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Q로 읽는 사회]“ 소중한 나, 그 누구의 시선도 중요치 않아”
[EQ로 읽는 사회]“ 소중한 나, 그 누구의 시선도 중요치 않아”
  • 신현지 기자
  • 승인 2019.07.01 15: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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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무엇이 예쁘냐가 아닌, 무엇이 내게 가장 잘 맞나"
유행이 따로 없다. 가장 나다운 것을  찾는 여성들이 늘고 있다 (사진=신현지 기자)
유행이 따로 없다. 가장 나다운 것을 찾는 여성들이 늘고 있다 (사진=신현지 기자)

[중앙뉴스=신현지 기자] 남의 시선은 중요하지 않다. 오로지 가장 나다운 것, 내가 원하는 것이면 된다. 뚱뚱해도, 키가 작아도, 신체 일부분이 불편해도 상관없다. 물론 못생겨도 괜찮다. 내가 당당하면 더없이 근사할 따름이다.

흔히 한국인들은 타인지향성이 강하다고 알려져 왔지만 이제 그렇지 않다. 자기만의 기준으로 스스로를 사랑하고 지켜가려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일명 ‘나나랜드’를 추구하는 사람들.

서울대 김난도 교수는 이와 같이 자신을 중심에 두고 기존의 상식을 벗어 던지는 이들이 꿈꾸는 무대를 ‘트렌드 코리아2019’에서 ‘나나랜드’라 이름 붙이고자 한다고 했다.

“영화제목으로 유명한 ‘라라랜드’가 할리우드에 입성하길 원하는 배우 지망생들이 꿈의 무대를 뜻하듯 나나랜드는 자신이 주인공인 세상에서 살고자 하는 나홀로족들이 꿈꾸는 무대를 지칭한다.” 라면서.하지만 지금껏 체면을 중시하며 남의 시선에 자신을 옥좨 왔던 기성세대들에게는 이처럼 나나랜드를 꿈꾸는 주인공들을 이해하기란 쉽지 않다.

개인의 자존감 회복을 떠나서 자기중심적, 혹은 자아에 도취된 나르시시스트라는 생각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 대중의 관심으로 사는 연예인들이 사회적 시선을 무시한 자기중심적 행동을 할 때면 기성세대는 물론 젊은층의 반응 역시도 분분해진다. 

최근 가수 설리는 속옷을 착용하지 않은 일명 노 브라로 인스타그램 라이브방송을 진행했다가 네티즌들이 설전을 펼치는 진풍경을 연출시켰다. 설리의 뜬금없는 노브라에 불편한 네티즌들은 “어떻게 속옷 착용 없이 당당할 수 있느냐”라며 설리를 질책했다. 

설리는 그런 네티즌들을 향해“브라를 하지 않은 상태에 당당할 수 있는 이유? 아이유? 유 노 아이유?”라며 “나 걱정해주는 거에요? 나는 걱정 안 해줘도 되요. 나는 괜찮아요. 시선 강간하는 사람이 더 싫어요”라고 그녀 역시 편견을 벗어던지는 나나랜더라는 사실을 주지시켰다.     

그러나 네티즌들은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 된다. 개인 자유이면 나체로 다녀도 되냐, 기본은 지켜라. 내 편함을 위해 모든 사람을 강간범으로 만들 생각이냐.” 라는 반응에 이어 다른 한편에서는 “그녀의 사생활이다. 나도 노브라가 편하지만 자신감이 없어 못한다.

남자 노브라는 괜찮고 여자 노브라만 문제냐. 설리가 속옷을 입었는지 아닌지 참 관심 많은 사람들이 많다는 게 우습다. 왜 그렇게 남의 생활에 민감하게들 반응하느냐, 옷 입는 것도 남의 시선을 생각해서 입어야 하느냐 내가 편하면 되는 것 아니냐. 그저 당당함이 좋다.”라는 등 설리의 행동에 엇갈린 반응이었다.  

이에 고등학교 교사인 서은영(55세)씨는 기성세대로서  지금까지의 편견을 깨고 자기애로 무장한 나나랜더를 보는 시선이 긍정적일 수만은 없다고 말한다. “우리 때는 체면 때문에 나를 감추고 죽이고 사느라 하고 싶던 일들을 못하고 살았다.

그러다 보니 거침없이 자신을 드러내고 행동하는 그들을 볼 때면 뜨거운 박수를 보내고 싶다. 하지만 그것이 자존감이란 개념이 성립되지 않은 상태에서 하나의 사회적 트렌드로만 이해하고 따라 행동하는 사람들을 볼 때면 솔직히 눈살이 찌푸려진다.  

특히 타인의 시선에 점점 무감각해져 공공장소 예절도 망각한 이들을 볼 때면 자라나는 아이들이 따라할까 우려가 된다.” 그러면서 서씨는 “나나랜드가 사회적으로 받아들여지기 위해서는 먼저 나와 다른 타인의 개인성을 인정하고 그들의 삶을 존중하는 것이 바탕이 되어야 하지 않겠냐”고 라고 말한다.

어쨌거나 이러한 반응에도 자기애로 무장한 나나랜더들이 증가하면서 사회에도 변화의 바람이 일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 미국의 스포츠 브랜드 나이키는 플러스 사이즈(77~88)의 여성 모델과 흑인 남성 모델, 온 몸에 문신을 새긴 모델까지 자사광고에 등장시키면서 기존의 미의 통념을 깨트리고 있다.  

