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당이 유승민의 개혁 보수 비판하는 이유
선거제도 개혁을 반대하는 유승민
선거제도 합의 처리? 정치개혁을 위한 선거제도 관철?
양당 체제의 한 축으로의 복귀 노리나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박근혜 정권이 무너지고 맞이했던 2017년 조기 대선 정국에서 당시 정의당 심상정 후보는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에게 “굳세어라 유승민”이라고 말하면서 응원했다. 유 후보가 거대 양당의 적대적 공존 체제에서 보수 진영의 한 축을 벗어던지고 나와 개혁 보수의 기치를 내걸었기 때문이다. 

심 후보는 15년 가까이 소수 정당에서 진보의 깃발을 내걸고 활동하고 있지만 선거제도 개혁을 통해 정치판을 바꾸지 않으면 가망이 없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 

유승민 의원은 개혁 보수를 외치는 유력 대권 주자로서 바른미래당에서 선거제도 개혁에 대한 뚜렷한 입장을 밝히고 있지 않다. (사진=박효영 기자)

현재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심 의원은 지난 17일 방송된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그러니까 (유승민 바른미래당 의원이) 바른미래당을 키우는 데도 크게 관심이 없어 보이고 그 다음에 그동안 아무 소리 안 하고 있다가 최근 들어서 따뜻한 보수 이야기 많이 했는데 사실 구체적 정치 활동으로 보여 준 건 없다. 그런데 선거제도 개혁은 결사적으로 막겠다고 말씀하셔서 내가 충격을 먹었다”고 밝혔다.

이어 “그러면 이분은 바른미래당 만들어서 개혁 보수를 세우겠다고 했는데 나는 20년을 해도 선거제도 개혁없이 어떤 미래를 만들어 가기가 어렵다는 판단이 드는데 이분은 어떤 묘수가 있나. 정치 개혁이라는 것은 기존의 양당 체제를 극복하겠다는 건데 그러면 양당 체제를 굳건하게 뒷받침하고 있는 불공정한 선거제도를 바꿔야 되는 것 아니겠나”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유 의원은 28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선거법은 국민의 대표를 어떻게 선출하느냐의 문제다. 게임의 규칙을 정하는 문제다. 과거 군사독재 정권 시절에도 선거법 만큼은 여야가 합의로 개정하는 전통을 지켜왔다. 여야 합의없이 선거법을 패스트트랙(지정하고 330일 이후 본회의 표결)으로 개정하겠다는 것은 다수의 횡포”라며 “더불어민주당·민주평화당·정의당이 다수의 힘으로 선거법을 고치려는데 바른미래당이 야합에 가담한다는 것은 결코 바르지 않다”고 주장했다. 

이어 “국민도 모르는 연동형 비례제를 해서 비례대표 몇 석을 더 얻을 수 있을지는 몰라도 바른미래당이 법과 원칙을 파괴하는 공모자가 될 수는 없다. 다수의 힘으로 선거법마저 바꾸는 나쁜 선례를 남기면 앞으로 21대 국회부터 다수의 힘을 동원한 불법 공모가 판을 쳐도 막을 수가 없다”고 역설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가 작년 12월 단식 투쟁을 하는 등 바른미래당은 선거제도 개혁을 위해 노력해왔다. (사진=박효영 기자)

현재 선거제도 개정안은 패스트트랙에 올려지기 직전이다. 자유한국당이 아무리 물리적으로 저지하려고 해도 한계가 있어서 결국 패스트트랙에 올려질 것으로 전망되는데 문제는 바른미래당 내 바른정당계(정병국·지상욱·하태경·오신환·유의동·유승민·이혜훈·정운천)의 생각이다. 

바른정당계의 수장인 유 의원은 선거제도 개혁이라는 대의에 그다지 큰 가치를 부여하지 않고 있고 그렇기 때문에 절차적 정당성 차원의 비판만 가하고 있다. 유 의원은 △원내 5당 합의없는 선거제도 개혁 △바른미래당 지도부가 패스트트랙 성사를 위해 오신환·권은희 의원에 대한 사보임(사임과보임)을 단행한 것 등에 관해 맹렬히 비판하고 있다. 

처음부터 유 의원이 선거제도 개혁에 큰 뜻을 갖고 있었다면 한국당의 방해 공작을 모를 리가 없을테고 패스트트랙 절차를 밟을 수밖에 없는 점을 이해하면서 사보임을 할 상황 자체가 벌어지지 않을 수 있었다.

