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의 ‘꿍꿍이’ ·· 대미 협상력을 위한 ‘발사’
김정은의 ‘꿍꿍이’ ·· 대미 협상력을 위한 ‘발사’
  • 박효영 기자
  • 승인 2019.05.05 19: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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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사일은 아닐 듯
아직 분석 중
1년 5개월 만의 발사는 무슨 의미
각각의 반응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중국을 비롯 러시아의 뒷배를 다져놓은 것처럼 북한의 발사 행위는 대미 협상력 강화라는 차원으로 해석되는 것이 중론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년 4개월 동안 공을 들인 한반도 협상판을 깨려는 것으로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북한이 4일 오전 9시5분~27분까지 강원도 원산 북쪽 호도반도(함경남도)에서 동해상으로 발사체를 발사했다. 

김정은 위원장이 이번 발사를 통해 어떤 것을 노리고 있을지 다들 분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합동참모본부(함참)에 의해 북한의 발사 소식이 공식화 됐는데 사정거리는 70km~200km 사이였고 무엇보다 단거리 탄도 미사일로 인지됐다가 좀 더 포괄적 개념인 발사체로 정정됐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좀 더 멀리 비행할 수 있는 미사일이냐 보통의 발사체냐에 따라 유엔 안보리(안전보장이사회) 제재 위반 여부와 직결되고 전자일 경우 남북미 비핵화 협상판에 중대한 냉각기를 가져올 수 있다. 

탄도 미사일은 정확도가 그리 높지 않아서 △단거리 △소형 등일 때는 군사적 의미를 크게 갖지 않지만 △핵 탄두일 때는 얘기가 달라진다. 핵을 탑재해서 중거리 이상으로 쏜다는 의미가 전제됐을 때 탄도 미사일의 군사적 파괴력이 높아진다. 그래서 단순 발사체인지 탄도 미사일인지가 중요하고 북한의 의도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발사된 것의 제원과 종류를 알아야 한다.

과거부터 호도반도에서는 △단거리 미사일 △대구경 방사포 △전술 로켓 등이 발사된 바 있는데 한미 군사 및 정보당국은 방사포나 로켓일 것이라고 보고 있다. 물론 아직 분석 중이라 미사일이 아니라고 확정할 수 없고 최대 사정거리로 봤을 때 △KN-02(고체연료형 이동식 단거리 지대지미사일) △스커드(소련이 최초 개발한 전술 단거리 탄도 미사일)일 가능성도 있다.

김 위원장은 2017년 내내 핵 미사일 발사를 강행했고 핵 실험을 완료했다. 이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유엔에서 “Totally destroy”를 외쳤고 B-1B 폭격기가 한반도 상공을 위협 비행하도록 했다. 김 위원장은 그해 11월 ICBM(대륙간탄도미사일) 급 화성 15형 발사를 마치고 2018년 1월1일 문재인 대통령에게 손을 내밀었다. 평창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여러 분야에서 남북 협력의 신뢰 자본을 쌓았고 남북 정상회담 3번, 북미 정상회담 2번에 이르렀다.  

그렇기 때문에 북한의 노림수를 헤아리기 위해 한미 모든 이들이 머리를 싸매고 있다. 일단 김 위원장이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을 만났고 아직 미국과 한 번 더 만날 용의가 있음을 밝혔기 때문에 1년 5개월만에 쏘아올린 것의 의미가 협상판을 깨기 위한 것임은 아닐 가능성이 높다. 

청와대는 이날 NSC(국가안전보장회의)가 아닌 긴급 관계부처 장관회의(정경두 국방장관·서훈 국정원장·김유근 국가안보실 1차장 등)를 개최했다. 심각한 도발 행위로 가져가지 않은 것인데 북한과의 대화 전선을 유지하려는 의도로 읽혀진다. 어찌됐든 최근 문 대통령이 4차 남북 정상회담에 군불을 지피고 있었는데 거기에 찬물이 끼얹어진 것은 사실이다.

청와대는 논평을 내고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키는 행위 중단 △9·19 군사 합의 취지에 어긋나는 사실 환기(남북은 지상·해상·공중 모든 공간에서 일체의 적대행위를 전면 중지하기로 했다) △조속한 대화 재개 등을 촉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 시간으로 5일 밤 트위터를 통해 “아주 흥미로운 세상에서 무엇이든 발생할 수 있지만 김정은은 북한의 대단한 경제 잠재력을 완전히 알고 있고 이것을 방해하거나 중단할 일을 하지 않을 것이다. 김정은은 내가 그와 함께 한다는 것을 알고 나와의 약속을 깨고 싶어하지 않는다”라며 “타결은 이뤄질 것(Deal will happen)”이라고 밝혔다. 

청와대처럼 협상판을 유지하기 위해 완급조절의 의미를 담아낸 반응으로 해석된다.

관련해서 트럼프 대통령(북한의 비핵화 촉구를 위한 러시아 역할 강조)은 푸틴 대통령(제재 완화 필요성)과 급하게 전화 통화를 했지만 전통적인 입장 차만 확인했다고 세라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이 브리핑했다. 

원산에서 동해로 발사된 북한의 발사체. (그래픽=연합뉴스 제공)

주요 외신 보도들을 보더라도 판을 깨기 위한 것이 아닌 대미 협상력 차원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를테면 △트럼프 대통령이 빅딜만 강요하고 유연하게 결단하지 않는 것에 대해 불만을 표출한 것(로이터통신) △대화가 멈춰있는 상태에서 지렛대로 삼으려는 목적(뉴욕타임스) △비핵화의 범주에 포함되지 않는 무기 발사로 트럼프 대통령의 관점 변화를 위해 견제구를 날린 것(CNN) 등이다.

당장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특별대표는 다음주 중으로 방한해서 비핵화 협상 전략을 우리 측과 논의할 예정이고 무엇보다 심각한 북한 식량 상태에 따른 긴급 지원도 의제에 포함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마침 유엔은 북한의 식량 상황을 공개했고 최악의 흉작으로 주민 1000만여명이 극심한 굶주림에 시달릴 것이라고 발표했다. 김 위원장이 비핵화의 반대급부로 경제 원조를 얻으려고 노력하는 것도 북한 주민의 굶주림이 동기로 자리잡고 있다. 

김 위원장 입장에서 이런 거다. 빈곤이 심각하기 때문에 빨리 비핵화를 실행해서 제재 완화를 얻어내야 한다고 판단할 수도 있지만 반대로 유일한 경제적 환원 자본으로서 핵 무기를 선제적 제재 완화없이 폐기하기에도 두렵다. 

싱가폴 회담부터 하노이 회담까지 북미는 실질적인 거래 경험없이 먼저 내놔라는 요구만 반복하고 있다. 앞으로 북미 간에 물밑 접촉이 좀 더 치열하게 일어나겠지만 북한의 블러핑(강한 베팅)이 비핵화 문제를 넘어 식량 지원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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