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등포 쪽방촌을 가다

영등포 역 앞 쪽방촌 (사진=신현지 기자)
영등포 역 앞 쪽방촌 (사진=신현지 기자)

[중앙뉴스=신현지기자] 영등포 역 앞에는 두 얼굴이 공존한다. 영등포 역 앞 철공소 뒤편의 대표적인 슬럼가로 꼽히는 집창촌, 그리고 그 옆으로 웅장한 자태를 자랑하는 타임스퀘어. 윤락녀들의 터전인 집창촌과 21세기의 트렌드를 주도하는 타임스퀘어는 묘한 대조를 이루며 영등포의 빛과 그림자로 자리하고 있다. 

그리고 전혀 어울리지 않는 그림은 또 있다. 신세계백화점으로 연결되는 주차장 옆 골목으로 쪽방촌. 기자가 2년 전 이곳 쪽방촌에 나왔을 때 여전히 이곳에서는 성매매 여성들이 영업 중이었다.

(사진=신현지 기자)
지난 3월 화재로 현재 이곳의 세입자들은 떠나고 없다 (사진=신현지 기자)

당시 윤락여성들을 상대로 여관업을 하던 90세의 고령의 노인은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젊은 애들은 다 떠나고 예전에 있던 나이든 아가씨들이 갈데없어 단골을 상대로 그냥 눌러 있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여관을 근거지로 7~8명의 아가씨들일을 하고 있다는 말과 함께.  현재는 어떠한 것일까.   

지난 4일 기자가 찾은 쪽방촌의 골목은 한산했다. 그곳에서 한 블록만 나서면 자동차와 인파가 줄을 잇는 대로변이지만 이상하게 쪽방촌은 마치 외딴 시골동네처럼 한적했다.“무슨 일이요?” 그때 아무도 없는 골목에 늙스구레한 남성이 불쑥 나타나 무슨 일로 왔냐며 경계하는 눈빛이었다.  

기자는 사람을 찾으러왔다고 둘러댔다. 이곳 사정을 확실히 알아야겠다는 생각에서. “2년 전 이곳에서 일하던 아가씨가 있었는데...” 그제야 남자는 의심의 표정이 풀리며  “난 또 구청에서 나온 줄 알았잖아.” 라며 혼잣소리로 말했다. 그러면서 누굴 찾느냐고 연거푸 물었다.

 (사진=신현지 기자)

그런 그를 뒤로 하고 쪽방촌의 다시 찾은 여관은 뜻밖에도 화재 현장을 재현하듯 집 전체가 불에 탄 채 방치된 모습이었다. 줄곧 기자를 주시하고 있던 ㄱ씨에 따르면 지난 3월에 이곳에 세들어 있던 성매매 여성의 방화로 건물이 소실되었고 집주인 노인을 비롯해 세입자 모두 떠난 상태였다. 다행히 화재에 인명피해는 없지만 불을 지른 여성은 현재 구속 중. 그렇다고 이곳 쪽방촌에 성매매가 근절된 상태는 아닌 듯 보였다. 

그러니까 쪽방촌 입구의 골목에서부터 줄곧 기자의 뒤를 따라붙는 ㄱ씨와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한 남성이 쪽방촌 골목 끝 집에서 나와 황급히 사라지는 모습이었다. 그 남자의 모습에 ㄱ 씨는 아가씨들 모두 떠나고 두엇이 남아 있는데 방금 나간 남자는 한 아가씨의 단골이라고 했다.

“이곳에 남은 여자들 몇몇이 있는데 다들  나이가 있어, 어디 갈 데가 없잖아. 저기 건너편에 집창촌만 해도 다 젊은애들이라 이제는 안 되지, 그래도 찾아오는 단골이라도 있으니 방세라도 빼는 거지.

단골들 상대로 일하다 돈 없으면 방세도 밀리고 몰래 도망가기도 해. 며칠 전에 한 아가씨도 방세 떼먹고 도망갔잖아. 애들한테 빌린 돈도 상당히 있다는데 그것도 안 갚고. 그런 애들은 어디가도 인심 잃어 일하기 힘들 거야. 고향으로 갔다는 소리도 있던데 혹 그 아가씨 찾는 건 아니야?”  

