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지병원 김세철 원장을 찾아서
김세철 원장, 전통무용 ‘끝없이 피어나리’ 감동의 무대 선보여

명지병원 김세철 원장(사진=신현지 기자)
명지병원 김세철 원장(사진=신현지 기자)

[중앙뉴스=신현지 기자] 지난 8일 과천시민회관 소극장에서는 전통무용의 맥을 잇는 재인청예술단의 공연이 펼쳐져 감동의 물결을 이루었다. 특히 이날 한국의 전통춤의 아름다움을 한껏 자랑한 김세철 명지병원장의 춤사위에 400여 관객들은 탄성을 감추지 못했다.

전립선 남성의학에서 최고의 권위자인 그가 우리의 전통춤을 재현하는 모습에 관객들은 그저 놀라움이었다. 본지 역시 이와 관련하여 한양대 명지병원 김세철 원장과의 자리를 함께했다.  

우리의 ‘아리랑춤’ 장려하고 보급하는데 일익 하고자...

“지금까지 많은 인터뷰를 해왔지만 이번과 같은 인터뷰는 처음이다.”

흰 가운에 한 눈에도 빡빡한 시간과의 싸움이 엿보이는 김세철 원장의 첫마디였다. 온화한 미소와 위트가 엿보이는 모습이지만 분명 그 말 속에는 이번 자신의 공연과는 무관한 그 어떤 특별함을 강조하는 것이기에 순간 아차 했다. 

춤을 추는 의사. 그것도 의학계의 최고의 권위자인 명의가 탄탄한 기본기 없이는 출 수 없는 우리의 전통춤을 춘다는 사실에만 일반인과 다를 바 없는 호기심의 렌즈를 맞추었던 것이니.

역시나 김 원장은 “아리랑을 대중화하는데 일익을 해야겠다는 생각에서 이번 인터뷰에 흔쾌히 응했다.”라며 서두에서부터 미리 준비한 질문지를 일축했다. 그러니 당혹스러웠다. 아니, 전통예술과는 관련 없을 것 같은 의사가 아리랑을 지키겠다니 궁금증이 배가 되었다. 그의 이야기를 들어보기로 했다. 

전통무용 놀라운 운동 효가...체중감소와 지방간 사라져  

“난 3년 전부터 경기민요를 배우기 시작했다. 그러다 지난해 민요에 춤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고 전통무용의 맥을 잇는 재인청의 정주미 선생님을 소개받았다. 이것이 지난해 3월인데 이때부터 난 매주 한번씩 2시간이 소요되는 과천을 찾아가 전통춤의 기본인 팔박타령과 아리랑춤을 배우기 시작했다. 

결론은 현재 내 체중이 4킬로그램이 빠지고 10년 전부터 가지고 있던 지방간이 사라졌다. 그동안 30년 넘게 꾸준히 헬스클럽을 다니고 승마를 하면서도 이 같은 효과는 쉽지 않았던 것인데 솔직히 놀랍다. 더구나 지방간까지 사라졌으니. 전통무용 이외 내 생활에 바뀐 것은 아무것도 없다. 업무의 스트레스가 줄어든 것도 아니고.”

그러니까 김 원장의 말을 종합하면 30년 넘게 꾸준한 운동에도 줄이기 어렵던 체중이 전통무용 1년 3개월 만에 4킬로그램이 줄고 건강에 놀라운 변화를 가져왔다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의사로서 전통무용의 효과를 대중들에게 알리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고.

특히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따라할 수 있고 즐길 수 있는 아리랑춤이 있다는 사실과 이를 건강체조로 장려하는데 적극 힘을 보태고 싶다는 생각에서 오늘 자리를 하게 된 것이라고.   

남녀노소 누구나 부담없는 ‘아리랑춤’ 국민건강증진은 물론 전통가락도 살려...

“아리랑은 누구나 다 부를 줄 안다. 하지만 아리랑을 춤으로 추라고 하면 모두 제 각각이다. 그런 이유에 정주미 선생님이 아리랑을 춤으로 개발한 것인데 개인으로서 이를 대중화하기는 한계가 있다. 그러니 같은 뜻을 가진 사람으로서 그냥 방관할 수 없다는 생각이고.  

