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뉴스=박광원 기자] 지난 6월 베트남 정상회담 이후 삐걱거리던 북미관계가 판문점 회동을 통해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친서외교로 꾸준히 관계를 유지해오던 북한 김정은 위원장과 트럼프 미 대통령이 전격적인 판문점 만남을 통해 양국 관계가 다시 훈풍으로 돌아섰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30일 판문점 남측 자유의 집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회동을 마친 뒤 문재인 대통령 등과 함께 군사분계선으로 이동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30일 판문점 남측 자유의 집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회동을 마친 뒤 문재인 대통령 등과 함께 군사분계선으로 이동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김정은과 트럼프의 극적 재회

지난 2월 말 하노이 2차 정상회담에서 합의문 없이 헤어진 지 4개 월만에 북한 김정은 위원장과 트럼프 미 대통령의 '극적 재회'가 이루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29일 방한을 앞두고 트위터 통해 "북한 김 위원장이 이것을 본다면, 나는 DMZ에서 그를 만나 손을 잡고 인사할 수 있을 것"이라며 DMZ 회동을 제안했다. 
이에 북한은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 글이 공개된 지 5시간 만에 “흥미로운 제안”이라며 이례적으로 빠르게 화답했다. 최선희 제1부상은 이날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발표한 담화에서  “매우 흥미로운 제안”이라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의중대로 분단의 선에서 조미수뇌상봉이 성사된다면 두 수뇌분들 사이에 존재하고 있는 친분관계를 더욱 깊이 하고 양국관계 진전에서 또 하나의 의미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다.

이어 30일에 트럼프 대통령은 문 대통령과 DMZ 시찰. 판문점에서 김 위원장과 만나 현직 미 대통령 최초로 군사분계선(MDL) 넘어 북한 땅 밟은 뒤 사상 첫 남북미 정상 간 회동을 가진 이후 김 위원장과 1시간 가까이 대화를 나눴다. 그야말로 전광석화와 같은 회동이었다.
사실 지난 2월에 열린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의 베트남 하노이 2차 정상회담이 합의문 도출 없이 결렬되면서 양국관계는 다시 냉각되었다. 이와 관련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은 3월 15일 평양서 긴급회견 열고 "미국이 황금 같은 기회를 날려버렸다"며 김 위원장이 미국과의 비핵화 대화와 핵·미사일 시험 유예(모라토리엄)를 계속 유지할지를 조만간 결정할 예정이라고 발표하는 등 위기국면으로 접어드는 듯 했다.

하지만 양국 정상은 이른바 친서외교를 통해 관계를 유지해 왔다. 지난 6월 11일 트럼프 대통령은 기자들과 만나 "김정은으로부터 방금 아름다운 친서를 받았다"고 공개했으며 이어  23일에는 조선중앙통신이 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의 친서를 받았다며 "훌륭한 내용이 담겨있다며 만족을 표시했다"고 보도했다.
이렇게 꾸준히 양측 관계를 유지하면서 미국 대통령으로는 최초로 북한 땅을 밟는 등 양국간 다시 화해무드로 돌아섰다는 평가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30일 오후 판문점 군사분계선에서 만나 대화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30일 오후 판문점 군사분계선에서 만나 대화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김정은 위원장 백악관 방문할까

이제 북미관계는 향후 일정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우선. 김 위원장의 미국 방문이 이루어질지가 초미의 관심사이다. 이날 1분간 판문점 군사분계선(MDL)을 월경한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에게 백악관 초청 의사를 밝혔다. 만일 김 위원장이 미국의 심장부인 워싱턴 백악관을 방문하게 되면 북한 최고지도자의 최초 미국방문이 된다.

양측간 실무협상도 계속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판문점 자유의집에서 열린 북미 정상회담 이후 기자들과 만나 "우리는 각각 대표를 지정해 협의를 하게될 것"이라며 "앞으로 2~3주 내에 팀을 구성해 협상을 시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미국은 이미 (협상) 대표를 갖고 있다.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가 대표가 될 것"이라며 "비건은 (북미) 양국을 사랑하는 마음을 갖고 있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주도하에 비건 대표가 하게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세부적인 것들을 조율할 것이다. 속도가 중요한 것은 아니다"라며 "포괄적으로 좋은 합의를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북제재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언젠가 (대북)제재도 해제하기 바란다"며 "협상을 하다 보면 해제될 것"이라고 했다.

함께 기자들의 질의응답에 나선 문 대통령은 이날 3차 미북 정상회담에 대해 "오늘 만남을 통해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를 구축하기 위한 평화프로세스가 큰 고개를 하나 넘었다"고 평가했다. 
문 대통령은 "원래는 오울렛 GP(경계초소) 공동방문까지만 예정돼 있었는데 트럼프 대통령의 대담한 제안에 따라 역사적 만남이 이뤄졌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전 세계와 우리 남북 칠천만 겨레에 큰 희망을 줬다"고 말했다.
이어 문 대통령은 "방금 트럼프 대통령이 말한 대로 양측이 실무자 대표를 선정해 이른 시일 내 실무협상을 돌입하기로 한 것만으로도 좋은 결과가 눈앞에 다가왔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또 "오랫동안 안 좋은 상황이었는데 그것을 바꿀 수 있었고, 팀을 꾸릴 것"이라며 "폼페이오 장관이 이런 부분을 조율하게 될 것이고, 참모들도 조율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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