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산부 배려 받은 경험...40.9%

(사진=신현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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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뉴스=신현지 기자] 서울 지하철의 임산부 배려석 도입(2013년) 이후, 6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여전히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지난 1월 15일 서울교통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임산부 배려석 관련 민원건수가 2만 7589건에 달했다. 특히 임산부 배려석을 그냥 비워두느냐 상황에 따라 앉을 수도 있느냐의 여부에 첨예한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달 29일, 한 군인의 페이스 북에는 휴가 복귀 때 지하철 임산부석에 앉아 신고를 당해 진술서 쓰게 되었다는 글이 올라오면서 누리꾼들의 화제를 낳기도 했다. 이날 페이스 북에 올라온 군인의 글인 즉, "휴가 복귀 때 지하철 임산부석에 앉은 걸 누가 국방부에 민원 넣은 모양인데 다른 분들도 괜히 문제 크게 만들지 말고 그냥 더러워서 피한다는 생각으로 앉지 않길 추천합니다.”라고 임산부 배려석에 대한 불편함을 드러냈다.

이어 지난달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도 지하철 임신부석에 앉아 있던 임신부가 폭행을 당했다며 대책 마련을 요구하는 청원글이 올라오는 사례도 있었다. 이날 글쓴이에 따르면 글쓴이의 아내가 서울 지하철 5호선 군자역에서 둔촌동역 구간까지 약 10분간 폭행과 폭언을 당했는데 그 이유가 임산부 배려석에 앉았기 때문이라는 것이었다. 그러니까 글쓴이의 아내는 출근 중에 임산부 배려석에 앉은 것인데 한 남성이 임산부라는 사실을 모르고 일어나라며 욕설을 퍼부었다는 것.

이처럼 임산부 배력석에 대한 끊임없는 논란이 일자 정작 임산부들조차 이 자리에 앉는 게 불편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사진=신현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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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 12주에 접어들고 있는 부천의 A씨는 “출근 시에 임산부 배려석이 비어있는 것을 한번도 보지 못했지만 비어있다고 해도 그 자리에 앉을 용기는 나지 않는다.”며 “배가 눈에 띄게 불러오지 않는 이상은 그 자리에 앉아 사람들의 날선 시선을 감당할 자신이 없다.”라고 말했다.

또 한 사람 임신 21주 B씨도 “지하철 임산부 배려석은 말 그대로 배려석인데 배려해주면 고맙고 아니어도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한다.” 며 “그렇지만 임산부를 위해 마련한 자리인 만큼 임산부 스스로가 그 자리를 이용할 지혜와 용기를 내는 것도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반면 C씨는 “임산부 배려석에 앉는 사람들은 대부분 연로한 노인들이 앉는다.”며” 그 노인들에게 제가 임산부니 그 자리 좀 비워달라는 말을 어떻게 할 수 있겠냐.”라고 고개를 저었다. 이어 C씨는 “전에 남편이 임산부 석에 앉은 할아버지에게 자리 양보를 부탁했다가 노인이 임신이 무슨 벼슬이냐고 호통 치는 바람에 싸움이 일어날 뻔한 일도 있었다.”라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하여 본지는 지난 2일 오후 3시 지하철를 탑승하여 임산부 배려석 실태를 살펴보기로 했다. 임산부석은 지하철 한 칸당 2석씩 총 7100석. 이날 지하철 내부는 승객들로 붐볐고  칸마다 2석씩 마련된 임산부석은 대부분 비어있지 않았다.

특히 남성이 임산부 배려석을 차지한 모습이 상당했다. 이날 임산부 배려석에 앉아 있던 한 남성은 “임산부 배려석인 걸 몰랐다.”라고 깜짝 놀란 표정이었다. 확연히 눈에 띄는 핑크색 좌석이 눈에 들어오지 않는 이유에는 “다른 생각에 몰두하다 미처 발견하지 못했다.”라고 했고 “이 자리에 앉으면 벌금이 부과되느냐.‘라고 불쾌한 표정으로 반문하기도 했다.

임산부 배려석에 앉은 아무개(남)씨는 “앉았다가 임산부가 오면 비워주면 되지 않냐.”라며 임산부 배려석은 말 그대로 배려석이지 임산부만의 지정석은 아니다. 누구든 앉았다가 임산부가 나타나면 양보해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마찬가지로 경로석도 혼잡한 출퇴근시간에는 비어있는 그 자리에 젊은 사람들이 이용하기도 하는데 임산부 배려석도 그런 것이라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반면, 이날 같은 칸에 탑승했던 박OO(34.여)씨는 “한눈에도 임산부 배려석이라는 걸 알 수 있게 핑크색으로 디자인한 좌석에 남자들이 앉아 있는 모습은 더욱더 눈살이 찌푸려진다.”며 “내가 임산부라고 해도 미리 앉아있는 남자들에게 자리를 비워 달라는 소리는 하지 못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박씨는 “처음부터 배려석이라고 하지 말고 임산부만의 지정석으로 정했어야 한다.”며 “그럼 임산부들이 일반 사람들과 갈등을 빚지 않고 자연스럽게 그 자리를 이용할 수 있지 않겠냐.”라고 말했다. 

이처럼 임산부 배려석을 놓고 논란이 이는 가운데 지난달 17일 자유한국당 신보라 의원(산후 건강지원)과 더불어민주당 김부겸 의원(임산부 안심 출퇴근법)은 임산부 출퇴근 시간을 놓고 발의했다. 특히 김부겸 의원은 임신 13주 이상 35주 이내 임산부의 출·퇴근 시각의 조정을 가능케 하는 ‘근로기준법’ 일부개정법률 대표 발의했다.

이날 김 의원은  “근로시간 단축제도를 사용할 수 없는 임신 13주부터 35주까지의 여성 근로자들은 가장 혼잡한 시간에 ‘지옥철’, ‘지옥버스’를 피할 길이 없다”며 “부른 배를 감싸며 한 치의 틈도 없는 지하철과 흔들리는 버스를 타고 출·퇴근하는 예비 엄마들의 고통이 안타깝다”고 입법 취지에 맞게 모니터링하는 작업도 병행해야 한다고 그 취지를 밝혔다.

한편 보건복지부가 2016년 실시한 ‘임산부 배려 인식도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임산부 중 배려를 받은 경험이 있다는 응답은 40.9%였다. 또한 서울교통공사가 지난 7월19일부터 29일까지 서울 시민 378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에 따르면 응답자의 99.4%가 임산부 배려석에 대해 알고 있었고 비임산부 3496명 중 임산부 배려석에 앉은 경험이 있는 사람은 19.6%로였다.

그 이유로는 ‘비워져 있고 강제가 아니라서’가 83.3%로 나타났다. 앉았다 임산부가 있을 경우 자리를 양보할 의사가 있다’고 답한 사람은 89.6%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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