아무튼 춤을 처음 접하는 나도 아리랑 춤만큼은 금방 따라 할 수 있었다는 것, 물론 운동효과도 엄청나다는 것에 감탄했다. 그런데 이런 사실을 아직 대중들은 잘 모른다. 특히 대부분 많은 사람들은 한국무용을 정적인 무용으로 생각하고 무슨 운동이 되겠냐고 한다. 하지만 절대 그렇지 않다.

몸에 밸런스를 잡아야 춤을 출 수 있는 무용이 한국무용이라 엄청난 에너지가 소모된다. 더구나 아리랑은 우리의 국악에 맞춰 춤을 추기 때문에 흥이 나 마지못해 하는 운동과는 차원이 다르다. 하지 말라고 해도 배워놓으면 저절로 하게 되는 것이 아리랑춤이다.

그래서 학교는 물론 전 국민을 위한 건강체조로 장려한다면 국민의 건강증진은 물론 우리의 전통 가락을 살리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솔직히 교육부와 문체부 등은 이렇게 좋은 우리 것을 놔두고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다. 또 국악전문가들은 왜 가만히 있는지 모르겠고.잔뜩 겉멋만 부리고 정작 뭐가 중요한지 고민하지 않는 그들을 볼 때면 안타깝다는 생각이다.” 

만주에서는 1천명이 모여 우리의 아리랑춤을 추는데 정작 우리는...

다소 격앙된 듯하면서도 차분하게 설명하는 김 원장은 이처럼 자신이 아리랑춤에 목소리를 내게 된 데는 우연히 보게 된 국악프로그램도 한 계기였다고 한다.

“우리 병원 5층 힐링센터에서 매달에 한번 전통악기의 명인들이 나와 연주회와 대담형식으로 진행하는 국악프로그램이 있다.  어느 날 그 프로그램을 통해 가야금의 명인 문재숙 교수의 연주와 대담을 보게 된 일이 있었다.

이날 이분의 말씀이 “정년 무렵  만주를 방문했다가 약 1천명이 모여 아리랑춤을 추는 것을 보고 엄청난 충격을 받았다. 잘못하면 중국의 동북공정화에 말려들어 우리의 아리랑을 빼앗길 수도 있겠구나 하는 위기의식이었다. 그래서 한국에 돌아와 3천명을 모아 아리랑춤을 시도했는데 결국은 개인의 한계점에 포기하게 됐다.’라고 하셨다.

그때 난 그 방송을 참 의미 있게 봤다. 그 때문에 정주미 선생님의 아리랑춤을 배우면서도 내내 그 생각이 떠나지 않았다. 그러다 지난번 공연의 연출을 맡으신 황현모(문화기획컴퍼니(주)로운 대표)연출자와 이 같은 이야기를 나누다 그분도 같은 생각이라는 것을 알고 뜻이 합치가 된 것이다.” 

정부단체 우리 것 놔두고 뭐하는지...‘아리랑춤’ 대중화에 적극 나서줘야

그러니까 아리랑춤을 전 국민의 건강체조로  장려하고 보급해야 한다는 생각은 김 원장뿐만 아니라 황현모 연출가를 비롯해 재인청예술단들도 같은 뜻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병원 업무만도 시간이 부족한 김 원장이 앞에 나설 수는 없는 상황이라 뒤에서 적극 힘이 될 것이라고.

“솔직히 아리랑춤을 대중화는 일에 교육부나 문체부 등 정부단체가 적극 나서주지 않으면 어려운 일이다. 즉, 누군가 나서 정부단체를 움직여야 하는데 이 일을 황 연출자께서 해주시기로 했다. 내 바쁜 사정을 잘 아신 황 연출자께서 그리해주시겠다니 얼마나 든든한지 모르겠다. 나는 뒤에서 힘닿는 데까지 밀어붙일 생각이다.”

하지만 정부를 움직인다는 것이 그리 쉽지만은 않을 터. 그러니 김 원장 역시도  표정이 가볍지만은 않았다. 그런 분위기를 바꿀 겸 전통무용을 배우는데 어렵지 않느냐고 물으니 순간 김 원장은 호탕한 웃음을 앞세운다. 

“지금은 예사지만 처음에는 부끄러워 손도 못 올렸다. 특히 밸런스를 잡지 못해 넘어지고, 옆 사람은 왼손이 올라가는데 난 오른손이 올라가고, 다들 뒤를 도는데 내 혼자만 앞을 보고 서있고, 난리가 아니었다. 그래서 혼자 많이 연습했다. 매일 자기 전에 4분 30초를 3회 반복해서 연습 하고 밸런스 잡는 것도 따로 연습했다. 

