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웨이 폰에서 구글 사용 못한다…구글, 화웨이와 거래 중단
화웨이 창업자 "미국이 우리 과소평가…5G 영향 절대 없다"
구글 vs 화웨이 싸움에 삼성‧LG 등 국내 스마트폰 기업 ‘어부지리’ 누리나

(사진=각 사)
(사진=각 사)

[중앙뉴스=우정호 기자] 구글이 미국 정부의 제재에 따라 중국 화웨이와 거래를 중단했다. 이에 따라 90일 후부터는 화웨이 폰에서 구글을 사용할 수 없게 된다.

화웨이가 미국 행정부의 기술 거래 제한 기업으로 지정되면서 구글 등 미국 기업과 협력이 어려워져 스마트폰 경쟁력이 추락하고, 반미 정서 확산 여파로 애플 역시 중국 사업에 힘을 잃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삼성전자, LG전자 등 국내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미중 무역 분쟁 격화에 따른 어부지리를 누릴 수 있게 됐다.

5G(5세대 이동통신) 스마트폰 시장 개화기, 한국 기업들이 승기를 잡는 기회가 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화웨이 폰에서 구글 사용 못한다…구글, 화웨이와 거래 중단

19일(현지시간) 미 CNBC 방송에 따르면 구글은 최근 화웨이와 오픈 소스 라이센스 제품을 제외한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 제품의 양도를 포함한 거래를 중단했다.

이에 따라 화웨이가 생산한 스마트폰의 안드로이드 운영체제 업데이트가 더 이상 불가능하게 됐다. 또 중국 이외에서 화웨이가 출시하는 차세대 스마트폰들이 구글 플레이 스토어, G메일 앱 등 인기 있는 애플리케이션들을 탑재하는 것도 금지된다.

다만 화웨이가 누구나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오픈 소스 라이센스를 통해 안드로이드 체제에 접근할 수는 있다.

구글은 "앞으로 안드로이드와 구글 서비스에 대한 기술 지원과 협업을 중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15일 "정보통신기술과 서비스 보호를 위해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한다"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다음달 미 상무부는 화웨이 및 68개 계열사를 거래 제한 기업 명단에 올려 미국 기업과의 거래를 사실상 금지했다.

이같은 조치는 최근 미·중 양국의 무역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진 와중에 서로 대규모 보복 관세를 부과하는 등 갈등이 심화된 상태에서 나왔다.

화웨이는 지난 1분기 기준 5910만여개(점유율 17%) 스마트폰을 공급해 삼성전자(7200만대·21%)에 이어 전세계 스마트폰 점유율 2위를 기록 중이다. 애플(4200만대·12%)은 3위에 그쳤다.

런정페이 화웨이 창업자 (사진=연합뉴스)
런정페이 화웨이 창업자 (사진=연합뉴스)

화웨이 창업자 "미국이 우리 과소평가…5G 영향 절대 없다"

한편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의 창업자 런정페이(任正非)는 21일 "화웨이의 5G는 절대 영향받지 않을 것"이면서 "5G 기술 면에서 다른 기업은 우리를 2∼3년 안에는 결코 따라잡을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CCTV 등 중국 언론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하면서 "미국 정치인들의 현재 행동은 우리의 힘을 과소평가한 것"이라고 지적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의 집중견제를 받는 화웨이는 지난주 미국 상무부의 블랙리스트에 올랐다. 화웨이에 상품과 기술을 판매하는 미국 기업은 미국 정부로부터 승인을 얻어야 한다.

그는 미국 상무부가 90일간 유예 기간을 준 것에 대해서는 "미국의 '90일 임시 면허'는 우리에게 큰 의미가 없다"면서 "우리는 이미 준비가 잘 돼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화웨이가 미국 기업으로부터 부품과 기술을 사지 못해 제품을 내놓지 못하는 시나리오에 대해서도 "'공급 중단' 같은 극단적인 상황은 나오지 않을 것"이라면서 "이미 준비가 잘 돼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한편 그는 자신의 가족은 아직 아이폰과 맥북을 쓴다면서 애플의 생태계를 칭찬했다. 그는이어 "화웨이를 사랑한다고 화웨이 스마트폰을 쓴다고 협소하게 생각해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삼성전자 갤럭시S10 5G (사진=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 갤럭시S10 5G (사진=삼성전자 제공)

