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Q로 읽는사회] 노노족(NO老족) 어버이날 선물 “카네이션은 NO, NO...”
[EQ로 읽는사회] 노노족(NO老족) 어버이날 선물 “카네이션은 NO, NO...”
  • 신현지 기자
  • 승인 2019.05.08 10: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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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신현지 기자)
(사진=신현지 기자)

[중앙뉴스= 신현지 기자] 출판업을 하는 김영숙씨는 1954년 생으로 올해 65세이다. 그녀는 10년 넘게 새벽 수영장을 다녀오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아침식사는 닭가슴살과 야채샐러드, 점심은 직원들과 특별히 가리지 않는 오찬을 즐기고, 저녁은 요가와 명상을 위해 가급적 위를 비워둔다. 

이런 식습관은 40대부터 시작한 것으로 가능하면 지키려 노력한다. 그 때문인지 김씨의 신체나이는 50대 초반의 수준을 보여 주변을 놀라게 한다. 특히 고혈압, 당뇨, 비만과 같은 성인 질환으로 병원신세를 진적도 없어 종종 병가를 내야하는 젊은 직원들을 긴장하게 한다.

요즘 이처럼 나이가 들어도 체력과 외모가 젊은이 같은 노노족(NO老족) 노인들이 많아졌다. 노노족은 말 그대로 잘 늙지 않는 세대를 뜻하는 신조어로 의학기술 발달로 수명이 길어진데다 규칙적인 운동과 식생활로 체력뿐 아니라 외모까지 젊어진 노령층을 말한다. 

(사진=신현지 기자)
(사진=신현지 기자)

노노족들이 늘면서 노인의 인식도 크게 달라졌다. 2015년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65세 이상 인구 10명 중 8명은 ‘70세는 돼야 노인’이라고 생각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 노인의 기준이 ‘75세 이상’이라고 대답한 비율도 31.6%나 달했다. 젊게 사는 노노족이 증가하면서 어버이날 선물을 준비하는 트렌드도 변하고 있다. 

회사원 A씨는 어버이날의 선물로 작년에 이어 올해도 커플마사지티켓을 구입했다고 한다.“작년에 처음으로 두 분께 마사지숍을 예약해드렸는데 엄청 좋아하시더라고요. 특히 피부 관리 부쩍 신경 쓰시는 아빠가 좋아하셨어요. 처음엔 쑥스러워 어떻게 가냐고 하실 줄 알았는데 아니더라고요. 친구들도 피부 관리 받는 것 같다고 하시며 자식 덕분에 10년은 젊어질 것 같다며 좋아라고 하셨어요.”

매년 어버이날이면 선물 준비로 고민하던 H(남. 공무원)씨도 올에는 부모님 선물로 건강관련 선물세트를 마련했다고 한다. H씨가 준비한 건 피트니스 1년 회원권. H씨 부모님 역시 노노족이다. 70이 가까운 나이이지만 건강 챙기기에 가장 관심이 높고 여행과 취미 활동을 즐기는 데에도 적극적이라 주변에서 부러워한단다.

“두 분이 엄청 젊게 사세요. 매일 운동하시고, 문화센터에 나가 취미생활도 하시고 손주 사랑이 정말 각별한데도 늙은 부모에게 손주를 떠맡길 생각은 절대하지 말라고 사절하신 만큼 노년을 즐기면서 사세요. 

처음엔 그런 모습이 좀 섭섭했는데 그렇게 사시는 게 현명하시다는 생각이 들더라요. 주변의 지인들을 보면  부모님이 아파서 병원 다니시느라 여간 신경 써야 하는 게 한두 가지가 아닌데, 그러니 젊고 즐겁게 사시는 모습을 보여주시는 게 저희한테도 고맙고 감사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어버이날을 앞두고 구로구 거주 손행순 (69.여)노인은 아들 며느리에게 며칠 전 미리 전화로 신신당부 했다고 한다. 어버이날에 카네이션은 절대 사오지 말라고.

“그게 비싸기만 하고 금방 시드는데, 또 늙었다고 자랑하는 것도 아니고, 반갑지가 않아. 아니, 솔직히 카네이션은 안 받고 싶어, 카네이션 살 돈으로 차라리 용돈을 주면 반갑지.”

어버이날 카네이션 꽃바구니를 거절하는 사람은 손 노인뿐만이 아니다. 김이쁜(72세)노인도 마찬가지다. 매년 꽃바구니만 택배로 보내오는 아들며느리가 내키지 않다고 손사래를 친다.

“남의 자식들은 어버이날이라고 우르르 몰려와 웃고 떠드는데 뭐가 바쁘다고 꽃만 배달시키고, 그런 꽃은 안 받고 싶어, 그래도 우리  남편은 속없이 좋다고 웃어.” 

(사진=신현지 기자)
(사진=신현지 기자)

어버이날을 하루 앞둔 지난 7일 서울 도심의 상가마다 카네이션이 고객들의 시선을 끌고 있었다.  특히 오래두어도 시들지 않는 비누꽃다발과 카네이션 비누꽃 선물이 예년보다 더 화려해진 모습이었다. 하지만 퇴근길 카네이션을 고르는 고객들은 많아 보이지 않았다.

합정동에서 꽃가게를 운영하는 윤다경(여)씨는 “5월은 어버이날, 스승의날, 부부의 날이 몰려 꽃이 가장 많이 팔리는 달인데 기대만큼 나가지 않는다.”며“ 요즘 실용적인 선물로 비누꽃다발이 인기인데 이것도 인터넷으로 구입하는 사람들이 많아 평소만큼 매출이 크게 오르지 않는다.” 라고 하소연했다. 

한편, 한 이동통사가 어버이날 가장 인기 있는 선물 품목을 조사했다. 조사에 따르면 카네이션과 함께 드리는 현금이 1위를 차지했다. 다음은 건강관련 용품, 피부과 성형외과, 여행 등이었다.  반면 가장 받기 싫은 선물은 책, 케이크, 꽃다발 순이었다. 

반면 국내 한 종합 쇼핑몰이 지난해 가정의 달을 앞두고 헬스케어 제품 판매량을 조사한 결과 안마의자의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9배(800%) 증가, 어깨와 허리, 다리 등 부위별 안마용품은 27% 증가했다.

50세 이상을 위한 라이프케어 멤버십 브랜드 전성기에서도 최근 50세 이상 성인 남녀 500명을 대상으로 ‘자식에게 가장 받고 싶은 어버이날 선물’을 조사했다. 그 결과, 카네이션을 선택한 응답자가 단 한 명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받고 싶은 선물은 전체 응답자의 56%가 ‘현금’이었고, 이어 마음을 담은 편지나 카드(18%), 효도 관광(14%), 가전제품(8%), 공연이나 영화 티켓(4%) 순이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어버이날 직전 3거래일 동안 양재동 화훼공판장의 카네이션 거래량은 2015년 15만 3046속, 2016년 13만 1441속, 2017년 12만6090, 2018년 10만8002속, 2019년 8만2286속으로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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