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상인 단체 등 일본 제품 판매 거부 선언…일본맥주 매출 20% 떨어져
日 경제보복에 불붙는 불매운동…유통업계 '촉각'
일본기업 신제품 출시행사 줄줄이 연기…불매운동 영향 미쳤나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는 지난 5일 서울 종로구 옛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수출제한 조치는 일본의 침략행위에서 발생한 위안부·강제징용 배상 문제에 대한 보복”이라며 “중소상인과 자영업체들은 과거사를 반성하지 않고, 무역 보복을 획책하는 일본 제품의 판매 중지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사진=우정호 기자)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는 지난 5일 서울 종로구 옛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수출제한 조치는 일본의 침략행위에서 발생한 위안부·강제징용 배상 문제에 대한 보복”이라며 “중소상인과 자영업체들은 과거사를 반성하지 않고, 무역 보복을 획책하는 일본 제품의 판매 중지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사진=우정호 기자)

[중앙뉴스=우정호 기자] 일본 정부가 한국을 상대로 반도체 디스플레이 소재 등 3가지 품목에 수출 규제를 시행하는 등 경제보복을 시도하고 있는 가운데 국내에서는 일본 제품 불매운동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아울러 중소 상인들이 일본 제품 판매중지에 나서고 있고, 소비자들의 반일 감정이 증폭되고 있는 가운데 이는 일본 맥주 제품 등의 실제 매출 감소로 이어져 일본산 불매운동 효과는 불붙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국내에 진출한 일본 기업은 매출 타격을 우려하며 불매운동 확산 추세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한편 일본의 수출 규제 강화로 국내 일본제품 불매 운동이 거세지는 가운데 일본기업의 신제품 출시 행사가 줄줄이 연기 또는 취소되고 있다.

서울시 한 마트에 진열된 아사히 맥주 (사진=우정호 기자)
서울시 한 마트에 진열된 아사히 맥주 (사진=우정호 기자)

중소상인 단체 등 일본 제품 판매 거부 선언…일본맥주 매출 20% 떨어져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는 지난 5일 서울 종로구 옛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수출제한 조치는 일본의 침략행위에서 발생한 위안부·강제징용 배상 문제에 대한 보복”이라며 “중소상인과 자영업체들은 과거사를 반성하지 않고, 무역 보복을 획책하는 일본 제품의 판매 중지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총연합회는 “한국마트협회 회원사 200여 곳이 자발적으로 반품과 발주 중단을 했고, 일부 중소상인과 자영업자는 일본 맥주, 커피를 전량 반품하고 판매 중지에 나섰다”며 불매운동 동참을 호소했다. 총연합회는 한국마트협회, 전국중소유통상인협회 등 27개 단체로 구성됐다.

한국수퍼마켓협동조합연합회도 이날 일본산 제품 불매운동에 동참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임원배 수퍼마켓협동조합연합회 회장은 “일본이 과거사에 대한 일말의 반성과 사과도 없이 치사한 무역보복으로 한국 제품에 대한 수출 규제를 계속할 경우 동네슈퍼 역시 일본산 맥주 및 담배 등 팔고 있는 제품을 전부 철수시키는 등 전면 거부 운동으로 맞설 것”이라고 밝혔다.

연합회는 각 지역 조합별로 아사히, 기린 등 일본산 맥주와 마일드세븐 담배 반입을 거부하기로 했다.

이와 관련해 실제로 일본 맥주 매출이 20% 가까이 떨어지는 등 일본산 불매 운동 효과가 가시화되고 있다

8일 편의점 지에스(GS)25 자료를 보면, 지난 3~7일 아사히·기린 등 일본 수입맥주 매출이 전주 같은 요일 대비 23.7% 떨어졌다. 이 기간 맥주 전체 매출은 1.2% 늘었다.

지난 3~4일 일본맥주 매출이 1.2%가량 소폭 감소한 데 견줘, 주말(5~7일) 매출 감소 효과가 컸던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아사히의 500㎖ 대용량 캔맥주 점유율도 13.3%(1위)에서 10.0%로 떨어지며 2위로 내려앉았다.

