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조사 축하? 축의금 전달?…"준 만큼은 돌려받아야"
경조사 축하? 축의금 전달?…"준 만큼은 돌려받아야"
  • 신현지 기자
  • 승인 2019.05.02 13: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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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조사비, 경제적 부담 74.6%로 차지
(사진=신현지 기자)
(사진=신현지 기자)

[중앙뉴스=신현지 기자] 계절의 여왕이라 불리는 5월에 어느 때보다 결혼소식을 많이 접하게 된다. 그런데 미풍양속으로 내려오던 우리의 경조사문화로 인해 불편함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높다.

언제부턴가 본래의 취지를 벗어나 경조사는 곧 돈봉투 전달이라는 인식 때문이다. 경조사 이후 가깝게 지내던 지인과 소원해진 주위의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는 것도 그 때문이기도 하고.  

회사원 K씨는 결혼식장에 가면 제일 먼저 하게 되는 일은 축의금을 제대로 들고 왔는지 봉투부터 확인부터 하게 된다고 한다. 그리고 신랑과 신부가 어느 쪽의 위치인지 확인한 후 축의금을 전달하고 방명록에 서명을 하고서야 혼주와 축하인사를 나누게 된단다. 이는 조문을 갔을 때도 마찬가지라고 한다. 부의금을 먼저 전달하고 고인과 상주를 만나게 된다고.

지난 3월에 결혼식을 치른 방송작가 A(36.남)씨는 시간이 지날수록 서운한 마음을 감출수가 없다고 털어놓는다. “나는 분명히 그 친구 결혼식에 갔었고 친구 부친상에도 갔었는데 내 결혼식 때는 오지 않았더라고요.

처음엔 그날 친구가 급한 일이 있었거나 아니면 바빠서 깜박했거니 하고 섭섭한 생각을 달래보려 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그 친구가 괘씸한 생각을 지울 수가 없더라고요. 지금까지 전화 한통 없는 그 친구와의 관계를 계속 이어가야 할지, 말아야할지. 솔직히 마음은 이제 그 친구랑 정리해야겠다는 생각이 커요.  

 B(63. 남)씨도 얼마 전 고향친구들의 모임을 다녀온 후 갈등 아닌 갈등을 겪었다고 한다. 그 모임에 30년 만에 불쑥 나타난 친구 때문이었단다. “여태 소식 한번 없이 살던 친구가 30년 만에 불쑥 나타나 어떻게 아들 혼사의 청첩장을 내밉니까.

그런 경우에는 솔직히 불쾌하지요. 아들 혼사 때문에 모임에 얼굴을 내밀었다는 것을 누가 모르겠습니까. 우리 모임 친구들은 지금까지 서로 경조사를 챙기고 이제 어떤 친구가 치러야 할 혼사가 남았는지 다 파악하고 있는데, 그러니 그날 그 친구 아들 혼사에 가야한다는 친구보다 안 가겠다는 친구가 더 많았어요. 그 친구가 우리들 혼사에 불참했으니 안 가도 된다는 것이지요. 나는 차마 그럴 수 없어 갔다 오긴 했지만 아직까지 마음이 개운치는 않아요.” 

축의금과 관련한 또 한 사람, 회사원 B 씨(32. 여)는 강남의 유명 호텔에서의 친구 결혼식에 축의금만 전달하고 식이 끝나기도 전에 식장을 나왔다고 한다. “좀 말하기 거북하기는 한데, 그 친구 호텔 뷔페 식사값이 내가 낸 축의금보다 비싸더라고요.

나는 그 친구가 내게 했던 축의금을 계산해서 담았는데, 그 돈 내고 10만원이 넘는 식사를 할 수는 없더라고요. 그래서 식사는 안하고 그냥 나왔어요. 그게 예의인 것 같기도 하고, 암튼 깔끔한 게 좋다는 생각이에요.”  

C씨도 경조사와 관련해 할 말이 많다고 한다. 회사 인맥관리 때문에 찾아다닌 경조사만도  이달 들어 4건이었다고. 그래도 찾아다닌 이유는 혹 불이익이 생길까 염려되기 때문이란다.

“직장 상사와 동료, 지인들의 축의금, 부의금 또 백일잔치, 돌잔치, 이달만도 4건에 주머니가 다 털렸어요. 거의 모르는 사람의 경조사비로도 5만원 이상은 내야하니. 그래도 안 가는 것 보다 가는 게 마음이 편해서 가죠. 특히 직장 상사의 경조사는 꼭 챙겨요. 그러니 한정된 월급에 경조사비는 부담인거죠.” 

이처럼 경조사는 곧 돈봉투라는 인식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갈등과 불편함을 겪고 있다는 호소다. 그런데도 무시하지 못하고 참석하는 이유는 현대사회에서 가장 중요하게 꼽는  인맥관리 때문이라는 답이 나왔다.  

지난 달 구인구직 매칭플랫폼 사람인이 직장인 435명을 대상으로 ‘인맥관리와 경조사 현황’에 대해 조사했다. 그 결과, 인맥관리를 위해 꼭 해야 하는 것으로 ‘경조사 참석’(74.3%)이1위로 꼽았다.  특히 직장인들은 월평균 1.6회 경조사에 참석하고 1회당 평균 7만 3천원을 지출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결혼 여부에 따라서는 미혼은 연간 117만원을 지출하는 반면, 기혼은 164만원을 지출하고 있어 미혼과 기혼의 큰 차이를 나타냈다. 또, 지난해와 비교해 ‘경조사비가 늘었다’는 응답이 38.9%로 줄었다’(6.9%)보다 5배나 더 많았다.  

이로 인한 부담감은 10명 중 9명(89.7%)은 경조사 참석에 부담을 느끼고 있다고 답했다. 이 중 ‘경제적 부담’(복수응답)이 74.6%로 가장 컸고 76.3%는 인맥 관리를 위해 경조사에 의무적으로 참석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의무적으로 참석하는 이유로는 ‘안 가면 관계가 껄끄러워질 수 있어서’(55.1%, 복수응답)를 첫 번째로 꼽았고, ‘안 가자니 마음에 걸려서’(54.2%)가 바로 뒤를 이었다. 

다음으로 ‘상대도 내 경조사에 참석했거나 할거라서’(49.4%), ‘인간 관계의 기본이라서’(43.1%), ‘다른 지인들도 모두 참석해서’(36.7%), ‘초대를 받아서’(26.8%), ‘다른 사람들과 인맥을 넓힐 수 있어서’ (24.4%) 등의 이유도 있었다. 

참석하는 경조사의 대상은 주로 ‘회사상사’(76.5%, 복수응답)와 ‘직장동료’(71.1%)였다. 이외에도 ‘친구’(46.4%), ‘친척’(29.8%), ‘회사 후배’(29.8%), ‘학교 선후배’(28%), ‘모임, 동호회 인맥’(22.9%), ‘거래처’(21.7%) 등이 있었다. 

이에 문화 전문가들은 “가족과 친.인척이, 사회 경제적 성공의 기반이던 시대와는 다른 문화를 사는 오늘날에서는 경조사문화가 달라져야 할 때다.”라고 말한다.

또한 “결혼식을 참석의무라고 생각하는 중장년층 세대의 생각이 달라져야 한다.”고 덧붙인다. 본인이 주가 되는 작은 결혼식, 조촐한 장례문화가 필요하며 준만큼 돌려받아야 한다는 인식에서 마음을 주고받는  문화가 정착되어야 사회적 관계망이 오래 유지될 수 있다고 조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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