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의 사이는 나쁜가
관계 악화로 읽는 게 적절한가
여러 유틸리티는 아직 있다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트럼프 대통령과 볼턴 보좌관 사이에 균열이 생긴 것일까. 둘 사이에 연일 엇박자가 부각되고 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그런 그의 호전적인 성향을 알고 기용했고 언제든지 경질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유틸리티가 있다. 

뉴욕타임즈가 우리 시간으로 29일 보도한 것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존 볼턴 백악관 NSC(국가안전보장회의) 보좌관에 대해 불신하는 발언을 했다. 

미국 정가 소식통의 전언을 인용해 보도한 것인데 트럼프 대통령은 “만약 볼턴에게 (모든 걸) 맡겼으면 우리는 지금 4개의 전쟁에 들어갔을 것”이라고 표현했다. 

존 볼턴 보좌관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불신이 극에 달했다는 보도가 많이 나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동시에 트럼프 대통령은 볼턴 보좌관을 경질할 가능성도 있다는 뉘앙스로 발언했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일본에 방문했을 때 볼턴 보좌관과의 갈등이 극에 달한 것처럼 보였다.

이를테면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7일 일본 현지 기자회견에서 “참모들은 (유엔 결의) 위반일 수 있다고 여기지만 나는 다르다”고 밝혔고 이란 문제에 대해서도 “체제 전환을 요구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반면 볼턴 보좌관은 이란 정권의 붕괴를 위해서라도 중동에 대규모로 파병해야 한다는 입장을 피력했고 북한의 최근 미사일 발사에 대해서도 유엔 안보리(안전보장이사회) 결의 위반임은 분명하고 강력히 규탄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패트릭 섀너핸 국방부 장관 대행도 대북 문제에서 볼턴 보좌관을 거들고 있다.

섀너핸 대행은 29일 동남아시아로 향하는 전용기 안에서 기자들에게 “확실히 말하겠다. 이것들은 단거리 미사일들이었다. 이는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이라고 말한 바 있다. 

볼턴 보좌관은 나루히토 일왕이 개최한 만찬 행사에 불참했고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 전용기에 오르지 않고 중동으로 먼저 떠났다. 볼턴 보좌관은 현지 기자회견을 통해 “나는 보좌관일 뿐 정책 결정권자가 아니”라고 선을 그었지만 외신들도 그런 질문을 했을 정도로 분명 갈등 심화로 비춰지고 있다.

하지만 김어준 딴지일보 총수는 30일 방송된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볼턴은 트럼프 대통령을 성가시게 하고 트럼프 대통령의 뜻과 다른 결정들 그러니까 그동안 여러 차례 피해를 입혔다. 면이 상하게. 특히 베네수엘라의 경우는 당장 끝날 것처럼 보고하고 그쪽 방향으로 끌고 갔는데 실제로는 쿠데타가 실패했다”면서도 “근데 왜 계속 당분간 둘 것 같은가”라고 말했다.

즉 “앞에 세워서 상대를 긴장시키는 용도가 있다. 실제 나쁜 일이 발생했을 때 비난을 볼턴으로 돌리는 효과가 있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용도가 있다. 그러니까 이게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서 욕먹을 때 내세우거나 강경한 태도를 취할 때 내세우거나 아니면 자기가 다 해야 한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아직 볼턴 보좌관의 용도는 다하지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트럼프 대통령에게 아직 볼턴 보좌관의 용도는 다하지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김 총수는 “물론 그렇다고 피해가 더 크면 경질해야 할텐데 그 단계에 왔느냐. 그건 아직 모른다. 둘 사이의 관계가 안 좋다는 것은 원래부터 안 좋았다. 처음부터 좋아한 적은 한 번도 없는데 필요해서 쓴 것이다. 그러면 그 필요로 봐야 하지 사이가 안 좋다는 식으로 볼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사실 북한 관영 매체들도 연일 볼턴 보좌관 등 강경파 인사에 대한 맹공을 쏟아내고 있는데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메시지를 대신 흡수해주는 효과가 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 사이에 볼턴 보좌관이 강경파로 버텨주고 있기 때문에 일종의 필터링으로 한 번 걸러내줄 수 있다. 김 총수의 주장처럼 볼턴 보좌관을 통해 상대를 압박하고 책임 전가를 하는 측면에서도 유용하다.

한편, 같은 날 <뉴스공장>에 출연한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은 “(미국이 북한과) 접촉하고 있는데 곧 협상의 단계로 넘어갈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 (6월 중) 방한 전에 북한이 문을 열고 남북 정상회담을 판문점에서 원포인트를 하든지 아니면 평양에서 하든지 해서 명확한 입장을 문재인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달하고 논의하는 그런 과정이 돼야 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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