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영모, 매직으로 KOREA 적고 가까스로 출전

 

"2019 광주세계수영선수권대회"서 KOREA의 국가명이 새겨진 유니폼조차 없이 출전해 세계적 망신을 당했다.(사진=연합뉴스)
"2019 광주세계수영선수권대회"서 KOREA의 국가명이 새겨진 유니폼조차 없이 출전해 세계적 망신을 당했다.(사진=연합뉴스)

[중앙뉴스=윤장섭 기자]스포츠 강국인 우리나라가 "2019 광주세계수영선수권대회"서 KOREA의 국가명이 새겨진 유니폼조차 없이 출전해 세계적 망신을 당했다.

지난 14일 국가대표 다이빙 선수인 우하람(21·국민체육진흥공단)은 광주 남부대 시립국제수영장에서 열린 다이빙 남자 1m 스프링보드 결선에 출전했다. 이날 결선에 진출한 각국의 선수들은 자신들이 속해있는 국가의 이름이 새겨진 트레이닝복을 입고 나왔으나 개최국인 우리나라 선수로 결선에 올라온 우하람 선수의 트레이닝복에는 개최국의 이름이 없었고 은색 테이프만 붙어있었다는 것.  개최국으로서 도저히 일어나서는 안될 상식밖의 사건이다.

"2019 광주 세계수영선수권대회"는 전 세계인의 이목이 집중되는 지구촌의 큰 잔치이자 빅 이벤트다. 이런 큰 대회에 소위 스포츠 강국이라고 할 수 있는 한국 대표팀 선수가 국가명이 새겨진 유니폼조차 없이 테이프를 붙인 옷을 입고 출전했다는 것은 논란이 되고도 남는다.

논란이 일자 김영기 대한수영연맹 사무처장은 수영연맹과 “수영용품 브랜드 아레나간 전속 후원 계약이 늦어지면서 이번  "2019 광주세계수영선수권대회"에 출전하는 우리 대표팀의 공식 유니폼을 제작하지 못했다며 궁색한 변명과 함께 급하게 시중에서 판매되고 있는 트레이닝복에 태극기를 달고  ‘KOREA’를 새겼다”고 했다.

김 처장은 “다이빙 대표팀의 경우 일찍 선수촌에 들어가 훈련하고 지난 12일 개막과 함께 바로 경기 일정이 시작됬기 때문에 유니폼 지급 시기를 놓쳤고 할 수 없이 선수들이 가지고 있는 유니폼에 새겨져 있는 특정 브랜드 로고를 테이프로 가렸다”고 했다.

이에 아레나 코리아 정종훈 전무는 “지난 1일 수영연맹과 정식으로 2년 후원 계약을 맺었다. 특정 대회의 유니폼 제작은 최소한 6개월 전부터 준비해야 하는 것이 일반적인 관례인데 세계수영선수권 대회는 수영연맹과의 계약일로 부터 12일 후에 개막했기 때문에 사전에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이 없었고 더욱이 대표팀 선수들의 유니폼을 “12일 만에 만든다는 건 불가능했다”고 전했다.

대한수영연맹이 유니폼 후원사를 제때 찾지 못했고 새 후원업체를 찾지 못해 다시 전 후원업체와 재계약하는 촌극을 빚었던 것, 

국제수영연맹의 광고 규정은 매우 까다롭다. 특정 브랜드가 노출되면 안된다. 특히 오픈워터 출전 선수들은 수영모에 국가명만 적을 수 있다. 오픈워터란 바다나 강, 호수 등에서 열리는 장거리 야외 수영 경기를 말한다.

오픈워터 경기에서도 웃지못 할 촌극이 벌어지기도 했다. 5㎞ 종목에 출전한 백승호 선수는 자신의 수영모에 매직팬으로 KOREA라고 글자를 써놨다. 백 선수가 쓰던 수영모는 태극기가 새겨져 있다. 국제수영연맹이 수영모에 국가명만 허용하기 때문에 태극기가 새겨진 수영모는 착용할 수가 없다. 수영모를 바꾸지 않으면 경기에 출전할 수 없다는 국제수영연맹의 규칙에 따라 결국 글자나 마크가 없는 수영모를 백 선수에게 지급했고 자원봉사자가 가지고 있던 매직펜으로 수영모에 KOREA라고 적은 뒤 백 선수는 급하게 경기에 출전할 수 있었다.

몸에 맞지않는 옷이 경기력 향상에 도움이 안되는 것 처럼 수영모 역시 이날 출전한 백 선수에게 영향을 미쳤다. 백 선수는 경기 뒤 수영모가 계속 벗겨져 아쉬웠다는 소감을 밝히기도 했다. 사이즈가 맞지 않는 수영모로 인해 흘러내리는 수영모를 붙잡고 경기를 해야 했던 것,

한편 수영연맹은 수구와 오픈워터 수영선수들에게 유니폼이 지급 됐으며 다이빙·경영·아티스틱 수영 등 나머지 종목 선수들에게도 지난 15일 ‘KOREA’가 임시로 새겨진 유니폼을 나눠주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수영연맹의 미숙한 행정 처리에 대해서는 연일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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