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 주재 산불 회의에 차관급 전원 불참
추경과 예비비 책임
국회 보이콧으로 추경 심사에 불참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여권을 강하게 질타했다. 강원도 산불 피해 주민들을 떠올리며 울컥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나 원내대표는 29일 오전 국회에서 <강원도 산불피해 후속 조치 대책회의>를 열었지만 사전에 참석을 요청한 차관급 공직자들(행정안전부·기획재정부·한국전력 등)이 모두 불참했다.

그러자 나 원내대표의 불만이 폭발했다. 

“저희는 (산불 피해자들의) 그 이야기를 절절히 전하고 제대로 된 보상 대책을 만들어 보고자 우리 차관들 장관들까지 오라고 하면 너무 바쁠 것 같아서 차관들이 와서 실무적으로 논의하자고 했다. 대답들을 미적 미적하더라. 그러더니 일부 차관은 오겠다고 답변도 했었다. 국회는 회기 중에도 비회기 중에도 일을 해야 한다. 그거 하겠다고 오늘 오라고 했더니 결국 어떻게 됐나. 청와대와 민주당이 모두 불출석하라고 한 것이다. 야당 이렇게 무시하고 국회 정상화 될 때까지 너희들 꼼짝하지 마라(라는 것 아닌가).” 

나경원 원내대표는 여권을 강력히 규탄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나 원내대표의 명분과 주장은 크게 ①산불 피해 복구에 대한 추경(추가경정예산) 미편성 ②국회 정상화에 관심없는 여권 ③야당 무시 등 3가지다.

가장 중요한 것은 ①인데 나 원내대표는 “(강원도 고성 산불이) 4월4일에 발생했다. 지금이 벌써 5월 말”이라며 “그런데 산불이 일어났을 때 얼마나 많은 우리 정부 관계자들이 갔나. 대통령도 가고 이낙연 국무총리는 여러 번 갔다. 그러나 이 정부에서 짜놓은 추경 예산에는 피해 주민에게 직접 지원하는 예산은 한 푼도 없다. 그들에게는 그동안의 법령에 따른 주거복구비 1300만원을 받아가라는 것이 고작”이라고 주장했다. 

일단 이번 추경에 산불 관련 예산이 편성되지 않은 것은 아니다. 하지만 피해 주민들에 대한 재정 지원이 아니라 앞으로 발생할 산불 대응시스템을 강화(예방/진화인력 확충/첨단 진화 장비/인프라 보강)하는 차원으로 940억원이 편성됐다. 특히 한국당은 예비비도 집행하지 않은 상태에서 정부가 산불과 미세먼지 등 재해 요소를 명분으로 총선용 세금 살포 추경을 하려 한다고 주장했다.

기재부는 재난안전특별교부세와 재난구호비 등을 통해 42억5000만원을 우선 집행했고 목적 예비비를 활용한다는 방침을 세웠지만 아직 예비비가 집행되지는 않았다. 이에 최문순 강원도지사는 연일 국회 채널을 통해 △예비비 조기 집행 △추경에 산불 피해 복구비 2243억원 편성 △피해액 1360억원의 35%인 499억원 국회 차원에서 지원 등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한국당 측 인사 외에 정부 측 차관들은 전부 불참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②③에 대해 나 원내대표는 “정말 이런 식으로 야당을 무시하고 국회 정상화를 운운하고 유감 표명은 커녕 지금 적반하장으로 여당이 나오고 있다. 도대체 해야 될 일을 이렇게 막아서고 지금 국회 정상화 운운하는 청와대와 민주당은 결국 야당을 국정 파트너가 아니라 궤멸 집단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라며 “결국 비정상 국회와 반민주 국회를 계속 만들어가겠다는 그런 의지의 표명이라고 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규탄했다.

특히 나 원내대표는 홀로 40분간 회의를 주재하고 나와 기자들에게 “문재인 대통령께서 모든 정쟁을 사실상 총지휘하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지금 이거 보시고 판단하시라. 아니 나 정말 오늘 너무 섭섭하다”고 감정을 드러냈다. 울컥하기도 했다.

이어 “장관들 바쁠까봐 차관들 오라고 했다. 피해 주민들 얼마나 절절한가. 우리가 가서 사진 찍고 눈물 흘리고 그런 걸로 끝나서야 되겠는가. 우리 당은 그래서 일부러 늦게 갔다. 그때 직접 가고 싶지만 너무 많은 장관들이 가서 사진 찍어서 우린 일부러 늦게 갔다. 총리 여러 차례 간 것 아시지 않나. 깨알같이 메모했다? 깨알같이 메모한 결과가 뭔가. 피해 주민에게 와닿는 정책을 하나도 안 했다. 지금 대통령이 뭐라고 그랬는가. 이게 청와대가 할 일인가. 이게 여당이 할 일인가. 국민의 눈물은 외면해도 되는가. 두 번 갔다 온 사람으로서 그분들의 눈물을 잊을 수가 없다”고 말했다.

김현아 한국당 원내대변인도 직후 논평을 내고 “문재인 정권 하에서는 야당이 주최하는 행사에 참석하면 불이익을 받기라도 하는가. 야당 무시를 떠나 강원도민과 산불 피해 주민에 대한 잔인한 모독이다. 오늘 회의 불참으로 문재인 정권은 말만 앞세우고 산불 피해 후속조치에 전혀 관심이 없다는 것이 만천하에 드러났다”며 “예비비의 집행을 계속 미루고 추경만 해달라고 징징대고 있다”고 거들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나 원내대표와 황교안 대표가 한국당의 강경 투쟁을 주도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반면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강원도 산불이 발생한지 두 달이 다 되도록 후속 대책 마련을 외면한 한국당이 또 다시 생색내기용 회의 자리를 만들어 정치 공세만 남발했다”고 맞대응했다.

이어 “(여권은) 산불 후속 대책을 위해 추경안을 마련해 국회 통과를 요청했지만 한국당은 이러한 민생을 외면하고 국회 밖에서 막말과 정치 투쟁만 했다. 한국당은 산불이 발생한지 두 달이 다 되어가는 29일에서야 강원도 산불 피해 후속조치 대책회의를 열고 관계부처 차관들의 대거 참석을 요구했다”고 주장했다. 

박 원내대변인은 △민주당의 불참 방침 사실무근 △차관급 고위직들에 일방적이고 무리한 출석 요구 등을 부각했다. 

사실 민주당 입장에서 한국당이 그동안 쟁점 이슈와 무쟁점 이슈를 분리하지 않고 국회 보이콧을 일삼은 측면이 있다. 한국당은 여권의 무리한 정책 추진 또는 실정을 막아내는 것이 국익을 위해 가장 중요한 일이라고 보겠지만 민주당은 싸우더라도 무쟁점 현안에 대한 국회 논의를 상시화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번에도 패스트트랙(지정하고 330일 이후 본회의 표결) 정국 이후 한국당이 국회 보이콧과 장외투쟁에 집중하지 않았다면 얼마든지 산불 피해 복구를 위한 실질적인 대책이 수립되고도 남았을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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