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폐청산엔 합격 검찰개혁엔 의문부호
윤석열 지검장, ‘검찰 개혁’의 최적임자
적폐청산 검찰개혁 두 마리 토끼 잡는다

[중앙뉴스=김경배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17일 윤석렬 서울지검장을 차기 검찰총장에 지명했다. 윤 지검장 지명은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다. 현 정부의 검찰개혁에 윤 지검장만한 적임자가 없다는 것이 청와대나 여권의 대체적인 시각이었기 때문이다.

이번 인사를 통해 문 대통령은 적폐청산과 검찰 개혁이라는 국정과제를 굳건히 추진해 나가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윤 지검장은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국정농단 사건부터 사법행정권 남용 수사까지 주요 적폐사건을 진두지휘했던 인물이기 때문이다.

신임 검찰총장 후보자로 지명된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이 1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 중앙지검을 나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신임 검찰총장 후보자로 지명된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이 1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 중앙지검을 나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왜 윤석열?…“윤석열 지명은 예고된 것”

지난주까지 봉욱 대검찰청 차장(사법연수원 19기)과 김오수 법무부 차관(20기), 이금로 수원고검장(20기),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23기)이 차기 총장 후보로 거론됐다. 하지만 정치권은 이미 윤 지검장의 지명을 유력한 것으로 보고 있었다.

앞서 설명한 것처럼 그가 그동안 국정농단 사건부터 사법행정권 남용 수사까지 주요 적폐사건을 진두지휘했던 인물로 현 검찰개혁을 이끌 최적임자 평가됐기 때문이다. 특히 문 대통령은 취임 전부터 검찰개혁을 최우선 국정과제로 선정했다.

그중 대표적인 것이 검·경 수사권조정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이다. 하지만 문무일 검찰총장까지 이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피력하는 등 검찰내부에서 거센 반발을 받아왔다.

서열을 중시하는 검찰조직의 특성상 이 같은 기조는 계속 유지될 것으로 보였고 이를 타개하기 위해서는 강력한 개혁의지를 가진 인물이 필요할 수밖에 없었으며 이는 결국 서열파괴라는 무리수를 두더라도 윤 지검장을 총장후보로 지명하게 된 것이다.

다른 후보자들은 왜 탈락했을까?

총장 후보로 거론된 4인의 경우 검찰 내부의 신망이나 성품, 업무 추진력은 윤석열 총장 후보자에 비해 손색이 없다는 평가다. 하지만 이러한 성품과 신망이 오히려 감정으로 작용했을 개연성이 높다. 적폐청산에 있어서는 어느 정도 공감하지만 검찰개혁에 있어서는 현 정권과 궤를 같이 하는지에 대해서 의문부호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먼저 봉욱 차장의 경우 강한 업무 추진력과 함께 소탈하면서 겸손, 온화한 성품을 갖고 있어 조직 안정을 이끌 적임자로 거론돼왔다. 하지만 이러한 온화한 성품이 산적한 현안인 검찰개혁과 적폐청산을 원활히 잘 이끌 수 있겠느냐 하는 회의론이 제기되어 왔다. 이러한 점이 결국은 감점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김오수 차관은 주변과의 친화력, 지휘통솔력 등이 탁월한 인물로 정평이 나 있으며 법무연수원장 재직 당시였던 지난해 5월 김기식 전 금융감독원장이 사퇴하자 유력한 후임 금감원장 후보로 거론될 정도로 문재인 정부의 두터운 신임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 핵심과제인 검찰개혁과 적폐청산을 앞장서서 나가기에는 윤 총장 내정자에 비해 강렬함이 부족했다. 더욱이 문무일 총장과 같은 호남출신이라는 점도 오히려 감점요인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이금로 고검장은 이번 정부 첫 법무차관으로 원만하고 합리적인 성격과 엄정한 일 처리로 검찰 내부 신망이 두터운 인물로 알려졌다. 국회에 근무하면서 여야 의원들과도 가까워 검찰 안팎의 불협화음을 조율할 인물로 평가됐었다.

