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립미술관의'데이비드 호크니展' (사진=신현지 기자)
'데이비드 호크니展'에 많은 관람객들이 관심을 보이고 있다 (사진=신현지 기자)

[중앙뉴스=신현지 기자] 전 세계 미술애호가들이 사랑하는 데이비드 호크니 작품을 서울에서 만나볼 수 있다. 서울시립미술관과 영국 테이트미술관이 공동으로 열리고 있는 데이비드 호크니 기획展이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 본관에서 8월 4일까지 진행 중에 있다.   

서울시립미술관의 이번 전시는 호크니의 뮤즈와 주변인을 그린 초상화를 비롯하여 로스앤젤레스 시기의 작품과 호크니의 예술에 있어서 가장 풍요로웠던 60년대 중반의 작품은 물론, 80년대 이후 좀 더 실험주의에 가깝게 변모한 호크니의 작품세계 등 호크니 전 생애에 걸친 시기별 주요작을 입체적으로 조명하고 있다.  

고전과 현대, 정통성과 실험성을 동시에 추구하며, 서사가 담긴 작품으로 전 세계인을 매료시키는 현대 미술의 거장인  데이비드 호크니. 

먼저 데이비드 호크니를 소개하면 그는 1937년 영국 태생으로 1960년대부터 현재까지 꾸준히 사랑을 받아온 대중적인 예술가다. 그가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1970년대 로스앤젤레스에 이주하면서부터. 이때 수영장, 건축물, 정물 등을 비롯하여 2인 초상화 (double portraits)를 그리면서 세계적으로 가장 영향력 있는 현대 미술의 거장으로 명성을 얻기 시작했다.  

(사진=신현지 기자)
서울시립미술관 (사진=신현지 기자)

특히 그는 오랫동안 관찰하고 바라보는 행위를 통해 작품에 이야기와 생명력을 불어넣는 탁월한 능력을 지닌 것으로 평가되면서 지난해 영국 작가 호크니의 1972년작 ‘예술가의 초상’이 미국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서 1019억에 팔렸다. 이는 생존 작가 중 세계 최고가를 기록한 것으로 전세계 미술애호가들을 놀라게 했다. 

본지가 방문한 날도 서울시립미술관의 호크니의 기획전시관은 점심시간을 이용한 직장인들이 줄을 이어 북적였다.

3개의 전시관에 나뉘어져 진행되고 있는 이날 한 여성 관람객은 “호크니의 작품이 최고의 비싼 가격에 팔렸다는 것에 호기심이 생겨 전시장을 찾아오게 됐다.”며 “그림을 잘 볼지는 모르지만 색감과 화법이 감성적이고 입체적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미술전공자라고만 밝힌 A씨는 “호크니의 인기 비결은 인간이 살아가는 동안 경험했을 시대적 상황에 따른 갈등과 고뇌, 가족애, 생활터전, 주변사람과 풍경, 사물 등을 전통적인 회화 기법으로 그려 관람객들의 마음을 끌어당긴다.”며“아마도 이것이 호크니의 매력인 것 같다.”라고 말했다.  

(사진=신현지 기자)
(사진=신현지 기자)

이날 전시장을 돌던 관람객들이 특별히 관심을 보이는 건 호크니를 세상에 알린 1967년 작품 ‘더 큰 첨벙’이었다. 아주 천천히 물의 움직임을 관찰해 세밀하게 그린 이 작품은 호크니의 수영장 시리즈 중 가장 상징적인 작품으로 또 다른 수영장 시리즈 ‘예술가의 초상’만큼이나 가치 있는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날 관람객들에 그림의 이해를 돕는 큐레이터는 “호크니는 첨벙하고 물이 흩어지는 단 2초도 안 되는 찰나의 모습을 작은 붓으로 약 2주 동안 그렸다”라고 설명을 덧붙이기도 했다. 그림의 문외한인 기자의 눈에도 네모난 수영장과 수면에 튀는 물보라가 마치 한 순간에 렌즈로 포착한 것처럼 사실적으로 보였다. 마치 물이 튀어 사방으로 흩어지는 유연한 느낌이라고 할까.  

호크니는 수영장 연작에서 남성을 성적 욕망의 대상으로 묘사하여 미술에서 남성을 다루는 방식에 놀라운 변화를 일으켰다는 평가도 가져왔다. 즉, 호크니는 스스로 동성애적인 성향을 공개적으로 밝히기도 했는데 수영장 연작, 샤워하는 소년 연작 등은 호크니의 혼란스러웠던 정체성과 심리적인 갈등을 드러내고 있다는 것이다.   

데이비드 호크니의 부모를 그린 초상화
데이비드 호크니의 부모를 그린 초상화

이는 1960년대 초 영국의 동성애 반대 법안에 도전하는 것이라 논란의 중심에 서 있기도 했다. 특히 ‘예술가의 초상’은 동성애자인 그가 이별한 아픔을 주제로 그린 것으로 서 있는 사람이 연인이며 물속의 인물이 호크니라고 해석이다.  

특히 호크니 작품모델은 대부분 가족과, 친구, 연인들로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 특징으로 그 중 ‘클라크부부와 고양이 퍼시의 초상’은 패션 디자이너 오시 클라크와 그의 아내이며 섬유 디자이너 넷시아 버트웰, 그리고 그의 애완 고양이 퍼시를 그린 것이다.

이날 큐레이트는 “그의 그림의 모델은 가족, 연인은 물론 가정부, 안마사, 등의 특징을 섬세하고 인상 깊게 그려 초상화의 인물이 누구인지 굳이 제목을 붙이지 않아도  알 수 있다.”라고 그의 그림의 이해를 도왔다.   

이밖에도 호크니는 디지털카메라시대를 예견하고 일찍이 폴라로이드 사진을 포토콜라주 작업에 활용했는데 이는 곧 서양 원근법이 가진 전통적인 시각구조에 대한 반문인 동시에 파노라마 회화와 멀티캔버스 회화로 이어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고전과 현대를 아우르며 또한 실험적인 정신으로 작품세계를 펼치고 있는 그는 피카소의 영향에 따른 것으로도 알려지고 있다. 특히 그의 작품 푸른 기타(1976~7)시리즈에서는 피카소에 대한 호크니의 경외심과 탐구정신을 엿볼 수 있는 것으로 20세기 후반 판화사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이처럼 시대의 흐름에 따라 작품세계를 펼치며 세계 영향력 있는 아티스트로 자리매김한 데이비드 호크니 展은 오는 8월까지 계속된다. 한편 타임지는 올해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 명단에 그의 이름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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