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나가던’ 일본차, 불매운동에 ‘역풍’
일본 자동차 견적 요청 건수, 전년 대비 41% 하락
일본차 브랜드 전시장 내방 고객 다소 줄어…닛산, 출시 행사 취소도...

서울시의 한 렉서스 매장 (사진=우정호 기자)
서울시의 한 렉서스 매장 (사진=우정호 기자)

[중앙뉴스=우정호 기자] 최근 일본의 수출 규제 조치와 관련해 국내의 일본 제품 불매운동이 확산되는 가운데, 이 여파가 자동차 업계에도 확산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 자동차는 올해 상반기 국내 시장에서 ‘친환경’ 트렌드와 맞물려 높은 인기를 얻어왔지만 반일 감정 악화라는 역풍을 맞았다.

한편 일본 제품 불매 운동이 확산하면서 일본차 견적 요청 건수가 전년대비 41% 하락하는 등 일본차 불매 효과가 가시화되는 상황이다.

서울시의 한 토요타 매장 (사진=우정호 기자)
서울시의 한 토요타 매장 (사진=우정호 기자)

‘잘 나가던’ 일본차, 불매운동에 ‘역풍’

20일 한국수입자동차협회에 따르면 올해 6월까지 판매된 수입차는 10만9314대 중 일본차는 2만3482대로 점유율 22%를 기록했다. 지난해 상반기 일본차 점유율 15.2%와 비교하면 7% 가량 성장했다.

브랜드별로 보면 렉서스는 지난 6월까지 8372대를 판매해 전년 동기 대비 33.4% 성장했다. 혼다는 5684대를 기록하면서 지난해 2924대보다 94.4% 급증했다.

이는 친환경 바람이 불면서 일본차가 많이 팔리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일본차 업체들이 대부분 하이브리드차를 주력으로 판매하고 있는 가운데 최근 환경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일본차 판매량도 늘어났다.

올 상반기 수입 하이브리드차는 1만6561대가 등록됐다. 지난해 동기 대비 36.1% 증가했다.

이처럼 잘나가던 일본차였지만 일본 제품 불매 운동이 확산하면서 역풍을 맞을 위기를 맞게 됐다.

일본 브랜드와 대체 상품 정보를 공유하는 사이트 '노노재팬'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이곳에서도 혼다, 렉서스, 닛산, 인피니티 등 일본차 브랜드들이 노출되고 있다. 최근 한 주유소에서는 일본차에 기름을 팔지 않는다는 현수막을 내걸기도 했다. 

최근 자동차 구매를 고려하고 있다는 40대 직장인 A 씨는 일본차 브랜드를 구매 목록에서 제외했다고 말했다. A 씨는 "일본차는 타고 내릴 때 주변의 시선이 부담될 것 같다"며 "최근 일본 중형차와 국산 대형차를 견적을 받았는데 국산차로 마음을 바꿨다"고 말했다.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도 비슷한 글이 올라왔다. 30대 직장인이라고 밝힌 한 회원은 “지난 3월에 신청한 일본 고급 브랜드 자동차가 이달 나오게 된다”며 “‘드림카’라고 생각했을 만큼 품질이나 디자인 면에서 더할 나위 없지만, 오랜 기간 고심한 끝에 취소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한 일본차 업계 관계자는 "과거 일본산 불매 운동이 일어났을 때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면서 "아직 판매량이 집계되고 있지 않아 불매 운동 여파 분석할 수 없다. 조심스럽게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자료=겟차 제공)
(자료=겟차 제공)

일본 자동차 견적 요청 건수, ‘전년 대비 41% 하락’

자동차 종합 플랫폼 ‘겟차’가 지난 19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이달 토요타, 렉서스, 혼다, 닛산, 인피니티 등 일본 자동차에 대한 견적 요청 건수는 1374건을 기록, 전월 같은 기간 대비 41% 하락한 것으로 집계됐다.

겟차 관계자는 “일본차에 대한 견적 요청 건수가 급감한 것을 체감하고 있다”며 “유독 일본 브랜드에서만 감소세가 두드러졌단 점을 볼 때 불매운동의 여파로 해석하는 게 여러모로 합리적이라 본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하절기는 신차 구매 수요가 전반적인 감소세를 기록하는 시기지만 유럽차나 미국차 등 타 수입차의 경우 특별한 판매 감소 요인이 없었다”고 덧붙였다.

다만, 인피니티의 경우는 견적 요청 건수가 증가세로 돌아섰다. 이는 일부 모델에 대한 프로모션을 적용한 것이 그 원인이라는 설명이다.

인피니티는 이달 주요 모델에 대한 선수금 제로 무이자 할부는 물론 최대 1000만~2000만원에 달하는 할인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일본 제품 불매 운동 정보 사이트 '노노재팬'에 올라온 일본 자동차 브랜드 (사진=홈페이지 캡쳐)
일본 제품 불매 운동 정보 사이트 '노노재팬'에 올라온 일본 자동차 브랜드 (사진=홈페이지 캡쳐)

일본차 브랜드 전시장 내방 고객 다소 줄어…닛산, 출시 행사 취소도...

영업 일선에서도 전시장 내방 고객이 다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평일 오후 방문한 용산구와 강남구에 위치한 어느 일본차 브랜드 전시장들에서는 상담 중인 고객의 모습을 볼 수 없었다.

일본 브랜드의 차량을 판매하고 있는 한 영업사원은 “차량의 문의와 견적 요청은 기존과 평이한 수준이지만 계약으로 이어지는 경우는 많이 줄었다”며 “계약을 결정한 고객들 또한 출고 일자를 다소 늦추고 있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일부 브랜드들은 최근 출시한 차량들의 ‘신차효과’가 누그러질 것을 우려하는 추세다. 토요타는 지난 5월 라브4를, 한국닛산은 이달 알티마를 국내 시장에 선보인 상태다.

닛산의 경우, 이달 예정된 출시 행사를 전격 취소하는 등, 일본 제품의 불매 여론에 잔뜩 움츠려든 모양새다.

수입차 업계 관계자는 “불매 여론이 있었던 이전엔 판매에 큰 영향이 없었지만 금번의 상황은 조금은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며 “이달 일본차 판매 실적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라고 설명했다.

 

 

저작권자 © 중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