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항공 매각 개시…"9월 예비입찰·연내 매각 완료"
치열한 눈치싸움 속 승자는 누구? SK·한화·CJ·애경 등 '물망'

강서구 공항동 아시아나 항공 본사 (사진=우정호 기자)
강서구 공항동 아시아나 항공 본사 (사진=우정호 기자)

 

[중앙뉴스=우정호 기자] 국내 대형항공사 양대 산맥 중 하나인 아시아나항공의 새 주인을 찾기 위한 매각 절차가 25일 시작됐다.

표면적으로 인수 의사를 밝힌 기업은 없지만, '국적기'라는 프리미엄과 항공산업 수요 증가 등을 고려할 때 인수전 과열 시 매각 가격이 치솟는 것을 우려해 '눈치싸움'을 벌이고 있다는 관측이다.

매각 가격이 최대 2조5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는 이번 매각 과정에서 SK·한화·CJ·애경 등이 아시아나의 새 주인 후보로 물망에 오르고 있다.

(사진=아시아나 항공 제공)
(사진=아시아나 항공 제공)

아시아나항공 매각 개시…"9월 예비입찰·연내 매각 완료"

금호산업은 25일 매각 주간사인 크레디트스위스증권(CS)을 통해 금호산업이 보유한 아시아나항공 지분을 매각한다고 공고했다.

투자자들로부터 인수의향서(LOI)를 받아 인수협상대상 후보군(쇼트리스트)을 추리는 예비입찰을 9월까지 마친 뒤 10월께 본입찰이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진행 상황에 따라 단계별 일정이 1∼2개월 늦춰질 수 있지만, 이르면 연내 우선협상대상자 선정과 본계약 체결까지 매각 작업을 모두 마무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매각은 금호산업이 보유한 아시아나항공 주식 6천868만8천63주(지분율 31.0%·구주)와 아시아나항공이 발행하는 보통주식(신주)을 인수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이를 통해 아시아나항공의 경영권을 잠재투자자에게 이전한다.

입찰에 참여하는 투자자는 비밀유지확약서와 500만원의 정보이용료를 내야 투자설명서(IM)와 예비입찰안내서를 받을 수 있다.

투자자는 항공사업법과 항공안전법이 규정한 항공운송 면허 결격사유가 있어서는 안 된다.

전날 아시아나항공 주가(6천520원) 기준 구주 인수대금은 4천500억원 수준이다. 신주 발행액에 경영권 프리미엄(20∼30%)까지 얹으면 1조원 이상이 될 것으로 추산된다.

여기에 에어서울, 에어부산, 아시아나IDT 등 6개 자회사까지 '통매각 방식'으로 매각을 진행할 방침이어서 매각 가격은 1조5천억원 안팎까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시장에서는 매각가격이 최대 2조5천억원에 달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아시아나항공은 대한항공에 이은 국내 2위 항공사로, 국제선 노선 70여개를 보유한 글로벌 항공사다. 취득이 어려운 항공운송사업 면허를 보유하고 있어 항공업 진입을 노리는 대기업에는 매력적인 매물이 될 수 있다.

다만, 7조원이 넘는 부채를 떠안아야 해 자금력이 풍부한 대기업들이 유력한 인수 후보군으로 거론된다.

금호산업 관계자는 "아시아나항공 매각과 관련된 모든 의사결정은 금호산업이 매각 주간사 등과 협의하여 진행하고 있으며, 이른 시일 내에 아시아나항공의 매각이 완료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저비용항공사(LCC) 업계 1위 제주항공을 운영하는 애경그룹은 "검토해보고 결정할 예정"이라며 공식적으로는 가장 적극적인 관심을 보이고 있다. (사진=제주항공)
저비용항공사(LCC) 업계 1위 제주항공을 운영하는 애경그룹은 "검토해보고 결정할 예정"이라며 공식적으로는 가장 적극적인 관심을 보이고 있다. (사진=제주항공)

 

치열한 눈치싸움 속 승자는 누구? SK·한화·CJ·애경 등 '물망'

매각 가격이 최대 2조5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는 이번 매각 과정에서 가장 관심을 끄는 것은 어느 기업이 아시아나항공의 새 주인이 되느냐다.

재계에서는 SK, 한화, CJ, 애경 등 기업이 인수전에 뛰어들 것으로 전망하지만, 애경을 제외한 기업은 모두 "관심이 없다"며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들 기업이 내부적으로 인수 참여를 면밀히 준비하고 있지만, 인수전이 과열되면 매각 가격이 올라갈 것을 우려해 진의를 숨기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대부분 대기업이 전략기획실 등을 통해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따른 손익계산을 모두 마치고 보고서를 윗선에 올렸을 것"이라며 "매각 공고가 난 만큼 어떤 기업이 인수전에 참여할지는 곧 윤곽이 드러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시 종로구 SK본사 앞 현판 (사진=우정호 기자)
서울시 종로구 SK본사 앞 현판 (사진=우정호 기자)

  이 가운데 인수전에 참여할 것으로 유력하게 거론되는 기업은 SK그룹이다.

자금력이 충분할 뿐 아니라 항공업에 진출할 경우 정유, 물류, 레저, 호텔, 면세점, 통신 등 기존 사업과 시너지를 낼 수 있어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고 평가한다.

SK그룹은 이미 작년 7월부터 시장에서 아시아나항공 인수설이 흘러나와 이에 대한 공시 요구를 받은 바 있다.

당시 SK는 "아시아나항공 지분 인수를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답했지만, 최규남 전 제주항공 대표를 수펙스추구협의회 글로벌사업개발담당 부사장으로 영입하는 등 행보가 항공업 진출을 위한 포석으로 읽혔다.

한화그룹도 항공업 진출에 관심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인수 후보군에 이름을 올렸다.

한화는 2015년 삼성으로부터 한화테크윈(옛 삼성테크윈)을 인수해 항공기 엔진 부품 등을 생산하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를 설립했다. 작년 신규 저비용항공사(LCC)인 에어로케이에 재무적투자자로 참여했던 전력도 있다.

저비용항공사(LCC) 업계 1위 제주항공을 운영하는 애경그룹은 "검토해보고 결정할 예정"이라며 공식적으로는 가장 적극적인 관심을 보이고 있다. 애경은 아시아나항공 인수 시 시너지 효과 등 막바지 손익계산을 하고 있으며 입찰 참여를 진지하게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CJ그룹과 롯데그룹도 물류업을 기반으로 항공운송 사업 진출에 관심을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인수전에는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

신세계그룹은 2017년 티웨이항공 인수를 추진하다가 포기한 전력이 있다. 신세계그룹 계열사는 지난해 신규 LCC인 플라이강원에 투자한 이력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기업들이 공식적으로 관심을 보이고는 있지 않지만, 국내 대부분의 대기업 신사업 부서에서 기존 사업과의 시너지 효과 등을 분석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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