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칠성시장 (사진=신현지 기자)
대구 칠성시장 (사진=신현지 기자)

[중앙뉴스=신현지 기자] 1950년 섬유 생산의 중심 도시로 경제적 부를 창출하며 대한민국의 경제기반을 닦는데 초석이 되었던 대구가 새롭게 관광의 도시로 주목받고 있다.

지난 6월 9일 ‘2019 서울국제관광산업박람회’에서 권영진 대구시장은 ‘2020 대구·경북 관광의 해’를 선포하며 성공적 추진에 각오를 다졌다. 이에 앞서 3월 전국경제투어 일정으로 대구를 찾은 문재인 대통령의 칠성시장 방문에 벌써부터 대구는 여행자의 도시로 부산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본지는 대구광역시 칠성시장과 그 일대를 중심에 두고 취재에 나섰다. 대한민국 동남부에 있는 도시. 북부와 남부산지가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는 분지에 자리 잡은 도시, 그래서 어느 도시보다 혹독한 여름더위로 정평이 나있지만 방문한 이날만큼은 촉촉한 이슬비로 대구는 생각보다 선선했다.    

(사진=신현지 기자)
(사진=신현지 기자)

하지만 도시철도 1호선이 관통하는 칠성시장에 도착하자 시장의 분위기는 뜨거웠다. 상인들의 부산한 움직임, 아니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대규모라는 것에 놀라움이었다, 마치 도시 전체가 장을 펼친 듯 온갖 과일부터 농·수산물까지 다양한 부식거리 와 식자재들이 끝도 없이 펼쳐져 있는 모습이었다. 

이곳 상인에 따르면 한때는 이 시장이 동천시장이라고 불렸지만 1946년 상설시장 개설 이후 현재는 칠성시장, 경명시장, 대성시장, 칠성꽃시장, 대구청과시장, 삼성시장, 북문시장, 능금시장, 가구시장 등 9시장을 모두 합쳐 칠성시장이라 불리고 있다.

서문시장에 이어 규모가 2번째로 큰 시장이기도 한 칠성시장은 매일 새벽 전국의 농·수산물이 이곳 시장으로 몰려 신선도는 물론 저렴한 가격선과 상인들의 구수한 입담에  대형마트에서 느끼지 못하는 경험을 사갈 수 있다. 특히 ‘2020년 대구 관광의 해’에 칠성시장 상인들은 서비스에 각별함을 더 할 것이라는 상인의 설명이 뒤따랐다.  

상인의 이 같은 설명을 뒤로하고 미로처럼 엮인 시장 내부를 돌아 시장 끝에 서자 칠성전자상가였다. 최신형 전자제품은 물론 구경하기 어려운 배불뚝이 구형 TV에서 한때 주부들이 없어서는 안 되는 빨래도우미 짤순이까지 없는 게 없어 보였다.

'김광석 다시그리기' 길 (사진=신현지 기자)
'김광석 다시그리기' 길 (사진=신현지 기자)

전자상가의 맞은편 도로를 건너 서로 마주보고 있는 좁은 골목 안에는 온갖 맛집이 손님을 맞고 있었고. 돼지골목, 닭 골목, 족발 골목 멍게 골목 등 촘촘한 맛집 중 특히 연탄불로 구워 내는 석쇠불고기 집 앞에는 여행자들이 아침부터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었다. 하지만 재래시장의 즐거움이라면 무엇보다 보리밥집이 최고라는 듯 이곳은 빈자리가 없었다.

15가지가 넘는 신선한 야채와 강된장을 섞어 비벼먹는 보리밥집 골목은 최근의 문 대통령 방문뿐만 아니라 역대 대통령들이 찾았던 곳으로 알려지면서 여행자들의 여행 코스로 자리 잡아가는 모습이었다. 

이처럼 역동적인 칠성시장을 벗어나자 이번엔 대구의 번화가인 동성로였다. 대구 읍성의 동쪽을 허물고 낸 길이라 하여 동성로로 불리는 이곳은 반월당부터 종로, 대구역, 공평로까지 포함하여 관광 상권을 이루고 있어 한눈에도 서울의 명동거리와 같은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특히 여행자들에게 가장 중요한 호텔과 게스트하우스 등이 이곳에 몰려 있어 숙소 선택이 용이한 점도 동성로의 매력인 듯 했다. 일본 비즈니스호텔 점유일 1위인 토요코인(TOYOKO-INN) 호텔도 최근에 대구역과 가까운 동성로에 본격 운영 중에 있어 여행자들이 많은 관심을 갖는다는 동행자의 설명이 뒤따랐다.  

(사진=신현지 기자)
'김광석 다시그리기' 길의 전경(사진=신현지 기자)

이어 동성로의 달구벌대로 들어서자 이번엔 故 김광석의 자취를 따라 걸을 수 있는 ‘김광석의 다시그리기’ 길이었다. 그의 음악이 흐르는 약 350m 길은 한국 관광의 100선에도 뽑혀 대구를 찾는 여행자라는 놓치지 않는다는 설명을 굳이 하지 않아도 그의 모습을 담은 벽화와 음악이 흐르는 카페, 그리고 다양한 아트 갤러리들에서 김광석을 추억하는데 더할 나위없었다. 매년 가을에 방천시장과 동성로 일대에서 '김광석 노래 부르기 경연대회'를 열어 故 김광석을 추억하고 있다고.  

