4당 단일안에 대한 막판 논의가 진행됐다. 권 의원은 17시50분까지 합의된 단일안 내용에 대해 동의하지 못 하겠다고 의사를 밝혔고 김 원내대표는 다시 사보임을 단행해 임재훈 의원으로 교체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권은희 의원에 대한 사보임이 단행되자 바른정당계 의원들이 3층 운영위원장실에서 긴급 브리핑을 진행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사개특위 위원인 백혜련 민주당 의원의 보좌관은 합의 성안된 공수처법을 의안과에 접수하려고 했지만 한국당 측의 극렬 저항으로 막혔다. 한국당 의원들과 보좌관은 인간띠를 구성하는 등 스크럼을 짜고 막아서고 있다. 공수처법은 18시10분 팩스를 통해 의안과에 접수됐지만 의안정보시스템에 제대로 등록되지 못 했다. 의안과 사무실 내부를 점거하던 한국당 측 인사들이 서류를 훼손하고 팩스를 파손했기 때문이다. 

이에 민주당 사개특위 위원들이 20시반 의안과를 직접 찾아 법안을 제출하려고 했지만 한국당 측의 봉쇄 작전에 막혀 빈손으로 돌아갔다. 그 과정에서 아슬아슬한 육탄전이 벌어졌고 한국당 측은 애국가를 부르면서 “헌법 수호! 물러가라!”를 외쳤다. 의원들, 보좌진, 국회 직원, 취재진 등이 엉켜 격렬한 몸싸움 속 고성이 오가는 등 그야말로 아비규환이었다. 

어차피 법안 양식은 웹파일 형식이기 때문에 민주당은 공수처법과 검경수사권조정법을 이메일로 제출했다. 그러나 의안과 업무 컴퓨터를 장악하고 있는 한국당 관계자로 인해 법안이 제대로 접수돼서 의안정보시스템에 올라가지는 못 했다. 공직선거법 개정안(선거제도 개혁 및 18세로 선거권 연령 하향)은 이미 24일 발의됐다.

의안과 내부에 들어온 한국당 소속 김현아 의원과 김정재 의원. (사진=연합뉴스 제공)

실시간으로 상황을 보고받은 문 의장은 결국 18시50분 즈음 국회법에 따라 경호권을 발동했고 경호팀은 19시40분 집행에 돌입한다고 선언했다. 그러나 경호권으로 한국당의 조직력을 막지는 못 했다. 21시부로 정개특위(445호)·사개특위(245호 또는 220호) 전체회의 소집령이 내려졌지만 한국당이 조직적으로 회의장 진입을 막는 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정개특위 한국당 간사인 장제원 의원은 민주당 의원들의 회의장 진입을 가로막으면서 패스트트랙을 철회하면 정개특위 활동 시한(6월)이 끝날 때까지 협상에 임하겠다고 밝혔다. 

23시15분이 되자 나 원내대표는 220호 앞에서 긴급 브리핑을 통해 △연동형 비례대표제 △공수처 △사보임 절차 등에 대해 맹비난했고 “모든 역사적 정치적 법적 책임은 민주당과 청와대에 있다”며 “패스트트랙을 철회하고 논의에 임해달라”고 촉구했다.

이어 “아까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를 찾아가서 비서에게 (원내대표실) 안에 있는 것을 알고 있지만 문을 열고 (먼저) 들어가면 예의에 어긋난 것이기 때문에 여쭤달라고 했는데 오히려 문을 잠궈버렸다. 홍 원내대표에게 2회 이상 전화를 했는데 받지 않았다. 참으로 유감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국회 아수라장의 모든 책임은 민주당과 청와대에 있다고 주장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하지만 홍 원내대표는 전방위적인 한국당의 스크럼 전략에 오히려 오늘 반드시 패스트트랙 지정을 완료하겠다고 선언했다. 이에 나 원내대표의 브리핑이 끝날 즈음 민주당은 로텐더홀에서 한국당의 폭력 행사를 규탄하는 집회를 개최했고 26일 중으로 선진화법 165조·166조 위반에 따른 한국당 의원 9명에 대해 고발 절차를 밟겠다고 밝혔다.

이후 26일 자정이 넘은 시각 2층 사개특위 회의장 앞에서 다시 진입하려는 민주당 의원들과 한국당 의원들 간에 몸싸움이 벌어졌다. 

사실 국회법 148조2와 3에 따르면 “의원은 본회의장 의장석이나 위원회 회의장 위원장석을 점거”하면 안 되고 “누구든지 의원이 본회의 또는 위원회에 출석하기 위하여 본회의장이나 위원회 회의장에 출입하는 것을 방해”하면 안 된다. 

또한 165조에는 “누구든지 국회의 회의를 방해할 목적으로 회의장이나 그 부근에서 폭력행위 등을 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돼 있다. 

이동하기 위해 엘레베이터에 타고 있는 이상민 의원(사개특위 위원장). (사진=박효영 기자)

구미시의원을 지낸 김수민 정치평론가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한국당이) 지금 국회법에 저촉되면 처벌되니까 이상한 방법을 쓰는 것이 회의 진행을 방해하는 방법을 안 쓰고 국회의 법안 처리 실무 작업을 방해하는 것이다. 옛날에는 몸싸움을 해도 의원들끼리 했는데 지금은 국회 사무처 직원들을 괴롭히는 거다. 보좌관은 둘째로 치더라도 사무처 직원들까지 괴롭히는 것은 이거야말로 갑질”이라며 “의원들 간의 몸싸움이 엄격히 금지되니까 사무를 보는 사람들을 괴롭히고 있다”고 비판했다. 

실제 한국당 의원들은 의안과에 팩스 접수가 진행됐다는 사실을 인지하자 “책임자가 누구냐. 의안국장 나와라! 의안과가 독재 입법 앞잡이 노릇을 하느냐”라고 몰아붙였고 경호권 발동으로 강제 연행이 진행됐을 때 부상자가 나오는 것을 대비한 상황으로 판단했는지 소방대원이 지나가자 “누구 허락받고 왔느냐. 누구냐 누구!”라며 목청을 높였다.

하승수 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상황이 어떻게 될지 몰라서 오늘 처리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양수 한국당 원내대변인은 220호 앞에서 기자와 만나 “패스트트랙 통과 안 시킬 것”이라며 “아주 치졸한 방법으로 패스트트랙 지정을 할 수는 있겠지. 지금 우리가 이런 식으로 못 하게 하면 치사한 방법을 쓸 것이다. (장소를 옮겨서) 화장실에서 하거나 골방에서 할 수도 있다. 의장이 회의실이 아닌 데를 아무 곳이나 지정하면 된다”고 예측했는데 김 평론가는 “국회법에 안 나온 것 같지만 이 의원이 전례를 아는 것 같다. 아마 가능할 것이다. 예전에 그런 적이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특위는 특수 목적으로 설치된 회의 기구라서 따로 지정 회의장이 있는 게 아니다. 따라서 어디서든 회의를 열고 의결할 수 있다는 것이 민주당의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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