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명조끼도 없는 유람선관광이라니
구명조끼도 없는 유람선관광이라니
  • 전대열 칼럼니스트
  • 승인 2019.06.03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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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대열 大記者. 전북대 초빙교수
전대열 大記者 / 전북대 초빙교수

[중앙뉴스=전대열] 헝가리 부다페스트를 흐르는 다뉴브강은 헝가리만의 강이 아니다. 독일 남부의 산지에서 발원하여 약 2,850km의 길이를 자랑한다.

세계 공용어인 영어로 흔히 다뉴브라고 부르지만 강을 끼고 있는 나라마다 모두 자기 나라 말로 부르고 있어 이렇게 많은 다른 이름으로 부르는 강도 별로 없을 것이다. 베트남과 라오스 캄보디아를 흐르는 강 이름은 나라가 달라도 모두 메콩강으로 부르는데 다뉴브는 좀 색다르다.

체코에서는 두나이, 헝가리어로는 두나, 세르비아와 불가리아는 두나브, 루마니아어로는 두너레아라고 부르는데 라틴어 두나비우스가 그 어원이다.

이번에 한국의 관광객들이 참사를 당한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는 당연히 두나라고 부를 텐데 미국과 영국의 입김이 세어서 다뉴브로 통칭하는 듯하다.

더구나 실종자들을 찾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 물살이 센 강의 특성을 감안하여 하류지역에 위치한 세르비아 루마니아 불가리아 등 각국의 협조를 받지 않을 수 없기 때문에 강 이름과 관련하여 자료를 검색해 봤다. 이 나라들은 세계 제2차 대전이 끝난 후 모두 소비에트연방으로 강제 편입되어 소련의 위성국으로 전락했다.

수천 년 수백 년 동안 독립을 유지하던 나라들이 하루아침에 소련의 속국이 되고 만 것이다. 독립을 외치는 저항세력은 일제 강점 하에서 조선민족이 보여줬던 강인한 광복운동에는 미치지 못하였지만 나름대로 공산이념을 거부하며 크게 저항했다.

때마침 고르바초프가 대통령에 취임한 후 개혁 개방을 선언하면서 소연방이 해체되었고 위성국들도 모두 고유의 전통을 찾아 독립국가로 우뚝 섰다. 이 나라들은 나라 자체의 규모도 작지만 자원 등의 부족이 심각하다.

다만 자연이 준 천혜의 조건으로 관광자원을 최대한 활용하여 수많은 관광객을 전 세계에서 불러 모으고 있다. 한국에서도 값싼 동남아에 신물이 난 사람들이 즐겨 유럽을 찾는다.

이번에 유람선끼리 충돌한 사고는 그동안 다뉴브강에서 일어난 일이 없었던 극히 이례적인 사고라고 알려져 있다. 야경이 뛰어난 다뉴브강의 선상관광은 인기품목의 하나인데 ‘참좋은 여행사’의 기획 상품 중에서도 상급에 속하는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패키지로 간 여행객들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 비바람이 몰아치는 좋지 않은 날씨에도 “설마 무슨 탈이 날까”하는 안이한 생각으로 배를 띄우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다. 물론 현지 기후와 운항 상태를 충분히 감안했을 것으로 보이지만 막상 사고를 당하고 나니 부질없는 생각이 앞선다.

유람선은 여행사보다 선박회사의 판단이 우선이다. 비가 내리고 바람이 불더라도 그동안 끄떡없이 운항해온 유람선인지라 그 정도로 운항을 중단할 이유는 없었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그러나 사고는 단 1초 사이에 터지게 마련이다. 대형 크루즈유람선이 소형 유람선을 들이받으리라고 상상인들 했을 것인가. 현실은 그렇게 되었다. 현지 경찰의 발표를 보면 추돌 후 불과 7초 만에 한국인이 탄 유람선은 순식간에 침몰한 것으로 나타났다.

7초는 사고에 대비할 아무런 태세를 갖출 수 없는 지극히 짧은 순간이다. 현해탄을 헤엄쳐 건넌 조오련도 빠져나오기 힘든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시간이다. 33명 중에서 구조된 사람이 7명이지만 그들 역시 자신의 힘으로 빠져나온 게 아닌 것은 분명하다.

이 사고를 보면서 모든 국민들이 의심을 가진 것은 승객들이 하나같이 구명조끼를 입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 사고는 예측 가능한 일이 아니다.

언제 일어난다고 사전 예고는 없다. 우리 스스로 준비하고 만일에 대비하는 것이 예방의 첫 번째 과제다. 이를 소홀히 했다가 배가 침몰하고, 큰 화재가 발생하며 멀쩡하던 다리가 갑자기 무너진다.

우리나라에서 일어났던 대형 사고들이 모두 아차 하는 순간에 일어났다. 벌써 5년이 흘렀지만 제주를 향하여 떠났던 세월호가 진도 앞바다에서 침몰한 사건은 참으로 너무나 큰 인재였다. 다뉴브강의 참사 역시 인재로 볼 수밖에 없다. 유람선 관광이 최고의 볼거리라면 그에 대비한 안전 수칙도 제대로 갖췄어야만 한다.

비바람이 불면 운항을 중단해야 하고, 승선객들에 대해서는 반드시 구명조끼를 착용해야 하는 것이 유람선의 기본 아닐까. 들리는 바에 의하면 다뉴브강의 유람선들은 아예 구명조끼를 비치하지도 않았다는 어처구니없는 얘기다.

그동안 사고가 한 번도 없었다고 하더라도 그럴수록 안전에 대한 대비는 철저히 해야 되지 않았을까. 그러고 보니 우리나라 한강유람선에서도 구명조끼를 입히지 않는다는 보도다.

구명조끼가 없는 게 아니라 구태여 입으라고 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앞에서 살폈지만 사고는 순간이기에 사고가 난 사실을 알고 그 때서야 구명조끼를 입으려고 해도 이미 때는 늦었다. 이번 사고를 계기로 귀찮지만 승선 시 의무적으로 구명조끼를 착용하도록 규칙화하는 것이 옳은 태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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