구글 vs 화웨이 싸움에 삼성‧LG 등 국내 스마트폰 기업 ‘어부지리’ 누리나

21일 업계에 따르면 5G 시장에서 화웨이가 후순위로 밀릴 가능성이 커졌다. 구글이 화웨이와 협업 중단을 선언하면서 화웨이에 안드로이드 서비스를 제공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화웨이가 스마트폰에 안드로이드를 탑재하는 건 가능하지만, 구글플레이, 지메일, 유튜브 등 구글 핵심 서비스 업데이트가 안돼 이용자가 원활하게 지원받을 수 없다. 5G 스마트폰, 폴더블폰 등 화웨이 신제품 출시 전략에도 차질이 불가피하다.

화웨이는 이달 초 스위스에서 첫 5G 스마트폰 ‘메이트20X 5G’를 출시하고 향후 유럽 각국으로 판매를 넓힐 계획이이며 오는 7월에는 5G 폴더블폰인 ‘메이트X’도 내놓을 계획이었다.

새로운 폼팩터인 만큼 혁신기능을 제대로 발휘하려면 OS와의 매끄러운 연동 등이 필수지만 안드로이드와 결별로 UX(사용자환경) 최적화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화웨이가 안드로이드를 쓰지 못하는 상황을 대비해 개발한 자체 OS ‘홍멍’을 신제품에 탑재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화웨이의 자체 OS는 이미 구축된 안드로이드 생태계를 단기에 대체하기엔 역부족”이라며 “안드로이드OS를 탑재하더라도 핵심 앱 기능을 충분히 수행하기 어렵고 각국 이동통신사들이 요구하는 서비스 기준을 맞추기도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화웨이는 지난해 총 2억580만대, 올해 1분기 5910만대의 스마트폰을 출하했다.

SA는 당초 올해 화웨이가 2억4110만대의 스마트폰을 판매할 것으로 전망했지만, 미국 제재가 계속될 경우 출하량이 올해 1억5600만대, 내년 1억1960만대로 급감할 것이라고 추정했다. 감소분은 경쟁사 판매량으로 이전될 것이란 전망이다.

이 가운데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이미 최대 스마트폰 시장인 미국에서 5G 선두업체로 입지를 다지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16일(현지시각) 미국 1위 이통사 버라이즌을 통해 ‘갤럭시S10 5G’ 판매를 시작했다. LG전자도 이달 31일부터 스프린트와 손잡고 ‘V50 씽큐’를 출시키로 하고 지난 17일 선주문에 들어갔다.

갤럭시S10 5G는 다음달부터 독일·스위스·스페인 등 유럽 7개국, 호주 등에 순차 출시된다. V50씽큐도 유럽 출시를 준비 중이다. 삼성전자는 5G 폴더블폰인 ‘갤럭시폴드’도 상반기 내 선보인다. 가을에는 대화면 플래그십 ‘갤럭시노트10’의 5G 모델도 출격한다. LG전자도 5G 시장 형성 추세에 따라 하반기 보급형 5G 스마트폰을 준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LG전자 V50 씽큐 (사진=LG전자 제공)
LG전자 V50 씽큐 (사진=LG전자 제공)

반면 미국 최대 스마트폰 업체인 애플은 5G 통신칩 조달 등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5G폰 출시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해를 넘겨야 출시 일정을 잡을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다. 미·중 무역분쟁 장기화로 중국 내 반애플 감정이 커질 경우 국내 스마트폰 업체에도 기회다.

미국의 화웨이 퇴출 결정 후 중국 SNS에서는 애플 불매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고가 아이폰 전략 및 반애플 정서 등으로 지난 1분기 중국 내 아이폰 매출은 전년동기 대비 21%나 줄었다.

업계 관계자는 “당초 올해는 화웨이와 삼성, LG전자가 5G 스마트폰 3파전을 벌일 것이란 분석이 많았지만 화웨이, 애플의 전략 차질로 당분간 삼성과 LG 양강대결 구도가 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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