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무역위 "대웅제약 나보타 균주출처 공개하라"…대웅제약 vs 메디톡스 3년 공방 막 내리나
'보톡스 논란', 메디톡스 "대웅제약이 보톡스 균주 도용" vs 대웅제약 "경쟁사의 음해 행위"
대웅제약 주가 하락 vs 메디톡스 상승

강남구 삼성동 메디톡스 본사, 삼성동 삼성동 대웅제약 본사 (사진=우정호 기자)
강남구 삼성동 메디톡스 본사, 삼성동 삼성동 대웅제약 본사 (사진=우정호 기자)

[중앙뉴스=우정호 기자] 미간 주름 개선 등 미용 성형에 주로 사용되는 ‘보톡스’로 불리는 바이오 의약품 보툴리눔 톡신 제제의 주인이 판가름 날 전망이다.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대웅제약에 보툴리눔 톡신 '나보타' 균주 출처 정보를 메디톡스가 지정한 전문가들에게 제공하라고 명령했다.

메디톡스와 대웅제약은 보툴리눔 톡신 제제의 원료인 보툴리눔 균주 출처를 놓고 2016년부터 치열한 공방을 벌여왔다.

메디톡스는 그간 “대웅제약이 보톡스 균주를 도용했다”는 입장을 밝혀온 반면 대웅제약 측은 그런 사실이 없다며 “경쟁사의 음해 행위"라고 주장해 왔다.

나보타 균주를 둘러싼 메디톡스와 대웅제약의 오랜 다툼에 종지부가 찍힐지 주목된다.

美 무역위 "대웅제약 나보타 균주출처 공개하라"…대웅제약 vs 메디톡스 3년 공방 막 내리나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대웅제약을 상대로 대웅제약 보툴리눔 톡신 '나보타' 균주 정보를 메디톡스 및 지정 전문가들에게 넘기라고 8일(현지시간) 명령했다.

이번 명령은 ITC의 증거개시(Discovery) 절차에 따라 진행된 것으로 강제적 집행권이 부여됐으며, 이에 따라 대웅제약은 15일까지 관련 정보를 제출해야 한다.

메디톡스의 ITC 제소를 담당하는 미국 현지 법무법인 클리어리 가틀립 스틴 앤 해밀턴(Cleary Gottlieb Steen & Hamilton)은 "ITC 행정판사(the Administrative Law Judge)는 보툴리눔 균주와 관련 서류를 제출하지 않겠다는 대웅제약의 요청을 거부했다"고 밝혔다.

법무법인은 또 "메디톡스가 지정한 전문가에게 대웅제약의 보툴리눔 균주를 검증할 수 있는 시설에 대한 접근 권한을 부여하고 관련 서류와 정보를 제공토록 명령했다"고 설명했다.

ITC는 일방 당사자가 보유한 소송 관련 정보와 자료를 상대방이 요구하면 제출하도록 의무를 부여하는 '증거개시 절차'를 두고 있다.

따라서 관련 증거가 해당 기업의 기밀이더라도 은폐할 수 없다. 대웅제약이 이를 거부하면 ITC는 대웅제약이 균주를 도용했다는 메디톡스의 주장을 사실로 인정하게 된다. 대웅제약 나보타 수출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앞서 지난 2월 메디톡스는 미국 내 사업 파트너인 앨러간과 메디톡스 과거 직원이 보툴리눔 균주와 상품 제조공정 정보를 대웅제약에 불법으로 팔아넘겼다며 대웅제약과 나보타 미국 판매사 에볼루스 ITC에 제소했다. ITC는 지난 3월1일 조사에 착수했다.

아울러 메디톡스와 대웅제약은 보툴리눔 톡신 제제의 원료인 보툴리눔 균주 출처를 놓고 2016년부터 치열한 공방을 벌여왔다.

메디톡스는 대웅제약이 자체 개발했다는 보툴리눔 톡신 제제 나보타가 자사의 균주를 도용한 제품이라고 주장한다.

이와 관련 미국과 한국 법원에 대웅제약이 영업비밀을 침해했다며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대웅제약이 전 메디톡스 직원을 매수해 균주와 제조 관련 정보를 훔쳤다는 게 메디톡스의 주장이다. 반면 대웅제약은 경쟁사의 음해 행위라고 반박해왔다.

