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미사일’ 또 발사한 김정은의 속내 ·· ‘강온 병행’ 전략 
이번엔 ‘미사일’ 또 발사한 김정은의 속내 ·· ‘강온 병행’ 전략 
  • 박효영 기자
  • 승인 2019.05.10 08: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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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랑 끝 전술과 대화 모드 사이
북미 정상의 반응
문 대통령의 경고 메시지와 의도 분석
추가 도발 가능성 있어
레드라인 범위 안에서
문 대통령의 쌀 지원 의지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또 발사했다. 채 일주일도 되지 않은 상황에서 북한이 평안북도 구성 지역에서 단거리 미사일 2발을 발사했다. 인구의 절반이 기아에 시달린다는 심각성으로 인해 한미 정상이 대북 쌀 지원을 논의하던 상황이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노림수가 무엇일지 분석하기 위해 모두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정확하게 9일 16시29분에 첫 발을 쏘고 20분 후에 또 쐈다. 청와대는 15시 즈음 NSC(국가안전보장회의)를 열었을 정도로 발사 준비 단계부터 상황을 파악하고 있었다. 합동참모본부로부터 미리 보고를 받았는데 국군의 탄도탄 조기경보레이더에 발사 움직임이 포착됐다. 한미 군사 당국은 3월17일부터 대북 정찰 활동을 강화한 상태다. 

직접 발사 현장을 참관한 김정은 위원장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제공)

합참은 “평안북도 구성 지역에서 단거리 미사일로 추정되는 불상 발사체 각각 1발씩 2발을 동쪽 방향으로 발사했다. 추정 비행거리는 각각 420km와 270km(고도 50km)다. 추가 정보에 대해서는 한미 정보 당국이 정밀 분석하고 있다. 현재 우리 군은 북한의 추가 발사에 대비하여 감시 및 경계를 강화한 가운데 한미 간 긴밀하게 공조하면서 만반의 대비 태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합참이 지난주 토요일(4일) 북한이 쏜 발사체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표명한 것과는 달리 이번에는 바로 단거리 미사일로 확인해준 것이다. 근거는 사거리다. 지난번에는 동쪽 호도반도에서 240㎜ 방사포와 300㎜ 대구경 방사포(신형 전술유도무기)를 발사했는데 70~240km에 불과했다. 국제 군사 표준으로 보면 300km가 탄도 미사일의 기준선이다. 

북한의 탄도 미사일 보유 현황으로 보면 <스커드 500km →노동 1300km(일본까지 비행 가능) →무수단 3000km(러시아) →화성-12형 5000km(미국 괌) →화성-15형 10000km 이상(ICBM 대륙간탄도미사일로 미국 본토까지 도달 가능)>으로 정리된다. 스커드까지는 단거리다. 이번 미사일 발사는 서쪽에서 출발했고 분명 단거리지만 유엔 안보리(안전보장이사회) 결의 위반 소지가 짙다.

이번 발사가 스커드 계열 이하의 사거리라서 기존에 알려진 기종이 아닌 새로운 단거리 미사일을 시험해봤을 가능성도 있다. 

지난번 발사는 동쪽이었고 이번에는 서쪽이었다. (캡처사진=jtbc)

연합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조선중앙방송은 10일 아침 “김정은 동지께서 5월9일 조선인민군 전방 및 서부전선 방어부대들의 화력 타격 훈련을 지도했다. 최고영도자 동지께서는 지휘소에서 여러 장거리 타격 수단들의 화력 훈련 계획을 파악하고 개시 명령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한미 정보 당국이 객관적으로 파악한 사실이 있기 때문에 북한이 말하는 “장거리 타격 수단”이란 게 화성-12형의 5000km 이상을 의미하지는 않는 것으로 보인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이번 발사는 스커드 미사일과 사거리가 비슷한 범위에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조선중앙방송이 전한 바에 따르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그 어떤 불의의 사태에도 주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도록 만단의 전투동원태세를 갖추고 있어야 한다”며 “나라의 진정한 평화와 안전은 자주권을 수호할 수 있는 강력한 물리적 힘에 의해서만 담보된다”고 발언했다. 

이어 “며칠 전에 동부 전선 방어부대들도 화력 타격 임무를 원만히 수행하였는데 오늘 보니 서부전선방어부대들도 잘 준비되어있고 특히 전연부대들의 화력임무수행능력이 훌륭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현지 외신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우리 시간으로 10일 새벽 2시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매우 심각하게 주시하고 있다”며 “그것들은 보다 작은 단거리 미사일들이었다. 그것에 대해 아무도 행복하지 않다. 그러나 우리는 잘 살펴보고 있다. 지켜보자. 관계는 계속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나는 그들이 협상하길 원하고 있다는 걸 알지만 그들이 협상할 준비가 돼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북한은 경제적으로 엄청난 잠재력을 갖고 있다. 나는 그들이 그걸 날려 보낼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이번에 두 번에 걸쳐 발사된 미사일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제공)

문재인 대통령은 9일 저녁 KBS에서 생중계된 <대통령에게 묻는다> 특집 대담을 통해 “평안북도 지역에서 육지를 넘어서 동해안까지 발사를 했기 때문에 두발 중의 한 발은 사거리가 400㎞를 넘는다. 그래서 일단 단거리 미사일로 한미 양국이 함께 추정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유엔 안보리 결의 속에는 탄도미사일을 하지 말라는 그런 표현이 있기 때문에 비록 단거리라 할지라도 그것이 탄도미사일일 경우에는 유엔 안보리 결의에 위반될 소지도 없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특히 문 대통령은 “(남북 군사분야 합의 위반 소지에 대해) 훈련도 휴전선과 비무장지대로부터 일정한 구역 밖에서만 하기로 합의를 한 바 있는데 지난번이나 이번에 북한의 훈련 발사는 일단 그 구역밖에 있고 군사합의 이후에도 남북이 기존의 무기체계를 발달시키기 위한 시험 발사나 훈련 등은 계속 해오고 있기 때문에 남북 간의 군사 합의를 위반한 것은 아니라고 보고 있다”면서도 “북한의 이런 행위가 거듭된다면 지금 대화와 협상 국면을 어렵게 만들 수 있다는 점을 북한 측에 경고를 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단거리를 넘어서는 추가 도발 가능성은 있을까. 

