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인 14일 오전 6시...장지 서울현충원

고(故) 이희호 여사 (사진= 김대중평화센터 제공)
고(故) 이희호 여사 (사진= 김대중평화센터 제공)

[중앙뉴스=신현지 기자]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 부인 이희호 여사가 향년 97세로 10일 11시37분 별세했다. 김대중평화센터는 "그간 노환으로 신촌 세브란스 병원에 입원해 치료받아 온 이 여사가  10일 오후 11시37분 소천했다"고 밝혔다.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이자 대한민국 1세대 여성 정치인 이희호 여사는 1922년 출생으로 이화여고와 이화여전, 서울대 사범대를 졸업한 뒤 미국 램버스대를 거쳐 스카렛대를 졸업했다. 

귀국 후 이화여대 사회사업과 강사로 교편을 잡는 한편 대한YWCA 한국 여성단체협의회 이사 등을 역임하며 여권 신장에 기여한 여성운동가로 활동하다 1962년 상처한 김 전 대통령과 결혼했다. 

결혼 이후  정치적 동지로 대한민국의 격동기를 함께 했으며 특히 김 전 대통령이 투옥됐을 때 그의 구명운동에 앞장섰고 김 전 대통령의 미국 망명과 납치 사건, 내란음모 사건과 수감, 가택연금 등 군사정권 내 이어진 감시와 탄압을 감내했다.

1980년 내란음모 사건 당시에는 국제적 구명운동과 함께 지미 카터 미국 대통령에게 편지를 보내기도 했다. 1997년 김 전 대통령이 대통령에 당선된 뒤에는 '퍼스트 레이디'로서 활발한 내조를 벌였고 여성의 공직진출 확대하는 한편  여성계 인사들의 정계 진출 문호를 넓히는 등에도 앞장섰다.

한명숙 전 총리를 비롯해 추미애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이미경 한국국제협력재단 이사장, 김명자 전 환경부 장관 등이 김 전 대통령 발탁으로 정계에 진출했다.

외환위기 직후에는 사회봉사 단체 '사랑의 친구들'과 '여성재단'을 직접 설립, 마지막까지 고문직을 맡는 등 아동과 여성문제에 각별한 관심을 보여 왔다.

2000년 남북정상회담 당시 김 전 대통령을 동행해 영부인으로는 처음으로 평양을 방문했다. 그러나 김 전 대통령 재직 시절 3남 홍걸씨에 이어 차남 홍업씨까지 잇달아 구속되는 등 시련도 겪어야 했다. 지난 4월20일에는 첫째 김홍일 전 의원(향년 71세)을 먼저 보내는 아픔을 겪어야 했다.   

이 여사는 김 전 대통령 별세 이후에도 재야와 동교동계의 정신적 지주로서 중심을 잡아왔고, 김대중평화센터 이사장 자리를 지키며 의욕적으로 대북 사업을 뒷받침해 왔다.

미국 교회여성연합외 '용감한 여성상', 미국 캘리포니아주 '이 해의 탁월한 여성상', 무궁화대훈장, 펄벅 인터내셔널 '올해의 여성상' 등 인권과 여성문제에 기여한 공을 인정받아 다수의 상을 수상했다.

한편 문 대통령은 핀란드 헬싱키에서 이희호 여사의 별세 소식에 "오늘 이희호 여사님께서 김대중 대통령님을 만나러 가셨다" 며 "여사님은 정치인 김대중 대통령의 배우자, 영부인이기 이전에 대한민국 1세대 여성운동가였다"라며 애도의 마음을 전했다.

더불어민주당과 민주평화당도 이 여사의 별세 소식이 전해진 뒤 각각 논평을 통해 그를 애도했다. 박지원 의원은 페이스북에 "가족들의 찬송가를 따라 부르려고 입을 움직이시면서 편안하게 하늘나라로 가셨다"라고 글을 올렸다.  

빈소는 서울 신촌세브란스병원 특1호실에 마련됐으며 발인은 14일이다. 장례는 가족 측의 의사로 사회장으로 치러질 것으로 보인다. 당일 오전 7시 고인이 장로를 지낸 신촌 창천교회에서 장례 예배가 열린다. 

장지는 서울 동작동 국립현충원. 전 국무총리서리와 평화당 권노갑 고문이 장례위원장을 맡고, 5당 대표가 장례위원회 고문으로는 참여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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