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미국의 코멘트 공조
협상판을 깨지 않아야 한다
한미 군사훈련에 대한 항의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미국은 미사일도 아니고 제재 대상도 아니라는 반응을 보였다. 비핵화 협상판을 깨지 않으려는 정치적 의도가 있겠지만 북한도 그에 맞게 균형적으로 수위를 맞춰서 발사한 측면이 있다. 일단 한미 당국은 정보력을 발동해서 북한의 발사를 정밀하게 파악해야겠지만 정치적으로 협상판에 악영향을 주지 않으려는 노력을 기울일 수밖에 없다. 

우리 시간으로 6일 타전된 미국 주요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북한이 발사한) 발사체들이 북한 동해에 떨어져서 미국과 한국 또는 일본에 위협을 가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어 “발사는 여러 발이었고 모두 단거리였다. 그것들은 중장거리, 장거리 미사일, ICBM(대륙간탄도미사일)도 아니었다. (미사일 시험) 동결은 미국을 위협하는 ICBM에 초점을 맞춘 것이(라 북한의 이번 발사는 동결 원칙을 위반한 것이 아니)다. (추가 제재를 검토하는지에 대해) 역사상 가장 강력한 제재가 유지되고 있다. 이번에 한 행동이 비핵화 협상에 방해가 안 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북한 조선중앙TV가 5일 전날 동해 해상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 참관 하에 진행된 화력타격 훈련 사진을 방영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훈련을 지켜보는 모습. 2019.5.5
조선중앙TV가 5일 전날(4일) 동해 해상에서 김정은 원장 참관 하에 진행된 화력 타격 훈련 사진을 방영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폼페이오 장관의 상황 진단은 비핵화 협상판에서 북한이 유지하고 있는 대원칙(ICBM 관련 발사나 핵 실험 등)을 어기지 않았다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한 마디로 단거리 발사였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트위터를 통해 “김정은은 내가 그와 함께 한다는 것을 알고 나와의 약속을 깨고 싶어하지 않는다”며 “타결은 이뤄질 것”이라고 밝힌 취지와 맥을 같이 한다.

일단 북한이 탄도 미사일을 발사했다면 분명 유엔 대북 제재 위반이고 그것은 곧 남북미 비핵화 협상의 판깨기로 번질 수도 있는 만큼 사안이 중대해진다. 그걸 트럼프 정부가 잘 인식하고 있고 정치적으로 협상판을 유지해야 이익인데 폼페이오 장관이 그에 맞게 호전적으로 해석하지 않으면서 정무적인 메시지를 던졌다고 풀이된다. 

그렇다고 미국이 명백한 탄도 미사일로 관측됐는데 그걸 아니라고 정신승리하면서 자의적 메시지를 내놓을 수는 없다. 단거리라도 미사일이라면 북한과 지리적으로 붙어 있는 한국에는 위협적이다. 하지만 미국 입장에서 북한의 발사체가 미사일이 맞더라도 전혀 위협적이지 않은 단거리로 국한시키는 것이다. 미국 미들버리국제연구소는 △위성사진 △배기가스 △궤적 등을 근거로 신형 단거리 미사일일 가능성을 제기했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6일 방송된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그러니까 화낼 일도 아니고 안보리(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가져갈 일도 아니라는 얘기를 지금 그렇게 에둘러서 얘기를 하고 자기의 대북 정책 실패라고 하는 공격이 들어올지도 모른다는 것을 의식했기 때문에 김정은과 나는 사이가 좋다든지 서로 좋아한다든지 또는 좋은 결과를 낼 거라는 식으로 미리 예고를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우리 군사 당국은 기본적으로 미국과 공조해서 정확한 정보를 파악하고 있다는 것을 전제로 신중한 입장이다. 동시에 △작년 열병식(2018년 2월8일) 때 공개한 신형 전술유도무기 △러시아제 단거리 탄도 미사일 이스칸데르 △지대지 등으로 파악된다고 밝혔다.

한미 당국은 정무적 대응을 하나로 일치시켰다고 보여진다.

국가정보원도 이날 오후 국회 정보위원회를 통해 긴급 보고를 했는데 핵심은 작년 4월 북한이 약속한 “중장거리 또는 ICBM 발사와 핵 실험 중지”를 어긴 게 아니라는 얘기다. 특히 국정원에 따르면 북한의 관영 매체가 “추후에 용납없이 반격하겠다”는 표현을 썼지만 영문판에서는 삭제됐다. 분명히 정무적 수위 조절을 했다고 읽혀진다.

북한이 지난 4일 동해상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참관 아래 대구경 장거리 방사포와 전술유도무기가 동원된 화력타격훈련을 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한 5일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 야외 전시장에 스커드 B 미사일 등 발사체들이 전시돼 있다. 합동참모본부는 처음 북한이 쏜 기종을 '단거리 미사일'로 발표했으나 40여분 만에 '단거리 발사체'로 수정한 바 있다. 2019.5.5
북한이 발사한 발사체가 무엇인지에 대한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 야외 전시장에 스커드 B 미사일 등 발사체들이 전시돼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조선중앙TV는 5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참관 하에 “대구경 장거리 방사포와 전술유도무기를 발사했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이 뭔가 판을 깨지 않으면서 미국에 메시지를 던진 것일텐데 그렇다면 그 꿍꿍이가 무엇인지 주목된다. 북한이 신형 무기로 무력 시위를 하면서 대화를 좀 더 유리한 상황에서 재개하고자 하는 의도라고 보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정 전 장관은 “북한이 그런 식(무력 시위)으로 움직이면 연말까지 미국의 셈법을 바꿀 때까지 기다리겠다고 해놓고 (미국이) 전혀 움직임이 없으니까 빨리 셈법 바꿔라고 하는 메시지라는 것을 미국이 읽어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국 정부에게는 “(문재인 대통령이 미국에 가는 등 노력을 했지만 북한은) 미국을 좀 더 설득해서 지금까지 쥐어준 메시지보다 좀 더 확실한 메시지를 받아내라. 그런 압박”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정 전 장관은 “(지난 4월25일)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대변인 명의로 (4월) 22일부터 시작된 한미 합동공중훈련에 대해서 상당한 약속 위반이라고 논평을 냈다”며 “한미 합동훈련 안 하기로 했는데 이미 작년에 안 하기로 했고 또 평양에서 (9.19) 군사분야 합의서까지 만들었는데 이런 법이 어디 있느냐. 이것은 남쪽이 합의를 깬 거다. 따라서 북한도 그와 유사한 행동을 할 수 있다는 것을 경고한다는 대변인 담화가 있었다”고 환기했다. 

궁극적으로 북한의 이번 무력 시위는 △유리한 환경에서 대화 재개 △한미 군사훈련에 대한 항의 등 2가지 메시지로 읽어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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