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인의 신농가월령가] 남산위에 저 소나무    
[이재인의 신농가월령가] 남산위에 저 소나무    
  • 이재인
  • 승인 2019.05.17 0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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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인 전 경기대 교수
이재인 전 경기대 교수 / 소설가

[중앙뉴스=이재인] 어제는 명품고택에서 꿀잠을 잤다. 꿀잠을 잔다는 것은 그날의 행복이다. 피로도 풀어지고 정신도 맑아지니 일거양득이랄까. 구들에 온기가 스며오고 대들보 서까래에서 품어 나오는 소나무의 그진한 향기가 옛 나의 고향집을 연상케 했다.

한옥에는 반드시 소나무 서까래를 사용한 것은 선조들의 거룩한 지혜이다. 소나무가 이 지구상에 나타난 것이 중생대 트라이아스 말기로 대략 1억 7천만 년 전이라고 학계에서 보고한 바 있다.

그러니 나무들 가운데 소나무는 조종에 속한다. 오죽하면 선조들은 소나무 솔송에다 귀공자를 삽입하였겠는가. 그 아취를 짐작할 수 있다. 우리 애국가 가사 2절에 보면 남산위에 저소나무 철갑을 두른 듯이라는 명문이 가슴을 뜨겁게 한다. 

소나무는 나무 중에 귀공자이다. 우리나라 산야와 만주 등지에서 사는 이 소나무가 진짜 소나무이다. 이 소나무는 건축자재로서도 최고급이다. 그런가하면 소나무에서 나는 송진은 화학 약품으로도 긴요하고 솔나무 가루 즉 송홧가루는 약재로 사용한다.

오래된 송진을 복려라하고 귀한 약재가 된다. 이소나무는 대략 오월 경에 수꽃과 암꽃이 한그루에서 피어난다. 열매는 연녹색으로 자라면서 성장하면 갈녹색으로 변한다.

소나무 씨에는 날개가 있어 바람에 날려 이동한다. 이렇게 되어 척박한 땅에 뿌리를 내려 자라면서 가지는 화목으로 줄기는 도구재 땔감으로 유용하게 사용된다. 소나무 종류는 여러 가지가 있다.

하지만 우리 품종으로는 반송 금강나무 처진 소나무 중곰솔나무로 가름할 수가 있다. 이 소나무는 한겨울 가지에 흰 눈에 쌓인 모습 또한 경외스럽고도 초연한 정취는 어느 나무에 비해도 손색이 없다.

이런 나무가 우리 곁에서 든든하게 서 있는 모습은 가히 벼슬의 품계를 줄만하기도 하다. 그래서 보은 속리에 있는 정이품송이 존재하는지도 모른다. 이 소나무는 천연기념물 제 103호이다.

이 아름답고 멋진 선인들의 여유와 해학이 소나무에 스토리가 잠재돼 잇다. 소나무는 겨레의 애환이 스민 우리의 반려이다. 옛날 시골에서 산모가 애기를 낳으면 금줄에 소나무가지와 고추를 섞어 매달았다.

필자가 태어났을 때에도 아버지께서 솔나무 가지를 꺾어다 금줄에 매달고 보름달이 큰 소나무가지에 걸리면 묵념의 기도를 드렸다고 들었다. 애국가 가사에 나타난 남산이란 그럼 무슨 산이겠는가를 나는 문학적으로 해석하면 그게 우리가 꿈꾸던 이상향인 문필봉일 것이다.

문무를 가리지 않고 앞산에 문필봉이 존재해야만 인물이 탄생한다는 신화가 바로 남산이다. 우리나라는 산악 국가이니 어딜 돌아보아도 앞산에 소나무 춘양목 황금송이 백두대간을 타고 자생해온 생장지이다.

이 금강송도 지금 경북 울진군북면 일대에 보호수로 지정되어오는 문화재가 되었다. 내가 자란 옛집에는 서까래가 드러난 초가였다 그러니 송진 냄새 가득한 곳에서 자라고 단잠을 잤다. 이런 탓인지 지금도 춘양목처럼 거장하다고 할까?

이제 이 여름 나는 소나무 숲에서 힐링을 하고 이웃 가까운 명품고택 주인장 조선생과 동숙하면서 소나무 숲을 스치는 송풍에 가슴 설렌다. 이런 나무를 우리는 나무 중에 으뜸이라 하여도 손색이 없으리라.

서산 태안반도에 송염이란 송화가가 앉은 소금이 금값이라니 나무 중에 귀공자는 소나무이다. 아하! 또 단잠 자던 한옥이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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