특히 미국의 플러스 사이즈의 모델인 애슐리 그레이엄이 2017년도 한 해에만 60억 정도를 벌어 세계에서 가장 돈을 많이 번 모델 중 한 사람이 되었다는 사실은 미의 사회적 인식이 달라졌다는 것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이기도 하다. 건강하면 된다는 것. 즉 “뚱뚱한 당신, 이제는 당신이 진정으로 용기를 낼 때다.”라고.

본인에 맞는 색깔과 스타일을 찾는 고객들에 의류업계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사진=신현지 기자)
본인에 맞는 색깔과 스타일을 찾는 고객들에 의류업계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사진=신현지 기자)

이에 여성 속옷업체에서도 기존의 마르고 화려한 디자인의 속옷보다는 속옷의 기본 기능에 충실한 속옷 출시로 소비자들의 인기를 끌고 있다. 실제로 편안한 착용감을 추구하는 여성들이 늘면서 최근 브라렛(노와이어 브라)에 대한 인지도가 상승하고 있다.

때문에 한 때 8등신의 모델들만을 내세워 여성들이 가장 많이 찾는 속옷 브랜드로 소비자를 끌어 모았던 빅토리아 시크릿이 소비자들로부터 외면을 당하고 있다. 국내의 한 경제 언론에 의하면 지난 2017년 빅토리아 시크릿의 모회사 L브랜즈의 영업이익이 17억2800만달러에 그쳤다. 이는 2016년보다 15.9% 감소한 수치로 사회의 변화에 발 빠르게 대처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평이 압도적이다.

이 같은 세계시장의 변화에 국내의 패션업계도 기존의 세련된 옷차림 대신 촌스러운 컬러와 뜬금없는 의상으로 개성을 어필하는 '어글리 패션'이 전혀 낯설지 않게 되었다. 이른바 못생긴 것을 강조하는 어글리 패션은 나나랜드의 장점을 최대한 살리는 것으로 정장 위에 투박한 디자인의 우비를 걸치거나, 하이힐과 둔탁한 등산복을 매칭하고 축 늘어진 스웨터 등의 스타일로 누가 봐도 기존의 패션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모습이다. 하지만 지금은 이 같은 패션이 아무렇지 않게 쿨하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기존의 패션의 금기를 깨는 건 또 있다. 안경 쓴 모델이 등장하면서 패션계에서 안경은 또 하나의 액세서리로 부상하고 있다. 화려한 드레스에 화장기 없는 얼굴, 그 위에 커다란 금테 안경은 ‘너디시크’ 라는 이름으로 호응을 얻고 있다.

뿐만 아니라 금기시로 여겼던 지상파에 안경을 쓴 여자앵커가 등장하면서 승무원의 외모에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던 국내 항공사에도 변화가 일고 있다. 제주 항공은 승무원들의 안경착용과 네일 케어를 허용한 것에 이어 항공기 밖에서도 낮은 굽의 신발을 신을 수 있도록 개정했다.

신발업계도 그동안 여성의 상징이자 여성미를 최고로 강조했던 하이힐을 찾는 고객이 줄어드는 반면 굽이 낮은 단화 수요가 늘고 있다.  G9 사이트에선 최근 한 달간 대표적인 단화 제품인 ‘로퍼’ 판매량은 여성의 경우 141% 증가했다. 낮은 굽으로 편안함을 강조한 ‘컴포트화’ 제품도 여성은 350% 판매량이 늘었다. 반면 궂이 높은 여성용 ‘펌프스’ 제품은 53% 감소했다.  

이처럼 기존의 획일화를 무너뜨리고 개인의 특성이 중심이 되는 나나랜드가 사회적 트렌드로 떠오르게 된 원인에는 누군가와 비교해야 직성이 풀리는 한국인의 대표적인 특성이 힘을 잃은 때문이라고 문화전문가들은 해석하고 있다. 

특히 ‘트렌드2019’의 저자 김난도 교수는 그들은 왜 나나랜드로 갔을까‘ 라는 부제목에서 “엄마 친구 아들은 ...으로 시작되는 잔소리를 누구나 한번쯤은 들어봤을 것이다.”라며 “전통 농업사회를 지난 산업사회에 이르기까지 이와 같은 특성은 큰 문제가 되지 않았지만 고속성장 시대의 이야기는 이제 먼 옛날의 신화처럼 기억될 뿐이다.

오늘날과 같이 SNS가 발달하고 저성장 기조에 돌입한 시대는 과거 기성세대들이 경험했던 확고한 성공과 성취감은 어려워졌다. 힘들여 남을 신경 쓰며 산들 그들이 나에게 어떤 실질적인 도움도 주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다.”라고 나나랜드가 등장한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어쨌거나 체면을 중시하던 시대를 살았던 기성세대들에게는 나나랜드에 사는 이들이 마치 정신 나간, 혹은 자기애에 빠진 나르시시스트로 보일지 모르지만 이들은 오늘도 “나와 아무 상관없는 타인의 시선에 지 죽지 말고 당당하게 나를 찾아 앞으로 나가자”라고 외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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