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한 삼성 바이오 대표 구속영장 기각 
이재용 향하던 ‘칼’ 잠시 멈추는가
실행자 2명은 영장 발부
김태한의 부인 전략
모든 것은 이재용 승계로 인해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삼성 바이오로직스(삼바) 회계 사기극을 덮으려는 증거인멸 사태와 관련 최윗선 지휘자 중 한 명인 김태한 삼바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됐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 작업을 위해 2015년 제일모직(구 에버랜드)과 삼성물산이 합병됐다. 삼성전자 지분을 최대한 많이 확보하려는 이 부회장의 독점적 이익을 위해 삼성 임직원들은 온갖 불법 행위에 동원됐다. 이 부회장은 제일모직 지분(23.24%)을 많이 갖고 있고 제일모직은 삼바(지분율 46.3%)를 자회사로 두고 있다. 삼바는 삼성 바이오 에피스(에피스/지분율 85%)를 자회사로 두고 있고 에피스의 덩치를 불리는 사기극에 많은 인사들이 동참했다. 

그 사기극을 덮기 위해 대대적인 증거인멸이 자행됐는데 김 대표는 증거인멸 교사범으로 의심받고 있다.  

송경호 영장전담 부장판사(서울중앙지방법원)는 25일 새벽 1시40분 즈음 김 대표에 대한 영장을 기각했고 “작년 5월5일 회의의 소집 및 참석 경위, 회의 진행 경과, 이후 이뤄진 증거인멸 내지 은닉 행위의 진행 과정, 김 대표의 직책 등에 비춰보면 증거인멸 교사의 공동정범 성립 여부에 관해 다툴 여지가 있다. 주거 및 가족관계 등을 종합하면 현 단계에서 구속 사유와 필요성,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김태한 대표가 25일 새벽 영장 기각에 따라 귀가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영장 발부 요건의 대전제인 혐의 소명이 부족한 데다 도주 우려나 추가 증거인멸 가능성이 낮다는 것이다.

다만 송 판사는 증거인멸 실행 혐의로 김 대표와 함께 24일 영장실질심사를 받은 △김모 삼성전자 사업지원TF 부사장 △박모 삼성전자 부사장에 대한 영장을 발부했다. 

TF는 삼성그룹 컨트롤타워(구조조정본부→전략기획실→미래전략실→현 사업지원TF)로서 그동안 삼성의 대관 업무 등 “관리의 삼성”이라는 악명을 유지하기 위해 각종 위법 행위를 서슴지 않던 핵심 조직의 맥을 잇고 있다.

송 판사와 동명이인인 송경호 부장 검사가 이끄는 서울중앙지방검찰청 특수2부는 어느정도 최고위층에 대한 혐의를 맞춰가고 있는 중이었다. 특수2부는 김 대표를 비롯 △TF의 최고 책임자이자 이 부회장의 심복 정현호 사장 △이 부회장 등이 삼바 회계 사기극에 연루된 혐의점을 잡고 있었지만 당분간 수사 속도에 차질이 빚어질 전망이다. 그러나 이미 압수수색을 통해 여러 증거들을 확보해 놓아서 얼마든지 보완 수사를 통해 계속 윗선의 연루 혐의를 파헤칠 것이란 관측도 있다.

특수2부는 작년 5월 금융감독원이 삼바에 대한 회계 부정을 확인했던 시점을 주목하고 있다. 당시 5월5일 김 대표와 TF 임원들이 삼성전자 서초동 사옥에 모여 대대적인 증거인멸 방침을 결정했다는 것이 특수2부의 판단이다.

하지만 김 대표 측은 영장심사에서 혐의를 모두 부인했다. 김 대표는 그 이전 특수2부에 소환돼서 ①TF와 몇몇 직원들의 소행이라는 입장을 피력했고 영장심사에서는 ②광범위한 증거인멸 사실에 대해 본인도 놀랐음 ③한국 바이오산업에서의 상징적인 위치를 감안해서 구속되면 국제 이미지 하락이 예상됨 등 여러 지점을 어필했다. 

특수2부 소속 검사는 영장심사에서 김 대표의 증거인멸 지휘를 보여주는 주요 임직원들의 여러 진술을 제시했다. 무엇보다 에피스의 회계자료와 내부 보고서를 뜯어고치고 인멸하는 데 김 대표의 총괄 지휘가 있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송 판사는 구속 필요성의 근거로 인정하지 않았다. 

삼성가(家) 증거인멸의 히스토리는 뿌리가 깊은데 삼바 때도 △직원들의 노트북과 스마트폰을 수거해 이 부회장을 가리키는 “JY, VIP, 합병, 미전실” 등을 검색해서 문건이 나오면 모두 삭제 △회계자료와 내부 의사결정 과정이 기록된 공용 서버를 직원의 집과 삼바 공장 바닥에 은닉 등 상상을 초월했다.

이재용 부회장은 삼성의 모든 범죄 행위로 인한 이익의 독점적 수혜자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이재용 부회장은 삼성의 모든 범죄 행위로 인한 이익의 독점적 수혜자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최근 주목할만한 점은 특수2부가 이 부회장이 직접 챙겼다는 증거를 확보했다는 것이다. TF가 에피스의 공용 서버에 있던 자료들을 대거 삭제했지만 특수2부는 디지털 포렌식 작업으로 데이터를 복구해서 들여다보고 있다. 이를테면 복구된 파일 2100여개 중에는 이 부회장이 주요 관계자와 전화 통화한 녹취파일, 녹취록, 내용 정리 등이 포함돼 있었다. 통화 상대는 에피스 설립에 합작사로 참여한 바이오젠(미국 바이오 기업) 대표와 고한승 에피스 대표였다.

삼성은 국정농단 정국 때 △국민연금의 합병 찬성을 이끌어내기 위해 박근혜 정부 비선실세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씨에 불법 뇌물성 승마 지원을 감행했고 그 전에는 △경기도 용인 에버랜드 땅값을 급상승시키기 위해 공시지가를 비정상적으로 올린 감정평가사와의 유착 등 위법 행위를 저질렀다. 결국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위해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을 밀어붙이려는 프로젝트의 일환인데 최근 드러나고 있는 삼바 가치 뻥튀기와 증거인멸도 그런 맥락에서 봐야 한다.

한편, 특수2부는 “김 대표에 대한 기각 사유를 분석해 영장 재청구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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