퇴근 후 쉬고 싶은 유혹 뿌리치고  배우는 '전통무용' 힐링이 따로 없어

하지만 그것보다 가장 힘든 것은 퇴근 후 2시간 거리의 과천까지 가는 일이다. 1천6백명의 직원들과 환자들 속에 있다 보면 그냥 쉬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한데 그때마다 그 유혹을 뿌리치기 상당히 어렵다.

그러다 막상 과천에 도착해 약 1시간 20분 춤을 추고나면 언제 피곤했냐는 듯 몸이 가뿐해지고 기분까지 상쾌해지는데  힐링이 따로 없다는 생각이다. 요즘 젊어졌다는 소리를 많이 듣고 있다.”  

이처럼 한국무용에 열정을 아끼지 않은 김 원장이니 지난번 공연에서도 관객들의 뜨거운 박수갈채를 한몸에 받을 수 있었던 모양이었다. 그런데 경기민요까지 한다니. 특별히 우리의 전통예술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무엇인지 묻지 않을 수 없었다.  

“청소년시절에 대구시향에서 바이올린을 했다. 물론 의사가 되고부터는 바이올린을 그만두었지만. 지금까지 논문 300편을 넘게 썼다면 음악을 그만 둔 것에 대한 설명은 충분하리라 생각한다. 정년을 맞고서야 다시 바이올린을 꺼내들었다가 접었다. 바이올린은 다른 악기와 화음이 이루어져야 소리가 사는 것인데 혼자하려니 재미가 없었다. 그래서 찾은 것이 우리의 민요인데 민요는 젓가락만 가지고서도 얼마든지 혼자 즐길 수 있는 음악이라는 생각에서다." 

시향에서 활동할 정도면 보통수준은 넘을 터. 문득 김 원장이 켜는 바이올린 소리가 궁금해졌다. 경기민요라면 더욱 좋고. 하지만 무례를 자처할 수는 없는 일, 평소 지닌 김 원장의 생활신조를 들어보는 것으로 아쉬움을 대신하기로 했다.

자기 일에 프로가 되어야 ... “할거면 제대로 해라 호통을 치기도”
“자기 일에 프로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자면 무슨 일이든 자신의 일에 최선을 다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사람들이 많다. 특히  프로도 아닌 아마추어가 겉멋만 잔뜩 내 거들먹거리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되는데 그럴 때면 호통을 치기도 한다. 할거면, 제대로 하라고.”

인터뷰 마무리로 의사로서 건강을 지키기 위한 방법을 부탁하니 우리가 밥을 먹듯 운동을 해야 한다고 말한다.

건강 지키려면 밥 먹듯 운동을 생활화 해야...

“우리가 밥을 먹을 때마다 살기 위에서 먹는다고는 하지 않는다. 그냥 삼시세끼 먹는 것이다. 운동도 그와 마찬가지다. 밥을 먹듯 꾸준히 생활화해야 건강을 지킬 수 있다. 그런데 대부분은 운동을 한꺼번에 몰아 하다 결국은 포기하고 만다 . 운동이 버겁기 때문이다. 즉, 운동은 무리하지 않고 재미 있어야 오래한다" 

이렇게 김 원장과의 이야기는 약속된 시간을 훌쩍 넘겨 맑았던 하늘에 비가 내리고 있었다. 아쉽지만 시간을 다툴 김 원장을 위해 마감해야 했다. 그런데 김 원장은 서두르는 기자를 내려 앉혀 손수내린 에스프레소로 따뜻한 배웅까지 잊지 않은 모습이었다. 부디 아리랑춤이 국민의 건강체조로 자리매김하기를 기대해본다.

한편 김세철 명지병원장은 1946년 대구에서 출생, 1971년 경북의대를 졸업하고, 1980년부터 중앙대의대 교수로 재직했다. 이어 1995년 중앙대 용산병원장, 2005년 중앙대 의료원장을 역임했으며 2011년 3월 명지병원장에 취임했다. 

특히 김 원장은 전립선 남성의학의 최고의 권위자로 손꼽히며 현재 한국과학기술한림원 및 대한민국의학한림원 종신회원, 한국헬스케어디자인학회 회장, 한국전립선 협회 이사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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