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 vs 도축업계, ‘3년치 전기료 할인액 12억’ 두고 깊어지는 갈등
한전 vs 도축업계, ‘3년치 전기료 할인액 12억’ 두고 깊어지는 갈등
  • 우정호 기자
  • 승인 2019.08.06 13: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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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여야정 협의 ‘도축시설 전기요금 10년간 할인’
한전, 도축시설에 3년간 할인받은 10억원 환수 통보
도축업계 “한전 갑질에 농가 피해” 법적 조치 예고
한국전력공사 (사진=연합뉴스)
한국전력공사 (사진=연합뉴스)

[중앙뉴스=우정호 기자] 한국전력과 도축업계간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최근 한전이 도축장 내 가공시설은 “전기료 인하 대상이 아니다”라며 과거 3년치 할인금액을 반환하라고 개별 도축장에 통보하면서다.

한국전력은 지난해 전국 도축장을 대상으로 전기요금 할인특례 현황을 조사한 뒤 그동안 할인받은 10억원 이상을 환수하겠다고 통보했다. 애초 특례 적용 대상이 아닌 ‘육류 가공시설’이 포함됐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도축업계는 “농가 부담을 덜어주는 여야정 합의의 취지를 거스르는 한전의 일방적인 갑질”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아울러 도축업계는 한전의 이번 조치가 축산농가에 적지 않은 부담을 줄 것이라고 강조하며 법적 대응을 예고하고 나섰다.

2014년 여야정 협의 ‘도축시설 전기요금 10년간 할인’

전국 도축시설이 사용하는 전력은 산업용 전기로, 산업용 전기 요금은 지난해 ㎾h당 평균 106.46원으로 주택용(106.87원)과 비슷하다. 계약종별 전력 중 가장 높은 수준이다.

지난 2014년 말 한ㆍ호주 및 한ㆍ캐나다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을 앞두고 당시 여야정 협의체는 FTA에 따른 축산업계의 피해를 우려, 도축장에서 소ㆍ돼지 등을 도축할 때 발생하는 전기요금의 20%를 10년간 깎아주기로 합의했다.

도축장 전기요금이 인하되면 축산농가들이 부담하는 도축 수수료가 낮아진다는 취지였다.

이에 따라 농협중앙회 등 각 도축장은 전기요금 할인액 만큼 축산농가 도축 수수료를 낮췄다. 수수료 인하에 따라 축산농가가 받은 혜택이 지금까지 20억원을 넘는다는 게 한국축산물처리협회의 추산이다.

한전, 도축시설에 3년간 할인받은 10억원 환수 통보

이 가운데, 작년 말 한전은 갑자기 “가공시설은 인하 대상이 아니다”라며 전국 도축장 8곳에 가공시설에 대한 과거 3년치 할인액을 환급하라고 통지했다.

농협 고령공판장 등 7개 도축시설이 뱉어내야 할 전기요금은 총 12억7791만원이다. 또 한전은 향후에도 도축 관련 시설에만 요금을 인하하겠다고 통보했다. 가공시설엔 따로 계량기를 설치해 일반 전기요금을 납부하라는 것이다.

한전 관계자는 “내부 감사에서 육류 포장 등의 가공시설에까지 전기요금을 깎아주는 건 규정 위반이란 지적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도축은 ‘소ㆍ돼지 등 기절→탈모 및 박피→이분체(머리, 발, 내장을 제거한 뒤 좌우 이등분)→등급판정→가공ㆍ포장(등심ㆍ안심 등 부위별 분할)’ 등을 거친다. 엄밀히 구분하면 가공ㆍ포장 이전 단계는 ‘도축시설’, 가공ㆍ포장은 ‘가공시설’에서 진행된다.

하지만 대형 도축장은 신선도 유지 등을 이유로 이 같은 도축과 가공시설을 한 장소에 두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축산물처리협회 관계자는 <중앙뉴스>와의 통화에서 “육류 신선도 유지와 및 비용절감 측면에서 도축과 가공시설을 같은 장소에 두는 경우가 많다”며 “지난 2015년 “한전 역시 2015년 특례할인 적용 직전 시행한 현장 실사에서 적합 시설로 판정했다”고 말했다.

도축업계 “한전 갑질에 농가 피해” 법적 조치 예고

도축업계는 한전의 이번 조치가 축산농가에 적지 않은 부담을 줄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특히 이번 조치가 농가에 ‘연쇄 타격’을 줄 수 있다는 게 도축업계 주장이다. 축산물처리협회에 따르면, 소ㆍ돼지 도축수수료 중 도축장 전기요금 인하분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1.05%다. 돼지 1마리당 약 200원(도축수수료 2만원 기준) 수준이다.

축산물처리협회 관계자는 “한전의 추징이 확정된다면 도축 수수료 상승에 영향이 있을 것”이라며 “여·야·정 합의에 따라 전기요금 할인액만큼 낮춘 도축 수수료를 정상화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한전 측은 “170여개 도축장 중 할인액을 반환 청구한 곳은 8곳뿐”이라며 “나머지는 도축시설만 있거나, 가공시설이 있어도 도축장의 10%를 넘어서지 않는 곳이라 이번 조치와 무관하다”고 반박했다.

한편 도축업계는 여야정 협의를 준수해 도축장 할인을 적용해줄 것을 강력하게 요구하는 한편 일방적인 한전의 주장에는 강경하게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미 할인금액에 따른 도축세 인하로 농가에 환원된 부분에 대해서 부당하게 추징금 납부를 요구하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 농협 4대 공판장을 관리하고 있는 농협안심축산분사를 중심으로 강경하게 대응하겠다는 방침이다.

축산물처리협회 관계자는 “농협측에선 법적 절차를 밟을 구체적인 계획을 가지고 있다”며 “축산물협회 쪽도 내부 회의를 통해 방침을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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