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와 오신환의 ‘치킨 게임’
손학규와 오신환의 ‘치킨 게임’
  • 박효영 기자
  • 승인 2019.05.16 20: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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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른미래당 불편한 동거
손학규 자리 사수 선언
명분은 양극단 폐해 극복과 중도
담판 승부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가 물러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전날(15일) 원내 사령탑으로 바른정당계 오신환 원내대표가 선출되자 위기감이 임계점에 다다랐는데 정면 돌파를 선택한 것이다. 오 원내대표는 손 대표 체제의 교체를 내걸고 당선됐다. 손 대표도 작년 8월 바른미래당 전체 당원과 국민의 선택을 받은 만큼 민주적 정당성을 갖고 있다. 그래서 당내 원톱과 투톱이 불편한 동거를 오래 할 수는 없을 것이라 곧 담판 승부를 벌일텐데 결말을 예측하기 어려워졌다.

손 대표는 16일 오후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손학규가 계파 패권주의에 굴복해 퇴진하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라며 “어제의 원내대표 선거는 의원단의 국회 대표를 뽑는 선거였지 당의 대표를 뽑는 선거가 아니었다”고 밝혔다.

이어 “국민 여러분이 만들어준 중도개혁 정당 바른미래당을 손학규가 기필코 지켜내겠다”고 공언했다.

손학규 대표는 결코 대표직에서 물러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손 대표가 물러서지 않기 위해 내세운 정치적 명분은 ‘중도’와 ‘제3의길’을 구축하는 것이다. 

거대 양당의 대결 정치를 극복하고 중간 지대를 확고히 하겠다는 것인데 손 대표는 “총선이 다가오면서 양당 체제로 복원하려는 움직임이 꿈틀대고 있다. 분명한 건 바른미래당이 소멸한다면 정치가 다시 극한 대립의 이념 정치로 회귀”한다는 위기감을 갖고 있다. 

더 나아가 손 대표는 “국민이 만들어준 중도개혁 정당 바른미래당이 수구보수 세력의 손에 허망하게 넘어가지 않도록 정치적 명운을 걸고 당을 지키겠다”면서 사실상 바른정당계가 당권을 장악하면 자유한국당으로 흡수될 것이라는 가정을 부각했다.

결국 5% 대의 낮은 지지율이 문제다. 손 대표의 리더십 위기 역시 4.3 재보궐 선거에서 이재환 후보가 3% 대의 성적표를 받을 것이 충분히 예상됐음에도 공천을 강행해서 불거졌다. 그래서 손 대표는 9월 중순 추석 때까지 지지율 10% 달성을 조건부로 자신의 거취를 걸었고 그 10%를 도달하기 위한 “절호의 기회”가 올 것이라고 낙관했다. 그 절호의 기회라는 것은 사실 막연하다. 

손 대표는 여권의 경제 실정에 대한 심판론, 한국당의 적폐 본성에 대한 국민의 외면 등 총선이 다가올수록 중도 세력에 대한 기회가 반드시 올 것이라는 믿음을 피력했다. 그때까지 지지율을 어느정도 성취해낼 수 있도록 버텨야 하는데 그 방안으로 손 대표는 △외부 인사 위주의 혁신위원회(제2창당위원회) 설치 △당내외 인사를 균형적으로 배치한 총선전략기획단 가동 등을 약속했다.

손 대표는 “(혁신위나 창당위에) 당헌당규가 허락하는 최대한의 전권을 부여해 당의 혁신을 일임하겠다. 그 성과를 바탕으로 총선전략기획단을 가동하겠다. 총선전략기획단은 총선 전략을 조기에 수립하고 실행할 수 있도록 최대한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손 대표는 양당 체제를 극복하고 제3의길을 구축하겠다고 공언했다. (사진=박효영 기자)

재작년 바른정당 대표로 선출된 유승민 의원이 “죽음의 계곡”을 관통하는 자신의 운명을 설파한 적이 있었는데 손 대표도 무산 큰스님과 윈스턴 처칠 영국 수상을 거론하면서 “지금 천길 낭떠러지 앞에서 죽기를 각오하고 앞으로 나가고자 하는 것이다. 나를 죽이고 민주주의를 제대로 살리겠다는 각오로 나섰다”고 강조했다.

이어 “나는 당대표에 출마할 때 쏟아질 비난, 조소, 비아냥을 기꺼이 받아들이고 한국 정치의 새로운 길을 찾겠다고 말씀드렸다. 지금 그 비난과 조소를 받으면서 이 자리에 섰다”고 말했다.

손 대표는 이날 오후 중으로 오 원내대표와 담판 회동을 갖고 결론을 내겠다는 입장인데 사실상 원내 의원들의 지배적인 여론이 손 대표에 대한 불신임으로 기운 마당에 어떤 결론이 도출될지 예측하기 어렵다. 손 대표 입장에서 사퇴 불가를 천명한 마당에 전당원 투표를 통한 재신임 묻기 방식에 섣붇리 동의하기도 어렵다. 그렇다고 오 원내대표 입장에서 혁신 기구 하나 설치하는 것으로 퉁칠 수도 없다. 손 대표가 자리를 지키기 위해 지도부 퇴진에 서명한 정무직 당직자들을 대거 물러나게 했고 이로인한 바른정당계의 원성은 하늘을 찌르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쫓겨난 당직자들 원상복귀 △재신임 전당원 투표 실시 등 절충안이 도출될지, 치킨 게임(양쪽이 모든 것을 걸고 극단적으로 맞붙는 게임)으로 손 대표가 물러나게 될지, 아니면 최악의 불편한 동거가 지속될지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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