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300만원짜리 롤렉스 시계가 17만원?”…‘정품급’, ‘레플리카’ 표시해 짝퉁 시계 판 쿠팡
쿠팡맨 갈아 연료 써서 로켓 배송 하는 쿠팡…쿠팡 노조, “4년째 동결 중 임금 인상 촉구”
유통업계 ‘공공의 적’된 쿠팡…배달의민족·위메프·LG생활건강 등 공정위에 릴레이 신고

송파구 신천동 쿠팡 본사 (사진=우정호 기자)
송파구 신천동 쿠팡 본사 (사진=우정호 기자)

[중앙뉴스=우정호 기자] ‘로켓배송’의 유명세와 함께 소셜커머스 업계 1위를 순항 중인 쿠팡이 잇따른 논란의 중심이 되며 이미지에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쿠팡은 해외 명품 브랜드 시계의 ‘짝퉁’ 수백종을 판매한 것으로 알려져 25일, 한국 시계업계가 이를 강력히 비판하고 나섰다.

아울러 같은 날 ‘로켓배송’을 담당하는 쿠팡맨 노조 역시 기자회견을 열고 4년째 실질적으로 동결 중인 임금 인상을 사측에 촉구했다. 이들은 사측이 10개월 전 교섭을 시작해 20차례의 교섭자리를 가지고도 사측이 노조 요구에 응답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한편 쿠팡이 빠른 시간 내에 몸집을 키워 이커머스 시장을 장악하자 경쟁업체뿐 아니라 유통시장의 전반적인 견제가 시작됐다.

배달의민족·위메프·LG생활건강 등은 영업기밀 침해, 남품업체 압박 등의 이유로 공정위에 쿠팡을 신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한국시계산업협동조합 제공)
(사진=한국시계산업협동조합 제공)

“5300만원짜리 롤렉스 시계가 17만원?”…‘정품급’, ‘레플리카’ 표시해 짝퉁 시계 판 쿠팡

한국시계산업협동조합(시계조합)은 25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쿠팡에서 팔고 있는 유명 상표 짝퉁 시계가 500여종에 달한다. 쿠팡은 재발방지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시계조합 쪽 자료를 보면, 정가 5300만원짜리 롤렉스 시계, 1600만원대 위블러 시계, 650만원짜리 까르띠에 시계 등의 모조품 수백종이 쿠팡에서 20만원 안팎에 판매되고 있었다.

일부 시계는 ‘정품급’, ‘H르메스’(에르메스), ‘파텍*립’(파텍필립) 등의 이름을 달고 버젓이 판매되기도 했다.

시계협동조합 측은 "허위로 표시해서 판매한 것이 아니어서 전자상거래소비자보호법에도 걸리지 않고, 상표권자가 대부분 유럽에 있어 짝퉁 판매업체를 상표법 위반으로 제재하기도 쉽지 않은 실정”이라고 말했다.

짝퉁을 ‘정품급’, ‘레플리카’라고 표시해 판매하기 때문에 소비자가 가짜 제품이라고 인지할 수 있어 전자상거래소비자보호법에 걸리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사진=중소기업중앙회)
(사진=중소기업중앙회)

김영수 시계조합 이사장은 “쿠팡에서 거래된 짝퉁 시계로, 시계제조기업과 정상가격으로 시계를 수입·유통하는 기업은 큰 타격을 입었다”고 말했다.

현재 쿠팡에서는 시계조합이 지적한 짝퉁 시계들의 판매가 일부 중단된 상태다.

이와 관련해 쿠팡 관계자는 “판매 중인 상품이 위조상품으로 확인되면 즉시 상품판매를 중지하고, 해당 상품 판매자에게 해명기회를 준 뒤 해명이 충분치 않다고 판단되면 거래를 중단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진=우정호 기자)
(사진=우정호 기자)

쿠팡맨 갈아 연료 써서 로켓 배송 하는 쿠팡…쿠팡 노조, “4년째 동결 중 임금 인상 촉구”

전자상거래 업체 쿠팡의 배송인력인 '쿠팡맨' 노동조합이 최근 몇 년 사이 노동 강도는 더욱 늘었지만 실질적인 임금인상은 없었다며 사측에 성실한 교섭에 나서라고 촉구했다.

공공운수노조 공항항만운수본부 쿠팡지부(쿠팡맨 노조) 50여명은 25일 서울 송파구 쿠팡 본사 앞에서 단체 교섭 승리를 위한 투쟁 결의대회를 열고 이같이 밝혔다.

쿠팡맨 노조에 따르면 쿠팡맨 1명이 배송하는 물량은 가구 기준으로 2014년 80∼90가구에서 올해 140∼150가구로 늘었다.

그러나 쿠팡맨 노조는 실질적 임금 수준은 2014년과 같다고 주장했다. 쿠팡맨 임금은 해당 분기 실적에 따른 레벨로 상승률이 정해지는데, '레벨 업'을 하지 못하면 임금인상이 없고 현재 제도 하에선 '레벨 업'도 쉽지 않다는 것이다.