다음은 시간 여행자의 길 근대골목이었다. 알다시피 대구는 한국전쟁 시 유일하게 전쟁의 피해를 적게 받은 덕분에 근대의 건축물이 비교적 잘 유지되어 있다. 즉, 1900년대의 서양식 성당건축물인 계산성당과 1910년 무렵 지은 동산선교사주택, 이상화고택, 화교소학교 등 근대건축물을 이 근대골목에서 볼 수 있었다. ‘3·1만세운동길’로 불리는 90계단과 약령시와 진골목, 화교거리와 뽕나무 골목 등도 근대로의 시간 여행이 가능했다.  

먼저 ‘3·1만세운동길’로 불리는 90계단을 설명하면 1919년 3·1만세운동 당시 신명학교, 성서학교, 계성학교 등의 학생들이 오솔길을 통해 서문시장으로 이동할 수 있었다는데 현재도  90 계단은 좁다란 오솔길로 태극기가 그날의 함성을 대신했다.

90계단에서 내려다보이는 건너편이 계산성당이었다. 1899년 당시 한옥으로 되어 있었으나 1901년 지진에 성당이  전소되고 그 위치에 현재의 서양식 성당을 세웠다고 한다. 헌데 계산성당이 서울의 명동성당과 닮았다.

'3.1만세운동길' (사진=신현지 기자)
'3.1만세운동길' (사진=신현지 기자)

이에  명동 성당 공사를 담당했던 중국인이 건립을 맡아 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 뒤따랐다. 어쨌거나 계산성당은 서울과 평양에 이어 세 번째로 세워진 고딕양식 성당으로, 당시 대구에 처음 세워진 서양식 건물이라는 점에서 중요한 문화재로 평가받고 있다. 1981년 9월 25일 대한민국의 사적 제290호로 지정되었다. 

다시 ‘3·1만세운동길’로 오르자 동상 위에 선교박물관(스윗즈 주택)이었다. 1910년경 건축된 선교사의 사택으로 전통 한식과 양식의 조화가 잘 어우러져 있는 이 서양식 건축물은 현재 1층에는 각종 선교유물, 기독교의 전래 과정의 사진 자료와 2층에는 이스라엘의 구약·신약 관련 소품 등이 전시돼 있다.

그 옆이 챔니스 주택, 즉 의료박물관이다. 1800년대부터 1900년대에 이르는 많은 동서양의 의료기기 등이 소장돼 옛 의학 수준을 가늠해 볼 수 있는 이곳 주택은 백합이 활짝 핀 외부 전경이 참으로 아름다웠다.

특히 대구가 고향인 작곡가 박태준의 곡 ‘동무생각’의 배경이 이곳 청라언덕이라니 느낌이 새로웠다. 때맞춰 여행자를 이끄는 해설자가 동무생각 노래비 앞에서 청아한 음색을 자랑하니 여행자들도 하나 둘  따라 불렀다.

(사진=신현지 기자)
(사진=신현지 기자)

이제 이곳을 내려와 곧장 직진하면 서성로, 달구벌대로, 명륜로, 재마루길이 만나는 계산오거리의 이상화 고택이 나왔다. 이상화는 유명한 시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를 지은 대구출신 시인으로, 일제 강점기 민족의 아픔과 향토적 세계를 시로 노래했다

.현재 고택은 고층빌딩과 주택 사이에 위치해 있는데1999년 이상화 고택을 보존하자는 100만인 서명운동을 시작으로 현 모습을 지킬 수 있게 되었다고 한다.  

이곳에서 다시 안내판을 따라 내려가면 영남대로와 약령시장으로 가는 갈림길. 역시나 입구에 들어서자 은은한 한약 냄새가 코끝을 자극했다. 170여개의 한약상들이 이곳 골목에 있는데 약령시장이 이곳에 자리 잡기까지는 조선 효종 6년(1658)으로 거슬러 올라간다.효종 당시 봄과 가을 일 년에 두 차례 대규모 한약재시장이 열렸단다.

하지만  최근엔 수입 한약재 수요 증가와 더불어 국내 농가의 한약재 재배면적 축소 등으로 한약재도매시장이 운영에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고 하니 안타깝다는 생각이었다.

(사진=신현지 기자)
(사진=신현지 기자)

이날 이곳 관계자는 “대구약령시 한약재도매시장이 전통의 맥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제도개선뿐만 아니라 농수산물시장 개설자인 대구시의 다각적인 지원이 요구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렇게 돌아본 대구는 하루해가 짧아 다음날을 기약하기로 했다.  한편 ‘2020 대구·경북 관광의 해’를 선포한 대구광역시는 해방 이후 서문시장을 중심으로 섬유생산을 주도하면서  섬유산업 육성·인프라 구축·최첨단 소재산업의 메카로 성장했다. 팔공산과 동화사, 파계사 등 관광지로도 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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