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외숙 신임 인사수석의 역할
조현옥 전 인사수석에 대한 야당의 비판
문재인 대통령의 의도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주요 차관급 인사가 단행됐다. 청와대 인사수석이 본인의 교체 소식을 직접 발표한 것도 눈에 띈다. 

조현옥 전 인사수석이 28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인사수석(김외숙 법제처장) △국세청장(김현준 서울지방국세청장) △법제처장(김형연 청와대 법무비서관) 등 3인에 대한 인사 단행 소식을 전했다. 보통 대변인이 인사 소식을 알리는데 이번에는 조 전 수석이 직접 브리핑을 한 만큼 의미가 남다르다.

조현옥 전 인사수석이 신임 김외숙 인사수석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직전(23일)에 문 대통령은 차관급 인사 9명(조세영 외교부 1차관·서호 통일부 차관·박재민 국방부 차관·김성수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과학기술혁신본부장·김계조 행정안전부 재난안전관리본부장·이재욱 농림축산식품부 차관·김강립 보건복지부 차관·김경욱 국토교통부 2차관·손병두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을 임명한 바 있어 개각(장관 교체)에 버금가는 분위기 쇄신을 꾀하고 있다.

이번에 임명된 국세청장·법제처장·인사수석 모두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지금까지 2년 동안 자리를 지켜왔던 인물이라 정책 성과를 내기 위한 문 대통령의 드라이브 의지가 읽히는 대목이다. 무엇보다 문재인 정부의 아픈 고리 두 가지는 ‘경제’와 ‘인사’인데 후자로 인해 국정 동력을 잃어버리는 일을 예방하기 위해 문 대통령과 인연이 깊은 김외숙 인사수석에게 중책을 맡기게 된 것으로 보인다. 

신임 김외숙 인사수석이 앞으로 문재인 정부의 인사 정책을 총괄하게 됐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김 수석은 문 대통령과 법무법인 부산에서 함께 일했던 경험이 있는 여성 법률가로서 안정적으로 법제처를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조 전 수석은 김 수석에 대해 “여성 아동 등 소외계층의 권리 보호를 위해 헌신해 온 노동 인권 변호사로서 문재인 정부 초대 법제처장을 지내며 차별적인 법령 개선 등 국민 중심의 법제개선, 국정 과제 법제화의 탁월한 업무성과를 보여줬다”고 설명했다.

사실 조 전 수석은 지난 3.8 개각 때 최정호 전 국토부 장관 후보자와 조동호 전 과기정통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 실패 등 숱하게 논란을 야기해 야당으로부터 교체 요구를 받아왔다. 고위직 인사 검증을 하게 되면 나오는 여러 문제점들 중 7대 기준(병역·부동산·투기 탈세·위장전입·논문표절·성범죄·음주운전)에 걸리는 것도 있지만 문재인 정부의 주요 정책 방향과 역행하는 인사를 내정하도록 한 것이 특히 뼈아팠다. 예컨대 최 전 후보자가 관리해야 할 부동산 정책의 방향성이 있을텐데 본인 스스로 부동산 투기의 달인이라는 지적을 받았다.

향후 김 수석이 조 전 수석과는 다른 인사 정책을 보여줄 수 있을지 주목되고 관련해서 조국 민정수석에 대한 거취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평판과 여론을 맡고 있는 조 수석이 인사 검증에 대한 총괄 책임을 맡고 있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 9일 방송된 특집 대담에서 “인사 실패라고 하는 부분은 청와대의 검증에 있어서 국민들의 눈높이에 맞지 않는 부분들이 때로는 있었다는 지적인 것 같고 그 점은 겸허하게 인정한다. 보다 검증을 강화해야겠다고 인정하고 있고 여러 가지 노력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청와대의 검증부터 청문회까지 전체가 하나의 검증의 과정”이라며 “청와대의 검증이 완결적일 수 없다. 소수의 인원이 짧은 기간에 공적 자료에 의존해서 하는 것이 완벽할 수 있겠는가. 그러니 청와대의 추천이 있으면 그 뒤에 언론이 검증하는 것이고 또 인사 청문을 통해서 검증하는 것이다. 전체 과정을 통해서 검증되는 것을 보고 인사권자인 대통령이 최종 판단해서 임명하거나 하지 않거나 이렇게 하게 되는 것이기 때문에 청와대의 검증에서 마저 밝혀내지 못 한 부분이 있었다거나 또는 국민들의 눈높이에 맞지 않는 부분이 있었다고 해서 그 자체로서 검증의 실패다. 책임져야 한다. 그렇게 말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신임 국세청장에 김현준 서울지방국세청장(왼쪽)을 승진 발탁했다. 또 청와대 인사수석에 인권변호사 출신의 김외숙 법제처장(오른쪽)을, 법제처장에는 판사를 했던 김형연 전 청와대 법무비서관(가운데)
김현준 국세청장(왼쪽)과 김형연 법제처장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제공)

또한 조 전 수석은 김현준 국세청장에 대해 “국세청에서 공직을 시작해 일선 세부 현장과 국세청 주요 직위를 두루 거친 정통 관료로서 국세청 업무 전반에 대한 높은 이해도, 업무 추진력 및 소통의 리더십으로 불공정 탈세 근절 등 국세청의 산적한 과제를 풀어내고 국세 행정의 신뢰를 높여갈 것으로 기대한다”고 소개했다.

국세청장은 국가정보원장·검찰총장·경찰청장·감사원장 등 5대 사정기관장 중 하나로 불리는 요직이다. 경찰청장과 마찬가지로 장관급이 아님에도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의 인사 청문회를 거치도록 한 이유다. 김 청장이 청문회의 문턱을 넘어 국세 행정의 총책을 맡게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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