바른미래당 소속으로 활동하고 있는 장진영 변호사는 28일 방송된 채널A <외부자들>에서 “무엇이 더 중요한지 생각해봐야 한다. 한국 정치가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되는 패러다임이 바뀔 수 있는 그게 연동형 비례대표제 아닌가. 양당제에서 다당제로 이양하는. 그래서 표의 비례성과 대표성을 높이자. 이게 한국 정치의 굉장히 큰 도약이라고 생각하는데. 이게 중요한지. 아니면 선거제 개편을 합의로 해야 한다는 법도 아닌 관행. 그런데 한 쪽이 계속 몽니를 부리고 있는 상황에서 그런 관행을 고수하는 그게 더 중요한지 이걸 판단해야 된다”고 밝혔다. 

(사진=박효영 기자)
심상정 의원은 유 의원에 대해 따끔한 지적을 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사실 4당이 자유한국당을 배제한 게 아니다. 

유 의원과 같은 당 소속인 채이배 의원은 27일 페이스북을 통해 “(작년 12월 5당의 선거제도 개혁 관련 합의문에 따라 4당이 선거제도 개혁안을 마련했는데) 5개월 동안 정개특위에서 한국당은 뭘 하다가 지금 와서 이러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한국당은 더 이상 한국 정치 발전의 큰 걸음인 선거제도 개혁을 위한 패스트트랙 절차를 더 이상 막지 말기 바란다”고 밝혔다. 

심 의원도 24일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패스트트랙 절차는 합법적인 입법 절차이고 이걸 선택하기 이전에 충분한 시간과 노력이 있었다. 정개특위 위원장으로서 자신있게 말씀드릴 수 있다. 선거제도 개혁을 논의하기 위해 부단히 애썼고 한국당 의원들만 개별적으로 40~50명 만났다. 밥도 같이 먹고 그 다음에 지도부도 만나고 그렇게 해서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설득 과정을 거쳤다”고 증언했다. 

유 의원은 2017년 11월 이혜훈 전 바른정당 대표의 사퇴 이후 당권을 잡으면서 “죽음의 계곡”을 강조한 바 있다. 27일 오후 서울 강남구 성암아트홀에서 열린 팬클럽 행사에 참석해서도 이렇게 말했다.

“한국당에 가면 좋겠다는 생각을 할 수 있다. 그러나 분명히 말하겠다. 쉽고, 편하고, 거저먹고, 더 맛있어 보이고, 계산기 두드려서 이익 많아 보이는 그런 길은 안 간다. 새누리당을 탈당한 사람 중 나를 포함해 아직 8명이나 바른미래당 당적을 갖고 있다. 이분들은 물론 뜻을 함께하는 다른 분들과도 똘똘 뭉쳐서 이뤄낸 결과는 진짜일 것이다. (한국당은) 크고 힘은 있지만 그저 누워있고 옆에 서 있기만 한 무리다. 그곳에 가 편하게 공천을 받겠다는 이는 남아 있지 않다.”

손 대표와 유 의원이 연찬회에서 만났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그러나 김종철 비서실장(윤소하 정의당 원내대표)은 유 의원에 대해 “부잣집 정치”를 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김 비서실장은 20일 페이스북을 통해 “부잣집(기성 정당)에서만 정치를 해와서 본인 경험 외의 정치는 잘 모르는 것 같다”며 “유승민은 한국 정치를 두 당 또는 기껏해야 세 당이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만약 정치가 축구나 야구처럼 두 집단이 하는 것으로 정해져 있다면 일방적인 룰 변경은 문제가 된다. 하지만 정치는 원내 주요 정당 뿐만이 아니라 다른 원내 소수 정당과 잠재적이지만 원내로 진입하려고 하는 수많은 원외 정당이 대중의 지지를 얻기 위해 투쟁하는 장”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그런 세력들이 어떤 룰을 요구하는지는 안중에도 없고 기껏해야 한국당이라는 기성 정당이 합의를 하지 않는 선거법 개정은 룰 위반이라고 하는 것은 좀 심하게 얘기하면 한심한 소리의 나열”이라고 비판했다. 

결론적으로 김 비서실장은 “부잣집 정당에서만 정치를 해와서 원내의 나른한 사무실 대신 거친 벌판에 얼마나 많은 정치 세력이 얼마나 많은 정치적 요구를 가지고 활동을 하는지 모르는 것이다. 선거제도는 그 모든 것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끝을 맺었다.

비슷한 취지로 박원석 전 정의당 의원도 28일 페이스북을 통해 “선거제도는 합의로 처리해야 한다는 하나마나 한 얘기 말고 선거제도 내용에 관한 당신의 입장은 무엇인가?”라며 “제3정당으로서 자립과 자강을 하겠다는데 그 유일한 출구인 선거제도 개혁을 반대한다는 당신의 논리는 무엇인가?”라고 따져 물었다.  

