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순성 시니어패션모델을 찾아서

84세의 나이로 시니어패션모델에 진출한 이순성 할머니 (사진=신현지 기자)
84세의 나이로 시니어패션모델에 진출한 이순성씨 (사진=신현지 기자)

[중앙뉴스=신현지 기자] 올해로 임시정부수립 100주년을 맞는다. 이에 오는 8월 10일 반포한강공원 세빛섬에서 열릴 임시정부100주년 기념 ‘서울스토리패션쇼’가 어느 때보다 주목이 되고 있다. 특히 이번 무대에서는 그간 대한민국을 성장시켜온 시니어모델들이 대거 참여할 예정이라 그 관심은 뜨겁기만 하다. 

84세의 시니어패션모델 이순성씨 장안의 화제

그 중 84세의 나이로 시니어모델에 발탁이 된 이순성(37년생)시니어모델이 장안의 화제다. 더욱이 아메리칸드림을 꿈꾸며 고국을 떠난 지 어언 40년이 흐른 지금, 고국의 패션모델시장에 당당히 도전장을 던졌으니... 그러고 보면 인생은 60부터라는 말이 이제는 식상한 옛말이 되어버렸다는 것에 공감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아니, 이제 인생은 80부터라고 해야 그나마 어색하지 않겠다는 생각이다.

어쨌거나 그간 눈설고 낯선 먼 이국땅에서 3남매를 훌륭히 키워내고 이제는 자신의 꿈을 펼치기 위해 20년 만의 서울나들이에 나선 이순성씨를 본지가 만나보기로 했다.

8월의 무더위를 피해 본지와 마주앉은 이순성 시니어모델,  정말 80대로는 믿기지 않게 세련된 이미지였다. 군살 없는 매끈한 몸매와 조금도 흐트러지지 않은 꼿꼿한 자세, 거기에 우아한 걸음걸이.

(사진=이순성 제공)
(사진=이순성 제공)

특히 젊은이들도 소화하기 힘든 유니크한 차림새는 주위 노년층에서 쉽게 찾아볼 수 없는 특별함이라 연신 주위에서도 그에게 시선을 떼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조금은 차가워 보이는 표정 역시 모델로서 코칭 된 그것처럼 부담스럽지 않고 간결했다. 아마도 이 같은 이미지에 84세 나이에도 패션모델로 발탁될 수 있었던 모양이었다. 그의 이야기를 들어보기로 했다.

TV를 통해서 알게 된 ‘서울스토리패션쇼’...“우리 고모가 바로 시니어모델에 적격” 

“작년에 우리 조카가 우연히 TV를 보다가 이번 '서울스토리패션쇼'를 주최하는 황현모 감독님께 전화를 한 모양이에요. 그러니까 그것이 계기가 되어 시니어모델에 발탁이 된 거지요. 기쁘면서도 한편으로는 떨려요. 또 나를 위해 애써준 조카가 고맙고요. 평소 조카는 내가 가진 꿈을 잘 알고 있었던 모양이에요. 아니, 우린 서로를 너무 잘 알아요.”  

20년 만에 서울나들이가 아직은 서투른 듯 이날도 조카와 함께 자리한 이순성씨는 연신 웃음을 조카에게 보내며 말의 구원을 요청하는 눈빛이었다. 그 눈빛에 결국은 조카가 나서 설명을 곁들이는 자세였다. 

79년 아메리칸드림을 안고 미국으로... 평생 간직한 꿈 ‘서울스토리패션쇼’에서

“고모 세대는 어느 세대 보다 열심히 사셨겠지만 우리 고모는 그들보다 더 열심히 억척스럽게 사셨어요. 79년에 아메리칸드림을 안고 미국으로 이민을 가신지 얼마 되지 않아 고모부가 세상을 떠나시고 혼자서 삼남매를 키워내셨으니 그 고충은 굳이 설명이 필요 없을 듯싶어요.

(사진=이순성 제공)
(사진=이순성 제공)

더구나 미국에 건너가 처음 시작했던 햄버거사업이 여러 우여곡절 끝에 결국엔 문을 닫아야 했으니 그 좌절감 역시도 엄청나지 않았나 싶어요. 그렇지만 고모는 강단 있는 분이라 그 실패를 딛고 캘리포니아 주 산호세로 가 그쪽 호수근처에서 임대사업을 70대 후반까지 하셨어요.

