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오가 말하는 노무현·김한길 방식의 ‘협치’  
이재오가 말하는 노무현·김한길 방식의 ‘협치’  
  • 박효영 기자
  • 승인 2019.05.13 20: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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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선 5당 만남 후 1대 1
노무현 대통령 직접 전화
김한길의 양보
장외투쟁 중인 야당 설득
여당 원내대표의 역할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청와대가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의 1대 1 회동 제안에 대해 그대로 수용할 수 없다면서 새로운 카드를 내밀었다.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13일 오후 브리핑을 통해 “현재 추경(추가경정예산)과 민생 현안 등 국회에서 입법으로 풀어야 할 과제들이 산적해 있다”며 “최대한 빨리 여야정 상설협의체(5당 원내대표 회동)가 정상 가동되기를 강조한다. 5당 대표 회동도 조기에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이미 청와대는 한국당 측에 비공식적으로 ‘선 5당 대표 후 1대 1 회동’ 카드를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성사된다면 5당 대표 회동 당일에 별도로 시간을 마련할 수도 있고 다른 날짜를 잡을 수도 있다. 

고민정 대변인이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한국당은 현재 청와대에 △비교섭단체를 제외한 3당 교섭단체로 국한해서 여야정 상설협의체를 가동하고 △문재인 대통령과 황 대표의 1대 1 회동을 요구하고 있다. 한국당 입장에서 민주평화당과 정의당은 사실상 범여권 정당이기 때문에 논의 테이블에 껴봤자 도움이 안 될 거라는 판단을 하고 있다. 

그에 앞서 문 대통령은 지난 9일 취임 2주년 대담 생중계를 통해 “여야정 상설협의체를 분기에 한 번씩 (정국) 상황과 상관없이 하기로 합의했는데 그것이 지난 3월이었다. 그 약속이 지켜지지 않고 있다. 지금이라도 그 약속을 지키는 모습을 보이자고 말하는 것이다. 어쨌든 노력을 하더라도 손바닥이 마주쳐야 소리가 나는 것이기 때문에 내 제안에 대해 야당 측에서 좀 성의있는 답변이 나오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어 “여야 간의 정치적 대립은 늘상 있어왔던 것이고 또 이제라도 한 페이지 넘기고 다시 새로운 대화를 통해서 새로운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문재인 대통령은 여야 5당 영수 회담을 비롯 여야정 상설협의체 가동을 제안했다. (캡처사진=KBS)

어찌됐든 청와대는 공식적으로 한국당의 요구를 수용하지 않으면서도 비공식적으로 새로운 카드를 역제안한 상태다. 

이러한 가운데 이재오 한국당 상임고문은 11일 방송된 TV조선 <강적들>에서 “국회가 지금 저 모양이니까. 국정이 안 잡힌다. 되는 게 하나도 없다. 경제가 그렇고 안보도 그렇고 되는 게 하나도 없다. 그러면 대통령이 겸손해야 한다. 자세를 낮춰야 한다”며 과거 제1야당 원내대표 재임 시절 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례를 환기했다. 

이재오 상임고문은 지금의 꽉 막힌 정국을 뚫기 위해 과거 사학법 때의 사례를 풀어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이재오 상임고문은 지금의 꽉 막힌 정국을 뚫기 위해 과거 사학법 때의 사례를 풀어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2006년 초 노 전 대통령과 김한길 전 열린우리당 원내대표의 좋은 협치 사례를 거론한 것이다. 그때 두 정치인이 여권 지도자로서 보여준 정치적 양보를 부각해서 현재도 여권이 그렇게 하면 된다는 취지다. 

지난 4월29일과 30일 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더불어민주당·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정의당)은 패스트트랙(지정하고 330일 이후 본회의 표결)으로 △선거제도 개정안 △공수처 설치법(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검경수사권 조정법을 지정했고 한국당은 장외투쟁을 선언했다. 이후 2주가 흘렀지만 강대 강 대치는 여전하다.

사학법(사립학교법) 정국으로 여야 갈등이 심각했던 2005년 연말 때도 이와 비슷했다. 2005년 12월9일 개방형 이사제 도입을 골자로 하는 사학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열린우리당(152석)·민주노동당(10석)·새천년민주당(9석)의 연합으로 통과됐었다. 당시 한나라당(121석)은 직권상정을 감행한 김원기 전 국회의장을 맹비판했고 12월12일부터 장외투쟁에 돌입했다. 

이 상임고문은 “사학법 반대 투쟁 때 근 60일간 박근혜 대표가 한나라당을 밖으로 끌고 나가고 할 때 내가 원내대표 됐을 때 국회가 해결될 기미가 안 보였다”면서 “한나라당이 돌아올 기미가 안 보이고 여당이 양보할 기미도 안 보였다. 이때 노 전 대통령이 내가 울산에 가서 국회의원들과 저녁을 먹고 있는데 밤 10시가 넘어서 전화를 했다”고 운을 뗐다. 

청와대에 초청된 이 상임고문과 김한길 전 원내대표가 노무현 전 대통령과 대화를 나누고 있는 모습. (캡처사진=TV조선)

이 상임고문에 따르면 노 전 대통령은 당시 한나라당 원내대표에 갓 취임한 자신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바로 다음날 조찬 회동을 제안했다. 이 상임고문은 울산에 있어서 바로 상경하기 어려웠지만 노 전 대통령의 간곡한 부탁에 수락했다.

이 상임고문은 청와대 관저에서 노 전 대통령, 김 전 원내대표와 3자 회동을 했다. 