쿠팡맨 노조는 "할당된 가구가 늘어나며 제시간에 퇴근하려면 휴게 시간까지 일해야 하는 상황에 이르렀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간 임금인상이 없었다"며 "경제 성장률, 물가 인상률을 고려할 때 임금이 18.1% 올라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현장에서 쿠팡맨들이 처리해야 할 물량은 미친듯이 올라가는데, 우리들의 임금은 동결이다. 쿠팡은 동종업계 최고라는 말만 반복한다”고도 했다.

쿠팡맨 노조는 10개월 전 교섭을 시작해 20차례의 교섭자리를 가지고도 사측이 노조 요구에 응답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쿠팡맨들이 노동조합을 만든 지 열 달, 노동조건을 개선하려 교섭을 시작한 지 여덟 달”이라며 “그간 사측은 어떤 요구도 듣지 않고 있다. 아예 할 수 없다는 답변조차 하지 않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했다.

쿠팡맨 노조는 "'로켓 배송', '새벽 배송'처럼 수요가 없는데도 공급을 만드는 쿠팡에선 잘 훈련된 쿠팡맨이 잘 뛰어주기만을 기대하고 있을 뿐 노조는 불필요한 문턱과 걸림돌쯤으로 비쳤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20차에 달하는 교섭에서 단 하나의 합의를 만들지 못한 책임이 회사에만 있다 할 수 없지만 회사로부터 존중받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노조를 무시하는 행위를 중단하고 실질적인 교섭 파트너로 인정해달라"고 촉구했다.

(사진=우정호 기자)
(사진=우정호 기자)

유통업계 ‘공공의 적’된 쿠팡…배달의민족·위메프·LG생활건강 등 공정위에 릴레이 신고

한편 쿠팡이 빠른 시간 내에 몸집을 키워 이커머스 시장을 장악하자 경쟁업체뿐 아니라 유통시장의 전반적인 견제가 시작됐다.

2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근 쿠팡에 대한 공정거래위원회 신고 접수는 3건이다. 신고업체는 배달의민족, 위메프, LG생활건강 등이다. 신고 이유로는 영업기밀 침해, 남품업체 압박 등이 대표적이다.

우선 배달의민족은 쿠팡의 회사기밀 침해와 부당경쟁을 골자로 공정위에 신고했다. 시작은 쿠팡의 영업활동이었다. 쿠팡은 최근 배달음식 시장에 진출하면서 음식점주들과 관계를 만들어야했다. 하지만 관계를 만드는 과정에서 업주들은 기존 파트너사인 배달의민족에 쿠팡이 제시한 조건을 전달했다.

현재보다 좋은 조건을 제시한 뒤 배달의민족과 거래를 끊으면 제공하겠다는 것이 핵심이다. 배민라이더스 매출 최상위 50개 업체를 모두 파악하고 있었으며, 해당 업체에 방문해 이 같은 조건들을 제시한 것으로 보인다.

쿠팡 측은 시장점유율 60% 이상을 확보한 업체가 신규 업체의 시장진입을 가로막는다고 반박했지만, 영업직의 실수에 대해서는 인정하는 분위기다.

이커머스 경쟁자인 위메프도 신고전에 가세했다. 위메프의 최저가보상제 시작 이후 쿠팡이 일부 위메프 파트너사에 압박을 가해 계약해지를 의도했다는 이유에서다. 사실상 중소납품기업들은 쿠팡의 시장 지위와 영향력에 압박이 들어오면 거절할 수 없는 입장이라는 주장이다.

다만 위메프의 신고는 시장 영향력 확대를 의식한 움직임으로 분석된다. 최근 쿠팡을 저격한 할인행사를 지속적으로 실시함과 함께 이번 신고는 쿠팡의 시장독점을 막아내기 위한 견제의 일환이라는 것이 업계 평가다.

LG생활건강도 쿠팡 견제에 합류했지만, 직접 움직였다는 점은 의아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그간 회사에 큰 피해가 가지 않는다면 정중동을 지켰기 때문이다.

LG생활건강에 따르면 쿠팡은 LG생활건강에서 생활용품과 코카콜라 음료응 주문해놓고 반품 규정에 해당하지 않는 사유로 여러 차례 주문을 취소했다. 쿠팡은 납품가격을 낮춰달라는 요구를 했을 뿐 아니라 타 유통사에 납품하는 가격 정보를 공개하라고 강요했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위메프는 단순 견제 차원에서 신고한 것으로 보이지만, 배달의민족과 LG생활건강 측이 주장한 내용이 사실이라면 쿠팡은 브랜드 이미지에 타격을 입을 것”이라며 “아직 신고 단계일 뿐 어느 쪽의 주장이 사실인지 알기 어렵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중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