지난 1~7일 편의점 씨유(CU)의 맥주 매출이 전주 대비 2.6% 오른 데 비해 일본 맥주 매출은 11.6%가량 떨어졌다. 씨유에서도 아사히 맥주 매출(1위→3위)은 칭따오(2위→1위), 하이네켄(3위→2위) 등에 역전당했다. 같은 기간 세븐일레븐의 맥주 매출은 전주 대비 1.9% 늘었지만 일본 맥주 매출은 9.2%가량 줄었다.

일본 맥주 급감 추이는 마트에서도 비슷한 양상을 보였다. 지난 1~7일 롯데마트의 일본 맥주 매출은 10.4% 떨어졌다. 수입맥주 전체 매출 감소치(-2.9%)를 훨씬 상회하는 수치다.

같은 기간 이마트에서도 수입맥주 매출이 2.9% 신장한 가운데 일본 맥주는 14.3% 감소했다. 전체적으로 부쩍 더워진 날씨 영향으로 맥주 매출이 소폭 증가한 데 견줘 일본 맥주만 두자릿수 감소세를 보인 것은 일본산 불매운동 영향으로 풀이된다.

한 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도 한·일 관계가 악화할 때마다 일본산 불매운동이 있었지만 그 영향이 크지는 않았다. 이번에는 직접적인 경제 규제라는 측면에서 불매운동 여파가 훨씬 빠르고 뚜렷하게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일본의 수출 규제가 본격화되면서 지금까지 수입 맥주 가운데 일본 맥주의 매출도 소폭 감소세로 돌아선 것으로 나타났다. 5일 한 대형마트에 따르면 2∼4일 맥주 전체 매출은 3% 늘어난 반면에 일본 맥주는 13%나 줄었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2019년 일본 베스트 브랜드'라는 제목의 일본 브랜드 로고가 나열된 게시물이 확산되는 등 불매운동이 번지고 있다.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캡쳐)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2019년 일본 베스트 브랜드'라는 제목의 일본 브랜드 로고가 나열된 게시물이 확산되는 등 불매운동이 번지고 있다.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캡쳐)

日 경제보복에 불붙는 불매운동…유통업계 '촉각'

국내 소비자의 일본기업 제품 불매운동이 확산되며 실제 일본 제품 매출 감소로 이어지자,  국내에 진출한 일본 기업은 매출 타격을 우려하며 불매운동 확산 추세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7일 업계에 따르면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2019년 일본 베스트 브랜드'라는 제목의 일본 브랜드 로고가 나열된 게시물이 확산되는 등 불매운동이 번지고 있다.

리스트에는 전쟁범죄에 가담한 기업인 전범기업부터 전자, 카메라, 자동차, 악기, 의류, 사무용품, 편의점, 화장품, 주류 등 실생활과 밀접한 제품을 생산하는 기업, 게임과 영화배급사 등 콘텐츠 관련 기업까지 100여개 일본 기업이 나열돼 있다.

일본을 대표하는 기업들과 함께 유니클로, 데상트, 무인양품, 시세이도, DHC, 아사히, 기린 등 유통·식음료·패션뷰티 업체도 이름을 올렸다.

각종 인터넷 커뮤니티와 카페 등에서는 불매 운동 리스트와 함께 '당분간이라도 일본 제품 쓰지 말고 일본 여행도 가지 말자' '국산품을 구매하자'는 글도 확산되고 있다.

아울러 소비자들은 ‘BOYCOTT JAPAN, 가지 않습니다. 사지 않습니다’라는 문구와 일본 브랜드 리스트를 공유하면서 불매운동에 동참하기를 촉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다 보니 국내 진출 일본 기업들은 불매운동 여파로 매출에 직접적인 타격을 받게 될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대표적인 기업은 일본 패션 브랜드 유니클로다.

