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내 탈북자 지위 고찰한 졸업논문 현지서 극찬

4일 로마 라테라노 대학에서 박사 논문을 발표한 정다운 신부 (왼쪽에서 두번째) (사진=연합뉴스)
4일 로마 라테라노 대학에서 박사 논문을 발표한 정다운 신부 (왼쪽에서 두번째) (사진=연합뉴스)

[중앙뉴스=우정호 기자] 교황청에 3번째 한국인 외교관이 곧 탄생한다.

5일(현지시간) 로마 한인천주교계에 따르면 정다운(37·세례명 요한바오로) 신부가 전날 교황청 외교관학교에서 최우등(숨마 쿰 라우데) 졸업의 영예를 안았다.

외교관학교 졸업 후에는 보통 1개월 정도의 시차를 두고 전 세계 교황청의 대사관 중 한 곳으로 발령을 받는 게 관례라, 작년에 이어 2년 연속으로 교황청에 한국인 외교관이 나오게 됐다.

지난 해에는 황인제(37) 신부가 외교관학교를 졸업한 뒤 르완다 교황청 대사관으로 발령을 받아 외교관으로서의 첫 발을 내디딘 바 있다.

정다운 신부의 가세로 교황청 내 한국인 외교관은 태국·캄보디아·미얀마 교황대사로 재직 중인 장인남 대주교를 포함해 총 3명으로 늘어난다.

정 신부는 교황청 박사 논문 통과와 동시에 외교관학교를 졸업하고 곧 교황청 외교관으로서 첫발을 뗄 예정이다.

정다운 신부는 외교관학교 졸업의 최종 관문으로, 이날 교황청립 라테라노 대학에서 열린 박사 논문 심사에서 '국제법에 따른 한국에서의 탈북자의 지위와 정착'(Lo Status e L'insediamento dei Profughi Nord Coreani nella Corea del Sud Secondo il Diritto Internazionale)이라는 제목의 논문을 발표해 극찬을 받았다.
 
심사위원장을 맡은 빈첸초 부오노모 라테라노 대학 총장은 한국 내 탈북민의 지위와 정착 현황을 국제법에 의거해 분석한 이 논문에 대해 "교황청의 최대 관심사 중 하나인 난민·이주민의 문제를 탈북민을 통해 천착해 시의적절할 뿐 아니라 주제도 참신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또한 "서양 사회에 아직 실상이 잘 알려지지 않은 탈북민에 대한 관심을 환기하는 역할도 했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4일 로마 라테라노 대학에서 박사 논문을 발표한 정다운 신부 (사진=연합뉴스)
4일 로마 라테라노 대학에서 박사 논문을 발표한 정다운 신부 (사진=연합뉴스)

정다운 신부는 이 논문으로 만점인 10점에 가까운 9.9점을 얻어 졸업이 까다롭기로 악명높은 외교관학교에서도 극소수에게만 허락되는 최우등 졸업을 하게 됐다.

교황청 외교관학교는 국제법과 외교 등을 넘나드는 방대한 분량의 공부가 필요할 뿐 아니라, 원어민에 버금가는 이탈리아어와 영어를 구사해야 하고, 다른 제2외국어 실력도 요구돼 이탈리아를 비롯한 서양이 모국인 인재들도 쉽게 졸업할 수 없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외교관학교를 졸업하려면 박사 학위를 받는 것이 필수 조건이라, 재학생들은 외교관학교를 다니면서 교황청립 대학에서 박사 과정도 함께 밟아야 한다.

이백만 주교황청 대사는 "교황청이 전 세계에서 지니는 위상을 고려할 때 교황청에 또 한 명의 한국인 외교관이 배출된 것은 한국 천주교회는 물론 국가적으로도 큰 경사"라고 반겼다.

한편, 정다운 신부는 서울 동성 중·고등학교를 거쳐 서울가톨릭대학교를 졸업하고 2011년 사제서품을 받은 뒤 서울 수색성당, 명일동성당의 보좌신부를 거쳤다.

2013년 10월 이탈리아로 유학을 와 2017년 라테라노대학에서 교회법으로 석사학위를 받았고, 같은 해 교황청 외교관학교에 입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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