이어 “당신이 말했던 개혁 보수는 대강 뭉갤 수 없는 격렬하고 날카로운 대립의 순간 실체를 드러냈다. 그건 가짜다. 당신은 그냥 살길 찾는 흔한 소인배들 중 하나다. 한 때나마 존경할만한 상대라고 여기고 굳세어라 유승민을 얘기했던 게 정말 민망하고 후회스럽다”고 비난했다.

특히 박 전 의원은 “선거제도에 관한 바른미래당의 당론이 만들어지고 손학규 대표가 단식으로 협상을 관철시킬 때 유승민의 입장이 무엇인지 알 수 없었다. 패스트트랙 합의가 이루어지자 마치 아랫 것들과는 다른 세상에 사는 듯 방관하던 도련님 태도를 바꿔 절대 불가를 외치고 있다”면서 그동안 뭐 했는지 의문을 표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이정미 정의당 대표가 단식하는 곳에서 심 의원과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가 대화를 하고 있다. (사진=박효영 기자)

유독 정의당 정치인들이 유 의원에 대해 비판의 칼을 겨누고 있는데 그 배경에는 양당 체제가 아닌 개혁 보수라는 제3의 길을 가고자 하는 그 뜻에 의문을 품고 있기 때문이다. 먼저 반대 진영에서 그 죽음의 계곡을 지나쳐왔던 정의당의 눈으로 보면 선거제도 개혁없이 개혁 보수는 요원할 것인데 결국 양당 체제의 한 축을 자기 세력이 점유하면 다르게 할 수 있다는 수준의 비전 아니냐고 유 의원을 의심하는 것이다.

심 의원은 <뉴스공장>에서 “(유력 정치인 한 사람이) 큰 당에 들어가서 20명씩 만들어 나와서 하는 건 가짜”라며 “맨바닥부터 시작해서 뿌리부터 세워 나가겠다는 그런 의지가 보여야 되는데 지금 선거제도 개혁을 반대하는 걸 보면 이 당 가지고 계속 갈 건지 어쩐지 내가 궁금하고 그렇지 않으면 어떤 방법이 있는가. 진짜 한국당에 관심이 있는 건가. 이런 생각이 든다”고 밝혔다.

이어 “그동안 새정치를 하겠다고 말씀한 분들이 정치 개혁을 위해 제도 개혁이 필요하다고 힘을 모았으면 진작에 (정치 풍토가) 개선됐다고 본다. 그런데 이분들이 말로는 새청치를 한다고 하면서 그걸 위한 풍찬노숙하는 그런 노력은 안 했다. 다 큰 당에 들어가서 한 20석씩 만들어서 나와서 그거 가지고 정치하려다 안 되면 또 미국도 가고 독일도 가고 이렇게 한다”고 비평했다.

유 의원이 죽음의 계곡을 가고자 하는 것은 있는데 결국 지향점이 양당제를 떠받드는 시스템의 변화가 아닌 인적 쇄신으로 국민의 지지를 받아 양당제의 한 축을 차지하고자 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다. 

(사진=박효영 기자)
5당 원내대표는 작년 12월 선거제도 개혁과 관련 합의문을 도출한 바 있다. (사진=박효영 기자)

장 변호사는 24일 페이스북에 “바른미래당에 두 개의 흐름이 있다. 하나는 바른정당 출신인데 이들은 처음부터 한국당을 대체하는 대안 정당을 만들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계셨던 분들”이라며 “보수 세력의 지지를 받고 있는 당을 대체하려고 하니 개혁 보수를 표방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모습이다. 양당제를 전제로 해서 양당의 한 축을 맡아야 한다는 목표를 가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분들은 다당제에는 별 관심이 없다”고 주장했다. 

즉 “실제로 유 의원은 다당제라는 단어를 꺼낸 일이 내가 알기로는 없다”고 단언했다. 

반대로 장 변호사는 국민의당 출신에 대해서는 다당제 체제로의 전환을 꾀하기 때문에 선거제도 개혁에 관심이 많다고 규정했고 “바른미래당 내 두 흐름은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다. 모두 일리가 있다”면서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을 인정하지 않는 한국당 세력과의 간격보다는 크지 않다고 주장했다.

결론적으로 “드러내놓고 경쟁해야 한다. 다소 시끄러운 것이 문제가 될 수 없다. 상대방을 설득하고 세력을 넗히고 선택받는 쪽을 존중해야 한다”고 끝을 맺었다. 

유 의원은 기자회견에서 △(바른미래당 지도부에) 오신환·권은희 의원에 대한 사보임(사임과 보임) 조치 원상복구 △(한국당에) 진정성있는 자세로 선거제도 개혁을 위한 정개특위 논의 참여 약속 △(민주당에) 패스트트랙 해제 등 3가지를 촉구했지만 선거제도 개혁에 대한 본인의 내용과 견해를 말하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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