법원에서 두 회사의 균주 공방에 대한 판단이 내려지지 않은 채 대웅제약의 나보타가 지난 2월 미국 식품의약품청(FDA)에서 허가를 받았고, 메디톡스는 ITC에 대웅제약의 불공정 행위를 제소해 지난 3월 1일부터 ITC의 공식 조사가 시작됐다.

메디톡스가 ITC에 제소한 소송과 동일한 내용으로 국내에서는 민사 소송이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소송에서는 두 회사의 보툴리눔 균주에 대한 포자 감정이 예정돼 있다.

대웅제약 나보타 (사진=대웅제약 제공)
대웅제약 나보타 (사진=대웅제약 제공)

'보톡스 논란', 메디톡스 "대웅제약이 보톡스 균주 도용" vs 대웅제약 "경쟁사의 음해 행위"

한편 미국에서 재점화한 대웅제약과 메디톡스의 보툴리눔 톡신 출처 논란이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의 조사와 증거 제출 명령으로 본격화 되자, 두 회사는 모두 "증거 제출을 계기로 상대방의 허위 주장을 입증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와 관련해 메디톡스 관계자는 "과학적으로 공정하게 검증할 수 있는 복수의 국내 및 해외 전문가를 ITC에 추천했다"며 "나보타 균주 및 관련 서류와 정보를 확보해 전체 유전체 염기서열분석 등 다양한 검증 방식으로 대웅제약의 불법 행위를 밝혀낼 것"이라고 말했다.

메디톡스는 대웅제약을 제외한 국내 보툴리눔 톡신 기업들을 향해서도 경고했다. 메디톡스측은 "출처가 불분명한 보툴리눔 균주로 사업을 진행하는 20여개 국내 기업들을 과학적으로 검증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메디톡스 관계자는 "나보타 균주 및 관련 서류와 정보를 확보해 전체 유전체 염기서열분석 등 다양한 검증 방식으로 대웅제약의 불법 행위를 밝혀낼 것"이라며 "대웅제약이 마구간 토양에서 보툴리눔 균주를 발견했다는 주장 역시 명백한 허구임이 입증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대웅제약은 ITC의 결정에 성실히 임하겠다는 공식 입장을 냈다.

대웅제약 관계자는 "증거 수집(증거개시, Discovery) 절차는 쌍방 집행할 수 있게 돼 있어 상대방 회사의 보툴리눔 균주를 받을 수 있다"며 "포자를 형성하지 않는다는 메디톡스의 보툴리눔 균주를 제공받아 그 실체를 확인하고 확실하게 검증할 것"이라고 말했다.

보툴리눔 균의 포자 형성 여부는 두 회사가 서로 대립하는 부분 중 하나다. 메디톡스는 자사의 보툴리눔 균주인 '홀A하이퍼 균주'(type A Hall hyper)는 포자를 형성하지 않기 때문에 자연 상태에서 발견될 수 없다고 주장한다.

반면 대웅제약은 홀A하이퍼 균주의 특성을 가진 보툴리눔 균주를 자연 상태인 마구간(토양)에서 발견했다고 밝혀왔다.

균주의 포자 형성 여부는 서로의 주장을 검증하는 건 물론 균주 도용 여부를 가늠할 단서가 될 전망이다.

대웅제약 관계자는 "이번 기회에 제조방법뿐만 아니라 균주와 관련된 상대방의 모든 허위 주장을 입증하고 분쟁을 완전히 종결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 한다"고 말했다.

(사진=네이버 주식)
(사진=네이버 주식)

대웅제약 주가 하락 vs 메디톡스 상승

한편 보톨리늄 균주 논란이 불거지자 대웅제약 주가가 하락한 반면 메디톡스는 상승했다.

대웅제약은 5월 13일 13시 50분 전일 대비 약 7.4% 하락한 175,000원에 거래되고 있다. 대웅제약은 코스피 상장 기업으로 의약품 업종에 속해 있다. 시가총액은 2조 1,898억원으로 코스피 상장기업 중 98위에 위치 해 있다.

반면 메디톡스는 같은 시간 전일 대비 약 1.01% 상승한 521,300원에 거래되고 있다. 메디톡스는 코스닥 상장 기업으로 시가총액은 3조 320억원으로 코스닥 상장기업 순위 7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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