역사를 돌이켜보면 김 위원장이 2011년 말 권좌에 오른지 7년 반 됐다. 김 위원장은 그동안 2017년 내내 핵 실험에 몰두했을 만큼 벼랑끝 전술로 일관했고 2018년 초부터 1년간 대화 모드에 올인해봤다. 세 번의 남북 정상회담과 두 번의 북미 정상회담이 있었을 만큼 선대 최고 권력자들이 간헐적으로 화해 제스처를 취했던 것과는 차원이 다른 행보였다. 하지만 하노이 회담을 정점으로 뭔가 성과가 없자 다시 벼랑끝 전술을 펼쳐왔던 과거의 강공 모드로 회귀할 수도 있다는 시그널을 보여주는 것으로 읽혀진다.  

북한이 바라는 성과는 여러 단계가 있지만 경제 건설을 위한 대북 제재 완화다. 하지만 하노이 회담까지 성사되기 위해 몇 가지 작은 조치들을 취했음에도 그것만으로 부족하다는 미국의 입장으로 인해 강온 병행 전략을 구사하게 된 것이다. 과거처럼 강공 일변도나 2018년 때처럼 대화 일변도로 가지 않겠다는 것이다. 아무리 식량난이 심각해도 확실한 과실이 보장된 대화 재개가 아닌 이상 인도적 지원만으로 도발을 멈추지는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재개의 수준에 대해서도 아직 회의적이라 김 위원장의 도발 수위는 미국의 액션이 어디까지 취해지느냐와 연동될 것으로 전망된다.   

과거 두 번의 사례처럼 북미 정상이 다시 마주앉으려면 앞으로 시간이 많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사진=백악관)
과거 두 번의 사례처럼 북미 정상이 다시 마주앉으려면 앞으로 시간이 많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사진=백악관)

물론 북한이 병행 전략을 구사해야 하기 때문에 레드라인(미국이 대북 정책의 기조를 강경하게 전환할 마지노선)을 넘지 않을 것으로 보이지만 한계치 범위 안에서의 추가 도발이 예상된다. 

이를테면 북한이 △노동 미사일을 쏘거나 △추가 신형 미사일을 발사하거나 △SLBM(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을 활용해 발사 장소를 옮겨서 쏘거나 △초단거리 미사일을 다발로 발사하거나 △탐지되지 않도록 기습적으로 발사하는 등 무수단 미사일까지 가지 않는 범위에서 도발을 일삼아서 대미 협상력을 끌어내려고 하는 것이다.  

이기동 국가안보전략연구원 부원장은 9일 방송된 jtbc <뉴스룸>에서 “식량 지원 수준에서 논의가 그치고 한미가 추가적으로 별다른 합의 결과를 내지 못 할 경우를 대비해 무력 시위를 한 것일 수 있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의 의도에 대해 문 대통령은 “하노이 회담이 합의를 이루지 못하고 끝난 데 대해서 상당히 불만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그래서 미국이나 한국 양측에 일종의 시위성 성격이 있지 않은가 판단하고 있다”며 “비핵화 대화를 자신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이끌고자 하는 압박의 성격도 담겨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추가적으로 “조속한 회담을 촉구하는 그런 성격도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어쨌든 북한의 의도가 뭐라고 하더라도 결국 근본적인 해법은 북미 양국이 조속히 빨리 (대화 테이블에 다시) 앉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 근거로 문 대통령은 대화의 판을 깨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정밀한 도발에 대해 언급했는데 “과거에는 이런 발사를 하면 굉장히 허세를 부리고 과시하는(ICBM이나 미사일 능력 과시) 그런 행동을 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그냥 신형전술유도 무기를 시험 훈련한 것이라고 로우키로 발표했고 발사 방향이라든지 지역도 미국이나 일본, 한국에게 별로 위협이 되지 않는 그런 방식으로 발사했기 때문에 북한 측에서는 한편으로 자기 의사를 표현하면서 판이 깨지지 않도록 유의하는 것으로 판단한다”는 설명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쌀 지원 의사를 피력하면서도 북한의 도발에 대해 경고의 메시지를 보냈다. (캡처사진=KBS)
문재인 대통령은 쌀 지원 의사를 피력하면서도 북한의 도발에 대해 경고의 메시지를 보냈다. (캡처사진=KBS)

대북 인도적 쌀 지원에 대해 문 대통령은 “그것이 대화 교착 상태를 조금 열어주는 그런 효과도 있을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은 아주 전폭적으로 지지를 보여줬다”고 말했고 “우리 정부가 비축하고 있는 재고미가 국내 수요를 넘어서서 보관비만 6000억원이 소요되는 실정이다. 그런 형편이기 때문에 북한 동포들의 심각한 기아 상태를 우리가 외면할 수 없다. 동포애나 인도주의적인 차원에서라도 우리가 북한에 식량을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남북미 외교적 흐름과 별개로 쌀을 지원하고 동시에 관계 개선을 기대하는 것인데 북한의 추가 도발 가능성이 상존하는 상황에서 현실화될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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