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강간 피해자의 진료 기록
공소시효 연장 주효
김학의 성폭행 혐의도?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김학의씨(전 법무부 차관)의 권력형 범죄에 공범 관계를 형성했던 건설업자 윤중천씨(전 중천산업개발 회장)가 구속됐다. 별장 강제 성접대 사건으로 2013년 구속됐다가 석방된지 6년 만이다. 

명재권 영장전담 부장판사(서울중앙지방법원)는 22일 22시 즈음 윤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검찰 수사단(여환섭 청주지방검찰청 검사장이 수사단장)은 한 달 전 윤씨에 대한 첫 번째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기각됐다. 하지만 수사단은 보강 수사를 통해 기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알선수재 △공갈 혐의 뿐만 아니라 △강간치상(특수강간) △무고 및 무고 교사까지 추가로 영장에 적시해서 재청구했다. 

윤중천씨는 구속됐고 향후 김학의씨에 대한 혐의 입증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명 판사는 구속영장실질심사를 진행한 뒤 “범죄 사실 중 상당 부분 혐의가 소명되고 사안이 중대하고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일단 무고는 내연녀였던 F씨의 돈을 갚지 않으려고 윤씨가 아내 G씨를 교사해 자신과 F씨를 간통죄로 고소하도록 한 혐의다.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은 강간치상 혐의였다. 윤씨는 2006~2008년 사이 피해 여성인 A씨를 성폭행했고 그것을 촬영해서 협박한 뒤 유력 인사에게 성접대를 강요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 과정에서 일어난 끔찍한 일이 영장에 적시됐는데 이런 거다. 윤씨는 A씨에게 피부과 의사 B씨와의 성행위를 강요했는데 그 이후에도 A씨가 B씨와 만남을 이어간 것으로 의심하고 흉기 협박과 성폭행을 일삼았다. 또한 A씨가 원주 별장에서 유명 화가 C씨와의 강요된 성행위를 거부하자 윤씨는 또 다시 강간치상을 범했다.

물론 윤씨는 강제성과 폭행없이 자연스러운 성관계였다는 주장을 하고 있고 윤씨의 변호인도 수사단이 특수강간을 적용한 것은 처벌을 위한 처벌을 위해 공소시효를 늘린 꼼수라는 입장이다. 그럼에도 영장 발부 요건의 대전제는 혐의 소명의 상당성이라 명 판사도 윤씨의 특수강간 혐의를 인정한 것이라고 봐야 한다. 

그게 가능했던 수사단의 활로는 공소시효 전략에서 비롯됐다. 특수강간 혐의를 적용할 수 있는 증거들을 확보한 것이 주효했다. 성폭력범죄특례법 4조 1항에 따르면 “흉기나 그밖의 위험한 물건을 지닌 채 또는 2명 이상이 합동”해서 강간죄를 범하면 무기징역 또는 5년 이상의 징역형에 처한다. 공소시효는 15년이다. 특히 A씨는 2008년 3월 피폐해진 심신 상태에서 정신과 진료를 받았고 PTSD(외상후 스트레스 장애) 진단을 받았다. 그 당시 진료 기록이 객관적으로 A씨가 특수강간의 피해를 당했다는 증거로 작용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김씨는 2013년 수사 무마를 받은 대신 그 업보를 6년간 받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어찌보면 수사단 입장에서 윤씨는 김씨를 잡기 위한 전초전 성격이 있다. 윤씨와 김씨의 깊은 뇌물관계를 통해 지난 16일 김씨를 구속시킨 데 성공했으니 이제 특수강간 혐의를 적용할 가능성이 높다. 향후 수사단은 김씨가 △폭행·협박(강간죄)을 동원하거나 △흉기나 물건을 이용(특수강간죄)하거나 △2명이 협력(특수강간죄)해서 성폭행을 저질렀다는 정황을 완성하고 증거를 수집하기 위해 추가 수사를 할 전망이다.

수사단은 김씨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D씨와 E씨의 진료 기록을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김씨는 수사단의 소환 조사에 묵비권을 행사하고 있다. 

한편, 김씨의 범죄 혐의를 덮어줬던 당시 권력층(곽상도 전 민정수석·황교안 전 법무부 장관 등)에 대한 진상규명은 요원한 상황이다. 김씨가 2013년 초 법무부 차관직에 올랐다가 별장 성행위 동영상 파문으로 바로 낙마했고 직후 진행된 수사를 다 덮어버렸다는 것인데 박근혜 정부 비선실세 최순실씨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게 정설이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중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