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의 ‘맞춤형’ 김학의 게이트 활용법  
검찰의 ‘맞춤형’ 김학의 게이트 활용법  
  • 박효영 기자
  • 승인 2019.06.05 08: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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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단 윗선 개입과 검찰 커넥션 면죄부
김학의와 윤중천만 구속 기소
시효와 증거 불충분
검찰에 대한 비판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전직 법무부 차관 김학의씨와 건설업자 윤중천씨로 꼬리 자르기가 완료된 모양새다. 김씨와 윤씨는 뇌물죄 혐의로 구속됐지만 검증없이 김씨를 차관직에 오르게 하고 범죄 수사를 가로막았던 박근혜 정부 당시 윗선에 대한 진상규명은 물건너갔다. 검찰 고위층에 대한 연루 혐의도 영구적으로 덮여질 상황이다.

김학의 게이트 수사단(법무부 검찰과거사위원회의 수사 권고)은 4일 오전 서울 동부지방검찰청에서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여환섭 청주지검장은 이번 김학의 게이트를 밝혀내야 하는 수사단장을 맡았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일단 김씨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로, 윤씨는 강간치상과 사기로 구속 기소됐다. 일단 김씨는 2003년~2011년 윤씨와 사업가 최씨로부터 2억원 상당의 금품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다. 하지만 김씨가 피해 여성 이씨를 성폭행 했다는 혐의에 대해서는 폭행과 협박이 동원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제외됐다. 특히 김씨가 2006년 중반부터 2007년 12월 사이 강원도 원주 별장에서 받은 13차례 성접대는 액수 산정이 불가한 뇌물로 인정됐다. 강요된 성범죄는 입증할 수 없다는 게 수사단의 결론이다.

윤씨는 이씨에게 약물 성폭행을 한 뒤 촬영했고 그걸 빌미로 협박해 김씨를 비롯 유력 인사들에 대한 성접대를 강요했다.

무엇보다 수사단은 2013년 김씨에 대한 경찰 수사를 무마하기 위해 외압을 행사한 의혹을 받는 △곽상도 자유한국당 의원(당시 민정수석) △이중희 변호사(당시 민정비서관)에 대해서는 증거 불충분으로 불기소 처분했다. 그 당시 박근혜 정부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문제의 ‘김학의 동영상’을 감정한 국과수(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직원을 보낸 사실은 있지만 그 외에 수사를 방해한 증거는 없다는 취지다. 

과거사위 진상조사단이 일주일 전(5월29일) 일명 ‘윤중천 리스트’에 수록된 검찰 출신 고위 인사로 △한상대 전 검찰총장 △윤갑근 전 고검장 등을 지목했지만 수사단은 무혐의로 결론내렸다. 

김학의 게이트에 연루된 청와대·검찰 인사들은 통으로 면죄부를 받게 됐다. 당연히 제식구 감싸기로 의심을 살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그동안 박근혜 정부 비선실세 최순실씨의 비호로 시작해 청와대와 검찰이 나서서 김씨의 혐의를 덮어줬다는 의심이 상존해왔다. 조사단은 경찰의 신빙성있는 사건 송치가 있었음에도 당시 검찰이 △여성들의 진술 신빙성에 매달렸고 △뇌물 의혹을 검토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과거사위원을 맡았던 김용민 변호사는 “윤중천이 만나고 친하게 지냈다고 확인됐던 전현직 검찰 고위 간부들이 다수 확인됐는데 그 부분에 대한 수사를 진행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여 지검장은 사실상 검찰과 청와대 윗선의 외압 행사에 대해서는 무혐의로 결론내렸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반면 수사단장을 맡은 여환섭 청주지검장은 기자들과의 질의응답을 통해 “윤씨의 강요로 (김씨와) 성관계를 한 것이 성폭행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며 “곽상도·이중희 등 정무수석실과 비서관까지 조사했는데 (박근혜 전) 대통령의 (김씨에 대한 차관) 내정 경위까지는 조사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여 지검장은 “수사팀이나 정보와 관련된 모든 경찰은 외압을 받은 바가 없다고 한다. 질책이나 외압을 했다는 자료가 확인되지 않는다. 과거사위 조사단에서 수사 권고를 할 때는 당시 청와대 박모 행정관 면담 조사에서 간접적으로 들었다고 했다. 이를 근거로 곽상도와 이중희에 대한 직권남용 수사를 권고한 듯 하다”며 “그 행정관은 조사단에서 그런 얘기를 한 적이 없다고 부인했다. 경찰은 말단부터 위에까지 외압이 없었다고 한다”고 설명했다.

즉 경찰에 대한 외압 행사를 무혐의 처리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어 “인사권은 경찰청장이 가진다. 경찰청장(이성한 전 경찰청장) 말도 자기가 여러 가지 상황을 고려해 인사를 한 것이지 (청와대 외압으로 인한) 부당한 인사가 아니라고 한다. 인사 작업을 했던 인사팀도 부당한 인사는 아니라고 했다. 더 이상 직권남용 근거를 찾을 수가 없다. 사람을 부르려면 혐의가 있어야 한다”고 항변했다.

