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 최봄샘 기자
사진 / 최봄샘 기자

 

잠을 자야

이생진

 

잠을 자야

먼 거리도 좁아지는 거다

잠을 자야

물에 빠진 척척한 운명을

건질 수 있는 거다

잠을 자야

너와 내가 이 세상을

빠져나갈 수 있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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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든 생명체는 잠, 수면 휴식의 시간이 필요한 존재다. 이 짧은 시 속에서 시인이 주장하는 진정한 잠의 의미는 무엇일까? 그것은 휴식이요. 쉼표이며 모든 무장을 해제하고 힘을 다 빼고 새로운 기의 충전을 의미하는 것이 아닐까? 그것은 참자유다. 밤과 낮의 경계가 무너진 오늘 날에 와서는 진정한 쉼의 의미를 저마다 부르짖는 목소리들을 심심찮게 듣고 산다. 그 힐링의 정보는 이미 범람의 지경에 이르렀으나 정작 우리는 쫓기는 것이다.

피비린내 나는 전장에서조차 잠, 즉 휴식을 취하지 않고서는 다시 전투할 힘을 얻지 못할 것이다. 우리는 모두 연약한 육과 영혼을 가진 자들이기 때문이다. 무언가 꼬인듯 일이 안풀리고 힘겨울 때라면 잠시 주저앉아 자신을 돌아보며 심호흡해보자. 물에 빠진 척척한 그런 자신을 느낄 때 잠잠히 내면과 마주해보자. 선명하게 보이는 그 무엇을 느껴본 경험이 내게도 있다. 오늘 하루 소란하고 멍하고 피곤했는가? 아니면 와글거리는 미움이나 원망이나 한탄이 잠을 쫓고 있는가? 자자. 그래, 다 재울 수 있는 잠 좀 자자. 그래야 새로운 태양이 우리 안에 다시 떠오를 것이므로...

[최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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