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양식품, 전인장 회장 페이퍼컴퍼니 설립 횡령 혐의, 항소심도 '징역형'
회삿돈 빼돌려 자녀 유학 자금…윤홍근 BBQ 회장, 검찰 송치
삼양식품‧BBQ, 오너리스크에 발목 잡힐까

삼양식품 본사, BBQ 본사 (사진=우정호 기자, 연합뉴스)
삼양식품 본사, BBQ 본사 (사진=우정호 기자, 연합뉴스)

[중앙뉴스=우정호 기자] 식음료계에 다시 한 번 오너리스크 바람이 불고 있다.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해 49억여 원을 횡령한 혐의로 지난 1월 징역 3년형을 선고받은 전인장 삼양식품 회장이 2심에서도 원심과 동일한 형을 선고받았다. 같은 혐의로 기소된 부인 김정수 사장 역시 원심과 동일하게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아울러 회삿돈 십수억원을 빼돌려 아들의 미국 유학 자금으로 사용한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아온 윤홍근(64) 제너시스BBQ 회장이 검찰에 넘겨졌다.

이 가운데 각각 업계 3위와 1위를 기록 중인 삼양식품과 BBQ가 괜찮은 실적에도 오너리스크로 인한 타격을 입지 않을까 하는 우려어린 시선이 생기고 있다.

삼양식품 전인장 회장, 김정수 사장 (사진=삼양식품 블로그)
삼양식품 전인장 회장, 김정수 사장 (사진=삼양식품 블로그)

삼양식품, 전인장 회장 페이퍼컴퍼니 설립 횡령 혐의, 항소심도 '징역형'

서울고법 형사3부는 27일 특정 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횡령)으로 재판에 넘겨진 전 회장에게 1심과 같은 징역 3년을 선고했다. 김 사장에게도 1심과 같은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앞서 전 회장과 김 사장은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해 49억여 원을 빼돌리고 영업 부진을 겪는 자회사에 거액을 대출하도록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들은 2008년 8월부터 지난해 9월까지 삼양식품에 포장 박스와 식품 재료를 납품하는 회사가 있음에도 페이퍼컴퍼니가 납품하는 것처럼 서류를 조작했다. 또 페이퍼컴퍼니의 계좌로 납품 대금을 지급하고 김 사장을 페이퍼컴퍼니 직원으로 등록, 김 사장의 급여 명목으로 매달 4천만 원 씩을 받는 등의 방식으로 총 49억 원을 횡령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실체가 없는 와이더웨이홀딩스가 독자 업무를 수행하는 것처럼 했고, 지출결의서나 품의서 등 서류도 그런 목적으로 작성했다"며 "범행이 약 10년간 이어졌고 횡령액도 49억여 원에 달한다"며 판결 이유를 밝혔다.

이어 "전씨는 라면 제조업체 회장으로 적법하게 그룹을 운영할 책임이 있으나, 횡령 금액도 김씨의 급여 명목으로 인테리어, 자동차 리스료 등 사적 용도로 사용해 비난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회삿돈 빼돌려 자녀 유학 자금…윤홍근 BBQ 회장, 검찰 송치

회삿돈 십수억원을 빼돌려 아들의 미국 유학 자금으로 사용한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아온 윤홍근(64) 제너시스BBQ 회장이 검찰에 넘겨졌다.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윤 회장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업무상 횡령) 혐의로 기소의견을 달아 26일 검찰에 불구속 송치했다고 27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윤 회장은 지난 2010년부터 2016년까지 6년여 동안 직원의 급여를 실제보다 부풀려 지급하는 방법으로 법인자금 약 17억원을 빼돌려 아들 윤모(23)씨의 학비와 생활비로 지출한 혐의를 받고 있다.

