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장섭 기자의 말말말] 자사고( 自私高) 특권교육 공약한 정부, 어디로 갔나
[윤장섭 기자의 말말말] 자사고( 自私高) 특권교육 공약한 정부, 어디로 갔나
  • 윤장섭
  • 승인 2019.07.23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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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사고·폐지 국민여론, 찬성 51% vs 반대 37.4%

 

윤장섭 기자
윤장섭 기자

최근 논란이 되고있는 "자립형사립고등학교"(自律形 私立高等學校 )는 이명박 정부가 다양한 교육수요를 수용하겠다는 명분을 내세워 2010년에 100여 개로 확대 도입한 교육 모델이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1995년 5·31 교육개혁안에서 시작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애초 설립 취지와 다르게 지금은 아픈 가시로 언론에 오르내리고 있다.

자사고 설립의 명분이었던 다양성 가치는 이미 퇴색된 듯 하다. 설립 초기에는 英,美권의 전통적인 명문 사립학교에 가까웠던 것이 자사고였다. 그러나 작금의 현실은 국민 절반이 자사고 폐지에 찬성하고 있는 분위기다.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도 자사고와 특목고 폐지를 공론화로 결정하자고 제안하기도 했으니 무게의 추는 이미 기울지 않았나 싶다.

이런 가운데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지난 19일 자사고와 특목고 폐지에 관한 국민 여론조사를 벌였다. 

조사결과 자사고·특목고 폐지를 찬성한다는 응답이 51.0%였고 반대는 37.4%, 모름·무응답은 11.6%였다. 대다수 지역과 연령대에서 찬성 답변이 높았다. 영원한 라이벌이면서 색갈이 다른 두 정치적 집단의 의견도 극명하게 갈렸다. 보수층은 10명중 6~7명이 반대했고 진보세력과 중도층은 10명중 7명 이상이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교육부가 자사고를 일반고로 전환하려고 하는 것도 이미 국민들의 여론이 오래전부터 자사고 폐지에 대한 암묵적인 지지를 보냈기 때문이다. 여기에 일부 보수 언론을 뺀 나머지 다수의 언론들과 현직 고등학교 교사들이 자사고 폐지에 힘을 보태고 있다.

자사고 도입 초기에는 일반 사립고등학교와 특별한 차이점이 없어 파급력을 보이지는 않았다. 서울의 경우 외고의 까다로운 입학 조건에 비해 커리큘럼이 '우등생 육성'보다는  '외국어 인재를 양성'하겠다는 쪽으로 방향을 잡자 갈 곳을 잃은 일반 상위권 중학생들이 역사가 긴 사립학교들 보다 자사고로 몰리면서 한동안 승승장구 했다. 이는 자사고의 입시 시기가 달라 전기에 우수한 학생을 모집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일반고등학교 보다 대학입시 성적이 좋을 수 밖에 없었다. 학생의 성적과 부모의 재정능력이 결합되기도 했다.

서울시 교육 정책은 교육감이 보수(공정택)→진보(곽노현)→보수(문용린)→진보(조희연) 등 으로 바뀌면서 교육정책도 바뀌게 된다. 교육감도 정권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정권의 성향에 따라 교육감의 색갈도 변한다. 교육은 백년지대계(百年之大計)라고 말들 하지만 일관성이 없다는 것은 이미 과거부터 다 확인된 사실이다.

보수성향의 교육감은 교육감대로, 진보성향의 교육감은 교육감대로 서로의 생각과 정책이 다르니 제대로된 교육정책인들 오래 갈 리 만무하다. 바꿔바꿔가 생활화 되었으니 누굴 탓하나.

자사고에 대한 실효성 논란이 고개를 들고있는 것도 시대의 흐름인 듯 하다. 실제로 서울에 가장 많은 자사고가 있지만 대부분의 학교가 정원이 미달인 경우가 많다. 교육과정 역시 일반고와 다르지 않기 때문에 훨씬 비싼 수업료를 주면서 까지 다닐 이유가 없다는 것이 폐지를 주장하는 학부형들의 생각이다.

찬성과 반대가 양분된 가운데 정부는 일반고와 동시선발, 지정취소권을 활용한 단계적 전환을 거쳐 내년에 시행령 개정으로 고교체제를 개편하겠다고 하니 일관성 없는 교육정책이 어찌 어제와 오늘의 일이 겠는가.

과거 비평준화 시기의 서열화된 고등학교보다 더 불량하게 현재의 교육제도를 만든 정부에 국민들은 그 죄를 물을 수 밖에 없다. 정부도 사죄의 의미로 머리를 숙이고 학부형들의 마음을 얻을 청사진으로 정중하게 설득해야 한다.

자사고 운명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이가 많은 요즘이다.  자사고와 공동운명체 격인 외국어고와 국제고도 예외는 아니다. 교육의 정책에 따라 입시 전략을 세워야 하는 현재 초·중학교 학생 학부모들 입장에서도 발등의 불이다.

이러니 자사고의 현 주소는 최 악이다. 수십길 낭떠러지 앞에 서서 적군을 앞에두고 생사조차 장담할 수 없는 패잔병 장수와도 같다.

정원의 90%를 채우지 못한 자사고가 67%인 28곳에 이르고 54곳이던 자사고 가운데 이미 12곳이 자율신청으로 일반고로 전환했다. 올해도 이미 4곳이 지정취소를 요청했을 정도로 자사고의 유통 기간은 그 끝이 보이는 듯 하다. 교육부가 지정취소를 결정한 11곳 까지 일반고로 전환되면 이제 자사고는 전국적으로 27곳만 남는다. 내년에도 같은 비율로 전환이 된다고 가정할 때 남는 자사고는 불과 10여곳만이 명맥을 유지하게 된다.

교육정책에 어떤 생각과 어떤 사고가 어느 시기에 어떻게 접목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사그러져 가는 자사고의 불씨가 누군가의 부채질로 다시한번 부활을 할지, 아니면 정체성이 다 들어난 특권교육 시스템을 끌어안고 있다가  쓸쓸하게 퇴장할 지는 두고 볼 일이다. 산소호흡기를 달고 있는 자사고의 생사가 지금으로선 위태위태 하다.

학생들이 선호하는 학교를 다양하게 만들겠다며 공약했던 정부는 어디로 갔는지 묻고싶다. 고교 다양화가 애초에 헛된 꿈이었는지도 묻고싶다.

지금 이시간 산소호흡기를 달고 거친 숨을 몰아쉬고 있는 자사고의 명줄을 끊을려고 하는 세력과 반대로 자사고를 지키기 위해 길거리로, 교육청으로 피켓을 들고 밀고 밀리는 싸움을 하고있는 학부형들의 고단함이 묻어나는 오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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