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길호 성신여대 겸임교수
정길호 성신여대 겸임교수

[중앙뉴스=정길호] 인기 방송인 김제동씨를 둘러 싼 고액 강연료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대전 ‘대덕구와 김제동이 함께하는 청소년아카데미’ 토크콘서트를 계획하였지만 90분 강연에 1550만원을 책정했다는 논란이 일면서 해당 지방자치단체는 돌연 강연을 취소했다.

이 행사를 위해 사전에 대덕구에 위치한 한남대학교에서 중,고등학생과 부모님들을 대상으로 누구를 강사로 모실까라는 설문조사에서 김제동이 가장 많아 초청을 하게 됐다고 한다.

그토록 시장경제 논리를 강조하던 보수 진영의 언론과 정치인들이 특정 연예인의 강연료 금액이 많다는 주장과 함께 좌.우진영 논리만을 앞세우지 정작 출연료의 적절성 논란은 뒷전으로 보인다.

  그렇다 할지라도 ‘재정자립도가 낮은 자치단체에서 주민의 세금을 저렇게 사용해도 되는가’라는 바른미래당 대전시당과 한국당 소속위원들 중심의 비난에 대해서는 연예계 사정에 대해 명확히 알지 못하는 일반 대중들에게는 받아들이기 힘든 금액일 수 있다는 문제는 여전히 남는다. 

  지금 세계인들에게 가장 큰 관심과 가치는 “성과(Performance)”이며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한 미래 지향적인 논의가 한창인 반면에 한국에서는 2차 세계대전 직후 냉전시대에 중요시되었던 “이념”이라는 가치가 여전히 민감하게 자리 잡고 있어 사회통합과 발전의 장애요인이 되고 있다.

이런 사회의 특성은 어떠한 현상이나 사안 자체를 있는 그대로 보지 않고 대결구도의 관점에서 보는 것이다. 특정 정책이나 행사 및 발언 등의 주체가 어느 진영에서 했는가 하는 것이 중요시되고 그 자체의 의미와 가치, 배경, 파급 효과 등 사실 관계를 따지지 않거나 무시하며 반대편 진영에서 하는 것이면 무조건적인 반대 논리를 펴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언론의 선정성 보도가 가세하여 알맹이 없는 싸움만 난무한다. 이제 우리 국민들은 일부 정치인과 언론의 행태가 시장논리와 경제 원리를 무시한 뿌리 깊은 진영 논리에서 나온 것이며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간다는 것을 알고 국민들 스스로는 객관적인 시각으로 올바른 이해를 할 필요가 있다. 

  우선, 연예인의 몸값은 시장경제 논리의 전형이다. 시장의 수요와 그 배우의 영향력을 반영하여 자연스럽게 형성되는 것이다. 광고주는 고액이지만 그 연예인에게 CF광고를 맡기려고 줄을 서는 것이 그런 경우이다. 예전보다 '광고'의 힘이 커진 게 사실이다.

소비 대상에 맞춰 각 상품별 광고를 띄우기도 하고 클릭이나 검색했던 정보들을 수집해 사람들에게 필요한 것을 광고로 보여주는 사이트도 적지 않다. 광고의 힘이 커진 만큼 광고 모델을 고르는 광고주들도 특정 연예인에게 관심을 집중되고 광고주들이 선호하는 연예인들의 몸값이 크게 상승하게 된 것이다.

김제동씨 출연료가 90분에 1550만원에 대해서는 국내 톱클래스 연예인 수준의 출연료로 보이며 아마추어가 아닌 직업연예인에게 지나친 금액이라는 것은 동의할 수가 없다. 상대적으로 같은 급의 다른 MC에게도 그 정도는 지급해야 할 금액으로 보인다.

또한 연예인에게 적정 가격을 제시하면서 출연을 요청하여 응하는 연예인에게 때와 장소를 가리라는 것은 무리한 요구로 보인다. 행사 취지에 적합한 인사인지 확인해야 할 책임은 주최측인 지방자치 단체에 있는 것이다. 

  두 번째로 고액 강연료는 문제의 핵심이 아니라 사태의 빌미가 되는 촉발요인으로 봐야 할 것이다. 역사적 사건이나 사태를 보더라도 오랫동안 쌓여 근본적인 문제점들이 표출되지 않고 잠재되어 쌓여 있다가 어떤 조치나 계기로 인하여 아주 작거나 중요성이 낮은 것임에도 불구하고 촉발요인으로 작용하여 사태가 벌어지는 것이다.

일명 ‘최저임금 편의점 사태’가 그것이다. 2019년도 최저임금 결정 시한을 이틀 앞둔  2018년 7월 12일 편의점 점주를 비롯한 소상공인 연합회 등은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정책을 수용하지 못하겠다고 선언하며 집단행동을 벌였던 것이 대표적인 경우이다.

편의점주들의 단체행동은 표면상 최저임금 인상으로 촉발되었지만 그 동안 비싼 임차 비용, 신용카드 수수료 부담, 과도한 편의점 점포수가 핵심요소인데 장기간 서서히 표면화되지 않고 잠재화되어 있었던 것이다.

  김제동씨의 출연료가 비싸다는 표면적 이유 이면에 보수와 진보의 진영논리가 잠재화되어 있다가 표출된 것으로 봐야 한다. 김제동씨에 대해 이념 편향적이었다고 공격을 하려면 발언 내용을 가지고 자기들과 다른 내용인가 틀린 내용을 왜곡했다는 것인지를 구분해서 지적을 해야 하며 진보진영 행사에 참여했다는 사실을 가지고 비난과 비방을 해서는 곤란하다.

법륜스님은 자신과 함께 50회 이상 무료 전국 순회강연을 다녔던 것을 이야기하며 “연예인은 일반 사람에 비해 출연료를 많이 받게 되어 있는 사회 통념을 고려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법륜 스님은 김제동씨가 속해있는 직업연예인 그룹에서 출연료를 많이 받느냐 적게 받느냐 하는 것은 유재석, 강호동 등 많은 연예인들의 출연료와 비교해서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연예인 그룹이 이처럼 고액 출연료를 받는 것에 대해 비판하는 것은 정당하지만, 일반인과 김제동씨의 출연료를 비교하는 것은 합당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2010년 평화재단 청년열린강연 등 무료 강연을 수없이 다녔고 자신의 강연료 중에 많은 부분을 기부하여 6월 초 북한 어린이돕기 옥수수 1만 톤 보내기 모금에 한지민, 노희경 작가와 함께 450톤에 해당하는 돈을 성금으로 전달했고 2016년 대구 서문시장 화재 때 1700만 원, 2017년 제천 화재 때 1600만, 올 봄 강원 산불 때 구호 물품 및 2000만 원 기부 등 다양한 선행을 해 온 것도 연예인들 중에 모범 사례로 여겨진다.

법륜스님의 인용이 아니더라도 정치는 대한민국에서 시장경제가 잘못되거나 경쟁시스템이 왜곡되지 않도록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어야 하는 것이지 경제를 압박하거나 자기 진영의 인사가 아니라고 다른 것을 구실 삼는 등 의도가 불순한 선정성 지적질이 아닌지 살펴봐야 한다.

또 지방 자치단체장들도 재선을 목전에 두고 인기 연예인을 활용하는 곳에 몰두하는 것이 아닌지 살피는 것이 우선이다.

▲ 정 길 호
    성신여자대학교 소비자생활문화산업학과 겸임교수
    (주)LG강남CS센터 대표
    본지 편집위원 겸 칼럼리스트
    前 사)기업소비자전문가협회 회장

관련기사

저작권자 © 중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