패션업계에 따르면 유니클로 전 매장의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소폭 감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매출 1조3732억원을 기록하며 4년 연속 매출 1조 클럽에 가입하는 등 고성장세를 보이고 있지만 불매 운동 여파로 자칫 성장세가 꺾일 것이 우려된다.

실제 4일 유니클로 명동점 앞에는 “강제징용 배상 않고 경제보복! 적반하장 일본, 국민들이 분노한다”라는 팻말을 든 시민단체 관계자가 1인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강제동원 문제해결과 대일과거청산을 위한 공동행동 회원들이 5일 서울 종로구 일본대사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아베 정권의 배상판결 이행 촉구와 더불어 일본의 경제보복을 강력히 비판했다. (사진=우정호 기자)
강제동원 문제해결과 대일과거청산을 위한 공동행동 회원들이 5일 서울 종로구 일본대사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아베 정권의 배상판결 이행 촉구와 더불어 일본의 경제보복을 강력히 비판했다. (사진=우정호 기자)

 수입맥주 1위 브랜드 아사히를 비롯해 삿뽀로, 기린, 에비스 등 일본 맥주 브랜드와 데상트, 미즈노 등 패션업체, 미니스톱과 세븐일레븐 등 편의점 업체까지 사태 추이를 주시하고 있다.

불매 운동 시작단계인 현재로서는 매출 변화까지 나타나지 않지만 한일 갈등이 장기화 되고 국내 기업 피해가 직접적으로 발생할 경우 불매 운동이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유통, 식음료 업체의 경우 고가 상품은 아니지만 소비자 접점이 넓고 소비자 인식 변화가 일어날 경우 대체재로 전환이 쉬워 충성고객을 잃을 가능성이 높다.

다만 일본 기업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회사명이 거론되는 기업도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균일가 생활용품 판매기업 '다이소'가 대표적이다. 한국 다이소는 일본 다이소와 무관하고 로열티도 지급하지 않는 국내 기업이다. 때문에 일본 기업 논란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까지 피부로 느껴지는 반응은 없지만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가 일본 제품 판매 중지에 돌입하는 등 움직임이 본격화 되고 있다”면서 “불매 운동으로 인해 가맹점주와 한국 업체들이 피해를 받을 우려가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고 말했다.

‘BOYCOTT JAPAN, 가지 않습니다. 사지 않습니다’라는 문구와 일본 브랜드 리스트를 공유하면서 불매운동에 동참하기를 촉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SNS 캡쳐)
‘BOYCOTT JAPAN, 가지 않습니다. 사지 않습니다’라는 문구와 일본 브랜드 리스트를 공유하면서 불매운동에 동참하기를 촉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SNS 캡쳐)

일본기업 신제품 출시행사 줄줄이 연기…불매운동 영향 미쳤나
 
일본의 수출 규제 강화로 국내 일본제품 불매 운동이 거세지는 가운데 일본기업의 신제품 출시 행사가 줄줄이 연기 또는 취소되고 있다.

8일 일본 가전제품 기업 ‘소니코리아’와 뫼비우스 등의 담배를 생산하는 ‘JTI코리아’는 11일로 예정된 신제품 출시 기자간담회를 ‘내부사정’의 이유로 연기한다고 밝혔다.

소니코리아는 이번 간담회를 통해 노이즈 캔슬링 무선 이어폰 WF-1000XM3을, JTI코리아는 캡슐형 전자담배 신제품 ‘플룸테크’를 공개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소니코리아는 출시 행사취소를, JTI코리아는 행사 일정을 연기했다. 향후 일정은 공개되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최근 일본 정부의 반도체 핵심소재 품목에 대한 수출규제 및 국내 소비자들의 일본제품 불매 운동과 관련된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 소니코리아 관계자는 “내부 사정으로 인해 행사가 취소됐으며 일본 제품 불매 운동과 관련해서는 드릴 말씀이 없다”고 말했다.

JTI코리아 관계자는 “담배 시연 공간이 미흡해 완벽한 행사를 준비하기 위해 일정을 연기했다. JTI코리아는 스위스 제네바에 본사를 둔 글로벌 기업이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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