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사 박문수 간찰 712종 1072점도 몰수

'삼국유사' 목판본 등을 15년간 숨겨왔던 60대 남성이 대법원에서 징역 4년형이 확정됐다.
'삼국유사' 목판본 등을 15년간 숨겨왔던 60대 남성이 대법원에서 징역 4년형이 확정됐다.

[중앙뉴스=윤장섭 기자] '삼국유사' 목판본 등을 15년간 숨겨왔던 60대 남성이 대법원에서 징역 4년형이 확정되면서 문화재 보호법에 따라 국가에 몰수됐다.

현존하는 판본 가운데 가장 오래된 것으로 알려진 '삼국유사' 목판본은 조선 초기인 1394년에 발간된 것으로 고려 승려 일연이 편찬한 삼국유사 '기이 편'의 목판본으로 추정된다. 원소장자가 문화재를 돌려받으려면 국가를 상대로 반환 소송을 제기해야 한다.

'삼국유사' 목판본은 지난 1999년 대전의 한 대학교수 집에서 도난당했으며 학술적 가치가 높다고 평가되는 문화재다.

1999년 절도범(남성)2명이 원소장자인 교수 집에 들어와 흠쳐간 것을 문화재 매매업자(장물아비)인 67살 김 모 씨가 이듬해 판본을 산 뒤 2015년 11월까지 집안 천장 등에 숨겨왔다. 김 씨는 16년간 수차례 이사를 다니면서 붙박이장과 천장 사이 특수 수납공간을 만들거나 욕실 입구 천장을 뜯어 목판본을 숨겼다. 또 김 씨는 '삼국유사' 목판본 뿐만 아니라 2012년 어사 박문수 간찰 712종 1072점도 취득해 2년 동안 '삼국유사' 목판본과 비슷한 수법으로 숨겨왔다.

'박문수 간찰'은 어사 박문수와 후손들이 주고받은 것으로 조선 영조 때 역사와 정치를 파악할 수 있는 자료로 평가받는 문화재다. 김 씨는 15년이 지난 2015년 11월 공소시효가 끝났다고 보고 경매에 내놨다가 덜미를 잡혔다.

김 씨는 문화재가 은닉 상태가 끝난 시점부터 시효를 계산한다는 점을 몰랐던 것, 더욱이 어사 박문수의 후손들이 도난당한 문화재를 집안에 숨겨온 혐의까지 적용돼 재판에 넘겨졌다.

1심 재판부는 김 씨가 숨긴 고문서들의 문화재로서 가치가 매우 크고, 불분명하고 부적절하게 취득한 문화재로 개인적인 욕심을 채우려 했다며 징역 4년을 선고했고 대법원은 최근 1심 판결을 확정했다. 김 씨는 과거에도 동종 범행으로 처벌받은 전력이 있다.

재판부의 결정에 따라 김 씨로부터 압수된 고문서들은 국고에 귀속된다.
 
문화재보호법 92조 5항은 문화재를 절취하거나 은닉하면 몰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에 박문수 8대손인 박용우씨는 "사유권을 침해하는 잘못된 법”이라며 문화재를“국가에 기증하더라도 원 소유자가 직접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박씨는 박문수 묘소가 있는 천안시에 박문수 영정 2벌 등을 기탁하고 간찰 등 2350점을 기증 형식으로 제공하기도 했다.

'삼국유사' 목판본 원소장자 가족도 도난당한 문화재를 돌려받기위해서는“민사 소송을 제기해야 하는 황당한 상황”이라고 했다.

(사진=KBS방송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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