그러면서 삼남매를 의사, 약사, 기업인으로 훌륭하게 키워내시며 이민1세 기업인으로 자리를 잡으셨으니 이번 서울스토리패션쇼의 주제와는 적격이라는 생각이 들었던 거지요. 물론 평소 고모의 꿈을 잘 알고 있었기에 ‘서울스토리패션쇼’ 시니어모델 모집에 눈이 반짝 떠진 거고요.“

84세 그건 숫자일 뿐, 시니어패션모델에 어려울 건 아무것도 없어

젊은 사람들도 힘들다고 하는 패션모델에 84세의 고모가 어렵지 않겠냐는 질문에는 그녀는 단박에 고개를 흔들어 보이기까지 하며 문제 없다는 답이었다. 

“보시다시피 고모는 80대의 나이와는 상관없이 밝고 건강하세요. 이 모습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진 게 아니에요. 젊어서부터 매일 운동하시고 독서하시고, 특히 성경을 탐독하시면서 생각을 정리하시는 분이라 성격이 매우 긍정적이세요. 매사 에너지가 넘치시고요. 또 평생 간직했던 꿈이 이루어지는데 그 에너지가 얼마나 크시겠어요. 충분히 잘 하시리라 생각해요.”

소싯적 꿈 연예인...예쁘다는 소리 많이 들어

여기에 이순성씨도 소녀처럼 홍조 띤 미소로 적극적인 반응이었다. “소싯적 꿈이 연예인이 되는 거였어요. 예쁘다는 소리도 많이 들었고요. 그때문이지 이 나이를 먹도록 그 꿈을 버리지를 못하겠더라고요. 우습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그런데 정말 그 꿈이 이루어졌어요. 처음 우리 조카가 황 감독님과 통화를 했다는 소리를 들었을 때 그냥 기분이 막연했어요. 오르지 못하는 달을 올려다보듯 그렇게 막연하게. 설마 내가 그 달에 오르리라고는 생각도 못한 거지요. 그런데 정말 꿈이 이루어졌어요. 그러니 제가 어려울 게 뭐가 있겠어요.”
 

(사진=이순성 제공)
(사진=이순성 제공)

앞으로 계획... 기회 주어진다면 모델로서 다양한 활동하고파 

이처럼 기쁨을 감추지 못하는 이순성씨, 앞으로의 계획을 묻자 그는 이번 무대를 계기로 제2의 인생이모작에 거는 기대가 자못 크다며 벌써부터 온몸에 에너지 넘치는 환한 모습이었다. 

“이번 패션쇼를 계기로 무대에 설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시니어패션모델로서 다양한 활동을 하고 싶어요. 그리고 그동안 사느라 자신을 잊고 산 우리 시니어세대들을 위해 봉사도 하고 싶고요.

정말 우리는 누구나 할 것 없이 힘겹게 여기까지 달려왔잖아요. 서울이 이만큼 발전하고 강인해질 수 있었던 것도 다 우리 시니어들 덕분이 아닌가 싶어요. 그래서 이 자리를 통해 꼭 말해두고 싶어요. 늙었다고 포기하지 말고 지금이라도 자신의 꿈을 위해 도전해보라고요. 84세인 나도 꿈을 이루는 걸 보시면 아시잖아요. 간절히 원하고 두드리면 그 문은 열린다고 생각해요.”

마지막으로 이번 서울스토리패션쇼런웨이와 관련하여 가장 생각나는 사람을 물으니 환한 웃음이 사라지며 잠시 머뭇거리는 표정이었다. 여기에 경희씨가 그 답을 대신했다.

“아마도 고모는 막내아들이 가장 생각나실 것 같아요. 9년 전 막내아들이 아프가니스탄 선교사로 활동하다가 그만 세상을 떠났거든요. 그런 아픔을 고모는 신앙으로 버텨내시고 여기까지 달려오셨어요.”라고. 

이에 본지는 84세에 끝내 꿈을 이루어낸 이순성 시니어패션모델의 행보가 궁금해졌다. 한국의 패션모델시장에 그가 어떤 방향을 일으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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