한 전 총장의 수사 착수 가능성에 대해서는 “현재로선 단서가 없어 수사 착수가 어렵다. 그러나 윤씨가 (추가) 진술을 한다면 변수가 될 수 있다”고 의미심장한 발언을 했다. 

여 지검장은 검찰의 부실 수사에 대해 “공소시효 문제 때문에 수사를 더 못 한다. 더 엄격하게 조사를 하려면 시효가 있어야 하는데 실체적 판단을 하지 않았다”며 “(조사단이 수사를) 권고하거나 촉구해도 혐의가 없으면 수사 못 한다”고 밝혔다.

청와대의 외압 혐의에 대해서는 “범죄 혐의를 찾을 수가 없다. 도덕적인 문제는 잘 모르겠다”며 “곽상도도 혐의가 있으면 소환했을텐데 혐의가 없으면 불러서 조사할 수 없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과거 김씨의 모든 혐의가 유야무야 되고 지금은 구속까지 된 것에 대해 여 지검장은 “어느 사건이든 (시간이 흘러) 뒤에서 얘기하는 건 가장 쉽다. 윤씨가 진술을 바꾼 게 가장 컸다. (2013년 당시) 윤씨가 뇌물과 성접대 및 성폭행 자체를 전면 부인했지만 지금은 그걸 인정했다. 지금은 나중에라도 부탁할 게 있지 않았겠는가라고 하면서 대가 관계도 어느 정도 인정하고 있다”고 반론했다.

곽 의원은 당연히 사건의 당사자로 지목됐기 때문에 이번 수사단의 결론에 환영하는 분위기다. 

이를테면 4일 페이스북을 통해 “이광철 민정수석실 선임 행정관과 이번 수사 권고 실무를 담당한 조사단 이규원 검사(동부지검)는 수시로 만날 수 있는 사이라고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이 밝혔다. 또 이런 배경을 업고 문재인 대통령이 나서서 검찰에 철저한 수사를 지시했다. 대통령 딸 문다혜의 해외 이주 의혹을 제기한 야당 국회의원을 죽이기 위해 경찰-청와대-과거사위가 어떤 연락을 주고 받았는지 모두 드러났다”며 “이들을 상대로 법적인 책임을 묻겠다”고 엄포를 놨다.

곽상도 의원은 무혐의 결론을 근거로 법적 대응을 암시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곽상도 의원은 무혐의 결론을 근거로 법적 대응을 암시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하지만 임은정 부장 검사(청주지검 충주지청)는 4일 페이스북을 통해 과거 2017년 SBS의 검사 성희롱 보도 사례를 회상하면서 책임자를 징계하지 않고 언론에 제보한 검사를 색출했던 것과 이번 일이 다르지 않다면서 “수사단의 수사 결과를 예상했었다. 수사 의지와 방향은 수사단장을 보면 유추 가능하니까. 그때처럼 허탈하여 망연자실 쳐다보게 되는 건 어쩔 수 없다”고 밝혔다.

이번 결론의 성격에 대해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는 논평을 내고 “과거사위가 검찰의 검찰권 남용에 대해 수사를 촉구한지 일주일도 되지 않아 발표된 중간 수사는 김학의 전 차관과 윤중천만 기소했을 뿐 검사는 무혐의라는 셀프 면죄부로 점철돼 있다”며 “김학의 게이트에 전직 검찰총장 등 고위 검찰 간부들이 조직적으로 연루되어 있고 그동안 검찰이 이러한 범죄를 고의적으로 축소하거나 은폐했다는 직권남용 의혹을 받는 상황에서 오늘의 중간 수사 결과는 검찰 조직과 전현직 검사들을 비호하기 위한 꼬리자르기에 다름 아니”라고 규정했다. 

더 나아가 장병호 내일신문 기획특집팀장은 3일과 4일 페이스북에 “전현직 검사 중 누구라도 잘못을 고백하거나 반성하는 모습은 없었다. 반성은 커녕 일부 검사들은 조사단원에게 명예훼손으로 민형사상 대응을 언급하거나 겁박했고 전직 검찰 간부들은 강제 조사권이 없는 과거사위 조사에 응하기를 거부했다. 문무일 검찰총장만 잘못을 시인하고 사과했을 뿐”이라며 “반성하지 않는 자에게 강요할 필요는 없다. 사법농단을 저지르고도 현직에 남아 사법 신뢰를 훼손하는 법관과 마찬가지로 부당한 검찰권 행사로 인권 침해를 자행한 검사는 탄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헌법 65조 1항과 검찰청법 37조를 근거로 “검사는 검찰청법에 따라 탄핵이나 형사처벌에 의해서만 파면이 가능하다. 공소시효 등으로 형사처벌이 불가능하다면 오직 탄핵에 의해서만 파면할 수 있다”고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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