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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 광장에서 농성 중이던 대한애국당(우리공화당) 천막에 대하여 서울시와 용역업체 관계자들이 철거 작업을 마친 뒤 조원진 당 대표가 취재진에게 행정대집행 관련 입장을 밝히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중앙뉴스=박광원 기자] 서울시가 광화문 광장에 설치한 농성천막을 강제 철거한지 6시간 만에 우리공화당은 25일 천막 3동을 다시 전격 설치했다. 이에 서울시는 추가 설치한 천막에 대해서도 강제 철거 등 단호히 대처한다는 입장이다. 여론도 따가운 시선이다. 그럼에도 우리공화당은 왜 이렇게 광화문 광장에 집착할까?  

박 전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 진상규명 요구

광화문 광장은 비폭력 촛불집회를 통해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과 파면을 가져온 민주화의 상징과 같은 곳이다.
고병국 서울시의회 의원(더불어민주당·종로1)이 서울지방경찰청으로부터 받은 ‘2018년 광화문광장 주변 집회 신고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총 시위건수(신고일 기준)는 675건에 총 참가자는 95만 9천여 명에 달했다. 하루 평균 1.85건의 시위에 2천6백여 명이 참가한 것이다. 

서울시가 우리공화당(구 대한애국당)의 농성 천막을 강제 철거한 지 한나절만인 25일 오후 우리공화당 관계자들이 서울 광화문광장에 다시 천막을 설치하고 모여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서울시가 우리공화당(구 대한애국당)의 농성 천막을 강제 철거한 지 한나절만인 25일 오후 우리공화당 관계자들이 서울 광화문광장에 다시 천막을 설치하고 모여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광화문 광장에서의 집회가 이처럼 많은 이유는 청와대와 정부종합청사가 지근거리에 있고 시민들이 자주 모이는 시내 중심부에 위치 세간의 이목을 끌기에 최적의 장소이기 때문이다.
우리공화당의 전신인 대한애국당은 2017년 3월10일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에서 숨진 '애국열사' 5명의 진상 규명을 요구하면서 지난달 10일 오후 광화문 광장에 기습적으로 천막을 설치했다. 우리공화당은 창당 초기부터 박 전 대통령의 탄핵 무효를 주된 당론으로 삼고 있다.  
 
당시 인지연 애국당 수석대변인은 “2017년 박근혜 대통령 탄핵 날 파면 선고 현장에서 경찰에 떠밀려 사람이 죽었다”며 천막에 대해 ‘310 태극기 애국열사’에 대한 진상규명과 추모를 위한 공간이라고 설명했다.
2017년 3월10일 헌법재판소가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을 결정하자 규탄 시위 과정에서 시위 참가자 1명이 행사용 스피커에 맞아 사망했고 일부가 심장이상으로 숨졌는데 이들 사고의 진상규명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공화당은 세월호 천막과의 형평성을 내세우며 천막설치의 당위성을 강조하고 있다. 물론 서울시는 박근혜 정부의 협의 요청에 따라 설치된 천막과 애국당이 자의적으로 설치한 천막은 엄연히 다르다는 입장이다.
이와 관련, 박원순 서울시장은 지난 15일 CBS 라디오에 나와 “(광화문 광장에)기본적으로 정치적 목적의 행사를 열거나 텐트를 치는 것이 불법”이라며 “철거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강제 철거 절차를 밟을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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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공화당 홍문종 공동대표가 26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우리공화당(구 대한애국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소수정당의 한계 생존을 위한 몸부림

우리공화당은 광화문 광장을 떠나지 못하고 박근혜 전 대통령을 탄핵시킨 곳에서 탄핵무효를 역설하고 있다. 여기에는 광화문 광장이 앞서 언급한 대로 세간의 이목을 끌기에 최적의 장소란 이유도 한몫한다.
또 하나 무시할 수 없는 이유는 생존을 위한 몸부림이다. 대한애국당의 현역의원은 이달 중순까지 조원진 대표가 유일했으나 지난 17일 홍문종 자유한국당 의원이 입당하며 원내 2석이 됐다. 홍 의원이 합류한 이후 대한애국당은 지난 24일 당명을 '우리공화당'으로 바꿨다. 

우리공화당은 박 전 대통령 탄핵 이후 지금까지 '태극기 집회'를 주도하고 있다. 하지만 탄핵반대의 목소리는 그리 크지 않다. 정당이 원내의석을 확보하지 못하면 생존에 위협을 받게 된다. 하지만 그럼에도 우리공화당이 지금까지 버텨온 이유는 박 전 대통령에게 끊임없이 지지를 보이고 있는 태극기부대 때문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실제로 조원진 대표는 대한애국당의 대선후보로 제19대 대통령 선거에 출마해 4만2949표(0.13%)를 얻는데 그쳤다. 태극기 집회에 참석하는 인원수에 비하면 그야말로 참담한 수준이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공화당이 생존을 위해서는 끊임없이 이슈를 생산하여 대중에게서 멀어지지 않아야 한다.

홍문종 의원의 입당, 박근혜 전 대통령의 우리공화당 작명, 광화문 광장 텐트 재설치. 마치 꽉 짜여진 시나리오처럼 돌아가지만 우리공화당이 그만큼 꾸준히 존재감을 과시하는 내용들이다. 광화문 광장에서 끊임없이 이슈를 만들어 자유공화당이 여론에 회자되어야 한다.
이것은 그것이 국민들에게 비판을 받는 것이라도 상관이 없다. 우리공화당에 중요한 것은 국민여론이 아니라 보수강경 친박세력의 규합에 있기 때문이다. 우리공화당이 부각될수록 곤혹스러운 건 한국당내 친박인사들이다.

아직까지 정중동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만 내년 총선 공천과정에 들어가면 수많은 변수가 발생하기 마련이다. 우리공화당이 노리는 것은 끊임없는 이슈화를 통해 우리공화당의 세를 늘리는 것이다. 한국당의 친박세력은 어쩌면 선택을 강제 받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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