관련 의혹을 폭로한 제보자 A씨는 자신과 자신의 아내 등 급여 명목으로 윤 회장이 횡령을 저질렀다며 윤 회장의 아들이 쓴 생활비 영수증과 생활보고서 및 관련 계좌내역 등을 경찰에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의 급여 명목으로 횡령된 금액은 약 8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윤 회장은 아들의 과외교사를 법인 직원으로 등록하고 2억9000만여원을 횡령하기도 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지난해 12월 서울 송파구 제너시스BBQ 본사 사무실 등을 1차례 압수수색해 회계 관련 서류 등을 확보하고 윤 회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3번 불러 조사했다.

윤 회장은 경찰 조사에서 횡령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관계자는 "확보한 압수물과 관계자들의 진술 등을 분석한 결과 횡령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고 전했다.

제네시스BBQ 윤홍근 회장 (사진=연합뉴스)
제네시스BBQ 윤홍근 회장 (사진=연합뉴스)

삼양식품‧BBQ, 오너리스크에 발목 잡힐까
 
이 가운데 각각 업계 3위와 1위를 기록 중인 삼양식품과 BBQ가 괜찮은 실적에도 오너리스크로 인한 타격을 입지 않을까 하는 우려어린 시선이 생기고 있다.

실제로 삼양식품 전인장 회장의 이번 선고는 삼양식품의 경영에 큰 타격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삼양식품은 지난해 수출 호조와 '불닭볶음면'의 인기에 힘입어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으나, 국내 시장에서는 농심과 오뚜기에 큰 격차를 보이며 3위를 차지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들어 오뚜기가 급부상하며 입지를 다진 한 편 삼양식품은 '오너 리스크'로 신뢰를 잃어가고 있다"며 "소비자 신뢰 회복을 위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반면 1심 선고 때와 마찬가지로 전 회장이 당장 등기임원직에서 해임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회사 정관에 실형을 받은 자를 등기임원에서 해임하는 규정이 없다면 해임 사유가 되지 않기 때문이다.

주총을 통한 해임도 쉽지 않다. 삼양식품 대주주는 현재 지분 47% 가량을 보유한 삼양농수산이다. 삼양농수산은 현재 전 회장과 부인, 아들의 개인 회사가 지분 90%를 보유하고 있는 오너회사로 주총에서 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삼양식품은 지난 3월 주총에 전 회장의 해임을 안건으로 상정했으나 부결된 바 있다.

한편 BBQ는 올 1분기 출혈을 감수하는 공격적 마케팅을 펼쳐왔다. 이를 두고 ‘오너리스크를 대비한 마케팅이 아니냐’는 시선도 있다.

BBQ는 올 1분기 매출 실적이 호전됐다. 비상장사인 기업의 특성상 매 분기 실적 공개는 하지 않았으나 BBQ는 전년도 동기간 대비 20%가량 성장했다고 설명했다.

이는 BBQ의 공격적인 마케팅 효과로 보인다. BBQ치킨은 지난 2월 15일부터 4월까지 반값 프로모션을 진행해 첫 달은 요기요와 그 다음 달은 배달의민족과 손잡고 특정 시간 반값 가격에 치킨을 선보였다.

해당 반값 마케팅은 가맹점 월 매출 최대 2배의 상승까지 이어지는 상당한 효과를 거뒀다.

BBQ는 배달앱과 함께 치킨 반값 행사를 진행한 뒤 할인 금액(9000원) 전부를 배달앱 업체와 절반에 해당하는 4500원씩 나눠 부담했고, 부담금은 고스란히 본사의 판촉비로 지불됐다.

BBQ치킨 관계자는 “반값 마케팅 역시 만족한 가맹점들이 추가적으로 프로모션을 실시할 것을 요청 중이어서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이를 두고 한 업계 관계자는 “BBQ가 상반기 대부분의 본사 부담으로 상당한 출혈을 감수하며 공격적 마케팅을 펼쳤다”며 “지난해 말부터 이어진 윤홍근 회장 수사로 인한 오너리스크를 대비한 마케팅으로 보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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