지역색이 다소 약한 충청출신이라는 점도 장점으로 작용했지만 원만한 성품이 검찰개혁을 이끄는데 오히려 부정적인 평가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 고민정 대변인이 17일 오전 춘추관 대브리핑룸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다음 달 24일 임기가 끝나는 문무일 검찰총장 후임에 윤석열 현 서울지검장을 지명했다고 밝히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청와대 고민정 대변인이 17일 오전 춘추관 대브리핑룸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다음 달 24일 임기가 끝나는 문무일 검찰총장 후임에 윤석열 현 서울지검장을 지명했다고 밝히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윤석열, '검찰 개혁'의 최적임자

그동안 검찰의 관행을 볼 때 봉욱 차장이나 김오수 차관이 지명되더라도 무난한 인사라는 평을 듣기에 충분했다. 무엇보다 상명하복을 내세우는 검찰조직의 특성상 기수파괴는 엄청난 후유증을 동반할 개연성이 높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동안 검찰의 안정을 위해 그동안 기수파괴의 지명보다는 무난한 인사를 통해 검찰조직의 안정을 꾀해왔다. 하지만 이번 인사에서 알 수 있듯이 청와대는 이러한 검찰 내부의 안정보다는 변화를 택했다.

윤 후보자가 처리해야 최대 과제는 검찰개혁이다. 문 대통령은 취임 전부터 최우선 국정과제중 하나로 검찰개혁을 선정했다. 검·경 수사권조정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가 그것이다.

하지만 검찰 내부에서 조차 이에 대한 불만과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검찰의 막강한 권한을 경찰 등에 넘겨줘야 하는 현실 때문이다. 윤 후보자는 우선적으로 조직 구성원들의 이러한 불만을 잠재워야 한다는 것이다. 

국회의 법안 논의 과정에서도 윤 후보자의 역할이 커졌다. 무엇보다 보수 야권이 공수처 설치 등에 반대하고 있는 입장에서 이를 설득해야만 한다. 자칫 검찰총장이 청와대 호위무사냐 하는 비난에 직면할 수도 있다. 윤 후보자에게는 엄청난 부담일 수밖에 없다. 

검찰개혁의 또 다른 축인 내부 제도개선 작업도 마무리해야 한다. 문무일 검찰총장은 특별수사 총량을 축소하고 검찰수사심의위원회·형사상고심의위원회를 설치, 검사의 결정에 외부 의견을 반영하도록 했다. 인권감독관 제도 활성화도 신경 써야 한다.

윤석열에게 드리운 그 밖의 과제

윤 후보자의 등장으로 검찰 관행상 고위직 인사들의 퇴진 등 인적 변화가 불가피해졌다. 문 총장의 사법연수원 다섯 기수 후배인 윤 후보자가 취임하게 되면, 검찰 관행대로라면 연수원 19기부터 윤 후보자 동기인 23기까지 검사장급 이상 간부 30여명이 옷을 벗어야 한다.

이러한 점 때문에 연수원 동기와 선배 일부가 검찰에 남아 조직 안정에 힘을 보태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하지만 동기가 전부 남더라도 현직 검사장 가운데 절반 정도인 20여 명이 교체되는 역대급 후속 인사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검찰 내부에선 윤 지검장의 발탁에 기수문화 파괴가 배경으로 작용한 만큼, 동기나 선배들이 얼마나 나갈지는 인사권자 의중에 따라 결정될 것으로 보고 있다. 때문에 검찰 안팎에선 취임 직후 이뤄질 후속 인사를 윤 후보자의 조직관리 능력을 가늠해볼 시험대로 보고 있다. 

윤 후보는 이에 앞서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야 최종 임명된다. 오는 18일 이낙연 총리가 주재하는 국무회의에서는 윤 지검장에 대한 임명제청안이 의결될 전망이다. 국무회의 의결 후 인사청문 요청서를 국회에 보내게 된다.

이르면 내달 초중 순에 국회에서 인사청문회가 열릴 예정이다. 국회 인사청문회는 임명동의안이 제출된 날부터 20일 이내 마쳐야 한다. 그 안에 끝내지 못하면 추가로 10일을 더 쓸 수 있다.

검찰총장은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야 하지만 청문보고서 채택과 무관하게 대통령이 임명할 수 있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와 코드가 맞는 윤 후보자의 등장을 보수야당이 적극 찬성할 리가 없다. 때문에 청문회 과정이 순조롭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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