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사의 이상한 ‘형평성’ ·· 살인범 김성수에 ‘징역 30년’ 
판사의 이상한 ‘형평성’ ·· 살인범 김성수에 ‘징역 30년’ 
  • 박효영 기자
  • 승인 2019.06.05 08: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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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사의 고민
다른 사건들과의 형평성
동생도 무죄
김호인 변호사의 눈물

[중앙뉴스=박효영 기자] 말도 안 되는 사소한 이유로 목과 얼굴을 칼로 80여 차례 찌른 살인범 김성수씨에 대해 징역 30년이 선고됐다. 김씨는 2018년 10월14일 서울 강서구의 한 PC방에서 알바생을 살인했다. 불친절하게 대했다면서 실랑이를 벌인 뒤 집에 가서 캠핑용 칼을 가져와 잔인하게 쩔러댔다. 

이환승 부장판사(서울남부지방법원 형사합의11부)는 4일 오후 김씨에 대해 “형을 정하기 쉽지 않은 사건”이라며 징역 30년을 선고했다. 

고민이 깊었다는 것인데 이 판사는 “대법원이 정한 사형 선고를 할 만한 사건에는 해당하지 않고 무기징역이 선택된 다른 사건에 비해 중대성을 그만큼으로 판단하기 어렵다. 피해자가 1명인 다른 살인 사건 사례들과 비교했을 때 무기징역은 과하다고 판단돼 유기징역의 상한형인 징역 30년을 선고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 사건만 보면 피고인의 엄벌이 강조될 수 있겠으나 양형은 다른 유사 사건과의 판결례를 참고해 정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잔혹한 살인을 저지른 김성수. (사진=연합뉴스 제공)

이 판사가 양형을 정한 배경에는 유사한 살인 사건들과의 형평성이 주효했다. 

물론 이 판사도 “믿기 어려울 정도로 공격적이고 잔인하다. 극단적인 생명 경시 태도가 여실히 드러난다. 사회 일반에 커다란 충격과 공포를 불러일으켰다. 범행이 사회적으로 몹시 위험하고 죄질이 극히 나쁘다”며 김씨의 악랄함을 지탄했다.

다만 김씨의 잔혹성으로 인해 검찰이 사형을 구형한 것에 비하면 징역 30년은 상대적으로 경한 편이고 무기징역이 아니기 때문에 언제든지 가석방 대상이 될 수도 있다.

유족의 법률 대리인인 김호인 변호사는 재판 직후 유튜브 영상을 통해 “피해자 측 대리인으로서 (이 판사의 양형 중) 제일 이해되지 않았던 게 김성수의 어린 시절 불우한 가정환경과 학교 폭력을 당했던 피해자였던 점이 이 사건에 일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심신미약을 인정하지 않았지만 김성수의 성장 환경에 따른 정신적 요소를 감경 요소로 삼았다”며 “만약 김성수가 정상적인 가정에서 자라고 아무 문제없이 학창 시절을 보냈다면 무기징역을 선고했을지 되묻고 싶다”고 비판했다.

이어 “대한민국 역사상 적어도 언론에 나오고 많은 국민들의 공분을 산 사건들 중에 한 명의 피해자 얼굴에 칼로 무려 80번이나 자상을 낸 살인 사건이 있었는지 묻고 싶다. 법은 상식이다. 법의 대전제 중 하나는 같은 것은 같게 다른 것은 다르게 취급해야 한다. 피해자가 한 명인 점은 다른 사건과 유사할 수 있다. 피해자는 응급실에 실려가기 전까지 80번의 난도질을 당할 때까지 숨이 붙어 있었다. 응급실에 가서 춥다고 말했다. 이 사건이 여타 다른 살인 사건과 같은지 국민들께 법조인들께 여쭤보고 싶다”며 차오르는 눈물을 훔쳤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판결 직후 개인 유튜브 채널을 통해 재판부의 선고에 반박하면서 눈물을 보인 김호인 변호사. (캡처 사진=유튜브)

서울남부지방검찰청 형사4부(부장검사 최재민)도 즉시 항소하겠다는 의사를 피력했다. 특히 김씨의 동생이 공범(공동폭행)으로 기소됐는데 무죄로 선고된 것에 대해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이 판사는 “형사소송법은 유죄를 입증하기 위한 기준이 매우 높다. 확신할 수 있을 정도로 합리적인 의심없이 범행을 입증해야 하는데 검찰이 제출한 증거로는 동생이 형과 폭행을 공모했는지 또 공동으로 폭행을 수행했는지 등이 충분히 입증되지 않은 것으로 판단했다”며 “싸움을 돕는 행위라기보다는 싸움을 말리는 행위의 외형을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김 변호사는 “만약에 우리가 유흥가에서 다수 대 한 명의 싸움이 일어났고 1대 1의 싸움이 처음 진행되다가 한 명의 일행이 허리춤을 잡는 행위를 이제 폭행이라고 할 수 없게 된다. 이게 합당한가. 김성수의 동생은 키가 180cm가 넘는 사람이고 뒤에서 잡는 것만으로 피해자가 충분히 움직임에 많은 제약을 받았다”고 반박했다. 

사건 당시 김씨는 집에서 칼을 가지고 왔고 피해자가 쓰레기를 버리기 위해 PC방 밖으로 나오길 기다리면서 화장실에 숨어 있었다. 

범행에 돌입하기 직전까지 동생은 △형과 동행했었고 △출동한 경찰이 돌아가는 것과 피해자가 PC방에서 나오는 걸 확인해서 형에게 알려준 것으로 보이고 △피해자의 허리춤을 붙들면서 힘의 균형이 무너져 피해자의 죽음에 결정적인 기여를 했고 △말리려고 했다면 형을 말렸어야 했지만 그러지 않고 피해자의 저항을 막아버렸고 △경찰의 재출동 전에 현장을 황급히 떠났다. 

김 변호사는 “끝까지 할 수 있는 것은 다 해볼 거다. 이 사건에 대해 같이 공감해주고 응원해준 국민들께 감사드리고 내가 지금 흘리는 눈물보다 몇 억배 더 가슴이 찢어질 고통을 오늘도 겪고 계신 유가족들께 피해자 대리인으로서 이런 결과 밖에 만들어내지 못 한 것에 대해 송구스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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