이렇게 이곳 사정을 설명해주는 ㄱ씨는 이곳에서 일하는 여성들의 뒤를 돌봐주는 일을 하고 있다고. “젊어서는 용산, 청량리, 미아리 신길동으로 많이 돌았는데 이제는 나도 이제 나이를 먹으니. 예전에는 일하기 좋았어, 우리가 없으면 애들도 장사하기 힘들어. 지금도 못된 새끼들이 많아, 특히 돈 안주고 튀는 새끼들은 애들 혼자서는 감당이 안 되잖아. 그런 새끼들은 우리가 가만 안두는 거지.”

그러면서 ㄱ씨는 이곳에서 일했던 여자들을 자신이 많이 알고 있다며 자꾸 누굴 찾느냐고 물었다. 찾아줄 수 있으면 찾아주겠다며. 당황스러웠다.

쪽방촌 뒤편으로 집창촌의 모습 (사진=신현지 기자)

기자의 그런 표정을 알아채지 못한 ㄱ씨는 “알겠지만 예전엔 이곳이 엄청 북적였어. 정부가 단속하는 바람에 다들 흩어졌는데. 그렇다고 가들이 이 일을 안 할 수 있나. 가진 건 몸뚱이 밖에 없는데.

그러니 정부가 잘 못 하는 거지  범죄도 더 늘었잖아. 음성적으로 하니 그래. 못하게 법으로 막는다고 될 일인가. 그럼 장애인들이나 혼자 사는 남자는 어디에서 욕구를 풀나고. 그나 이름을 말해 봐요. 누군지 내가 아는 아가씨면 찾기 어렵지 않을 테니, ”

그때 짙은 화장의 한 여성이 담배를 피우기 위한 듯 집밖으로 나와 앉는 모습이 보였다. 굳이 설명을 듣지 않아도 이곳에서 일하는 여성으로 보였다. 나이를 물으니. 나이는 밝히고 싶지 않다고. 아니, 별걸 다 묻는다며 화를 냈다.

ㄱ씨가 사람을 찾는다고 말하니 역시 그제야 표정이 풀리며 알아도 가르쳐주고 싶지 않다고. 다행이었다. 그런데 ㄱ씨가 재촉이었다. 그제야 그녀는 “금순이를 말하는 건가? 가 떠났어요.

타임스퀘어와 대조를 이루고 있는 집창촌 (사진=신현지 기자) 
 

돈벌이가 돼야지. 집세도 100만원씩 인데, 여기에서 돈 벌면 다 떠나요.”라고 했다. 다들 어디로 가느냐는 물음에는 그럴 어찌 알겠냐고. 이곳에서는 그런 건 묻지 않는 거라고. 자신도 돈 벌면 이곳을 떠날 거라고.

기자가 그런 그들을 뒤로 하고 나오자 그 여성은 기자를 향해 “저쪽 철길 건너 쪽방촌 있는데 거기에도 몇몇 애들이 있어요, 사람을 찾으려면 거기로 가보던가.” 라고 외쳤다. 그런 그녀의 머리 위로 거대한 건물에 가려진 햇살이 동전처럼 내려 앉았다.

한편 서울시는 영등포구를 2030서울플랜의 3대 도심으로 선정하면서 영등포역 주변 노점상과 성매매 집결지(집창촌)에 대한 정비를 계획하고 여기에 따른 대책을 마련 중에 있다.

특히 영등포구청은 집창촌 일대에 문화시설과 청년 시설을 지어 유동 인구를 늘리고, 성매매 업소들을 자연스럽게 도태시키려는 작업을 계획하고 있다. 

지난 3월 27일 영등포 주민자치회 등 시민 50여 명이 참석한 자리에서 채현일 구청장은 ‘영중로 보행환경 개선사업 공사안내’를 발표에 이어 “영등포시장, 문래동, 타임스퀘어 옆 집창촌 등 지역 환경 개선 사업을 차근차근 밟아 나가도록 하겠다” 라고 대책을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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