“여러 이야기를 하다가 노 전 대통령이 김 원내대표에게 그러더라. 이번에 사학법은 이 원내대표의 손을 들어달라. 딱 그러더라. 그래서 김 원내대표의 얼굴 색이 변해서 아니 당내 분위기는 그게 아니라고 그랬다. 그러자 노 전 대통령이 언제 당이 내 말 들었는가? 그러니까 김 원내대표는 뒷말이 없다. 아니 대통령이 야당 대표 손을 들어줬는데 (어찌할 도리가 없다).” 

그렇게 노 전 대통령은 야당 원내대표 앞에서 여당 원내대표의 양보를 관철하는 모양새를 취한 뒤 경내 산책을 안내했다. 

“김 전 원내대표가 먼저 가고 나서 노 전 대통령이 나를 보고 이 원내대표 들어왔으니 청와대 경내를 안내하겠다. 관사의 방을 일일이 소개하고 밖에 나와서 청와대 뒷산 가운데 산책로를 쭉 돌면서 설명했다. 그러고 내가 (한나라당으로) 돌아와서 대통령이 야당 손을 들어주라 그랬다. 그렇게 보고했다.”

(캡처사진=TV조선)
김 전 원내대표와 이 상임고문이 북한산으로 동반 등산을 가서 정국 해법을 모색했다. (캡처사진=TV조선)

대통령이 직접 야당 지도자를 청와대로 초청해서 정치적 양보를 하고 예우를 갖춰서 돌려보내니 어느정도 해법의 실마리가 찾아질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면 이제 야당이 움직일 명분이 생겼다.  

“김 전 원내대표는 가서 보고했으나 택도 없지 않겠는가(유재건 전 열린우리당 의장은 이미 통과한 사학법에 대해 재개정 발의 불가 방침 고수). 그래서 그 다음날 내가 김 전 원내대표를 만나서 등산이나 가자고 했다. 그래서 북한산을 갔다. 그렇게 협상안을 논의했다. 대통령 체면도 세워야하지 않겠는가. 그러면 내가 여기까지 양보를 하겠다. 내가 딱 먼저 제시했다. 김 전 원내대표도 선배가 그 정도 양보하면 좋다. 합의하자. 그래서 북한산에서 둘이 전격적으로 합의해서 내려왔다.” 

이 상임고문은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에게 “합의를 봤다고 그랬고 나한테 맡겨달라고 그랬다. 내일부터 장외투쟁을 멈추고 원내로 복귀한다. 그래서 들어갔다”면서 당시 막힌 정국을 풀어갔던 프로세스를 환기해서 지금 민주당이 참고해보기를 당부했다.

결과적으로 △노 전 대통령의 적극적인 액션 △2006년 1월30일 이 상임고문과 김 전 원내대표의 북한산 등반 등을 통해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은 2월1일 4개항 합의문(국회 정상화/사학 발전과 사학비리 근절을 위한 사학법 재개정 논의/한나라당의 사학법 재개정안 제출시 상임위원회 논의 시작/그밖의 현안 즉각 논의)을 발표할 수 있었다.

같이 출연한 시사평론가 김갑수씨는 “그때 60일 동안 국회가 정지돼 있는 상태에서 노 전 대통령이 결단을 내린 거다. 사학법을 결국 포기한 것이다. 4대 악법이라고 해서 노무현 정부의 가장 큰 과제를 포기하는 그런 결단이었다”고 설명했다.

진행자인 김성경씨도 “아무튼 여기서 방점은 대통령이 나섰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캡처사진=TV조선)
이인영 원내대표가 막힌 정국을 잘 풀어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캡처사진=TV조선)

이 상임고문은 “대통령은 판(패스트트랙으로 정국 경색이)이 이 정도 되면 야당 원내대표나 당대표를 청와대로 불러서 소주 한 잔을 하거나 아침을 같이 먹고. 야당에서 이러는데 이 정도 하자고 대통령이 중재할 수 있는 아량이 있어야 한다”고 재차 주장했다. 

이어 “여당 원내대표는 밤중에라도 자정에라도 야당 원내대표 집을 찾아 가야 한다. 권력 잡았다고 오만하게 버틸 게 아니고 발에 불이 나도록 원내대표 집에 찾아가고 당대표 찾아가고 사무총장도 찾아가고 안 만나주면 집 앞에서 기다리기도 하고. 그렇게 해서 (협상)안을 갖고 가서 우리가 이 정도 양보할테니까 하자. 싸우더라도 우리가 국회는 같이 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여당 원내대표도 뭔가 진지한 걸 보여줘야지”라며 현재의 정국 경색은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가 풀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수보회의에서 한국당의 태도를 지적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 (사진=청와대)

한편, 문 대통령은 13일 오후 청와대 여민관에서 수석보좌관 회의를 열고 “세상은 크게 변화하고 있지만 정치권이 과거에 머물러 있어 매우 안타깝다. 촛불 이전의 모습과 이후의 모습이 달라진 것 같지 않다. 분단을 정치에 이용하는 낡은 이념의 잣대는 그만 버려야 한다. 평화라는 인류 보편의 이상, 민족의 염원, 국민의 희망을 실현하는데 여야가 따로 있을 수 없다”며 한국당의 강경 노선을 꼬집는 듯한 발언을 했다.

이날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도 청와대 모든 직원에게 메일을 보내 “아직까지 냉전시대의 낡은 사고에서 벗어나지 못 한 채 평화와 번영을 위한 우리의 노력을 색깔론으로 폄훼하려는 시도가 끊이지 않는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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