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 하고 싶지? 빚 대신 갚아”…한국 한국휴렉팩커드, 영세 업체에 갑질
“계약 하고 싶지? 빚 대신 갚아”…한국 한국휴렉팩커드, 영세 업체에 갑질
  • 우정호 기자
  • 승인 2019.08.12 14: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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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한국휴렛팩커드(유)가 수급사업자에 하도급대금 대납 요구한 행위에 시정명령·과징금 부과
(로고=한국휴렛팩커드)
(로고=한국휴렛팩커드)

[중앙뉴스=우정호 기자] 노트북, 프린터 제품으로 유명한 한국휴렛팩커드(유)가 영세 중소업체에 추후 계약 체결을 빌미로 하도급 대금 대신 갚을 것을 강요하다 공정위로 부터 벌금을 부과받게 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자신이 지급해야 할 하도급대금을 해당 거래와 무관한 수급사업자에게 대신 지급하도록 요구한 한국휴렛팩커드(유)에 시정명령과 과징금 2억 1,600만 원 부과를 결정했다.

한국휴렉팩커드(유)는 컴퓨터·소프트웨어 도소매업, 소프트웨어 개발 및 공급업 등을 영위하는 다국적 기업의 한국법인이다.

한국휴렉팩커드(유)는 2011년 말 ‘KT Open Platform 구축 프로젝트’(이하 ‘KT 용역’이라 함)를 수주한 후, 총 11개 수급사업자에게 서비스, 인프라 구축 등 부문별로 나누어 위탁했다.

이 때, 8개 수급사업자와는 서면으로 하도급계약을 체결하였으나, 3개 수급사업자(A,B,C)에게는 서면을 발급하지 않고 업무를 위탁한 후, 이들이 2012년 12월 위탁 업무를 완료했음에도 하도급대금을 즉시 지급하지 않았다.

3개 수급사업자의 업무와 하도급 대금은 다음과 같다. ▲A : 데이터 등을 설계하는 전사적 아키텍처(Enterprise Architecture), 하도급 대금 3억1,460만 원 ▲B : 용역을 총괄하는 프로젝트 매니저(PM) 하도급 대금 2억2,440만 원 ▲C : 서비스팀을 총괄하는 프로젝트 리더(PL) 하도급 대금 1억1,000만 원.

(자료=공정위)
(자료=공정위)

한국휴렉팩커드(유)는 2013년 11월 수급사업자 E로 하여금 향후 진행될 사업 관련 계약 체결을 빌미로 자신이 수급사업자 A에게 지급할 KT 용역 하도급대금을 대신 지급하도록 요구했다.

수급사업자 E는 설립 2년차인 중소사업자로 한국휴렉팩커드(유)와 이미 여러 건의 거래를 진행했으며, 당시에는 새로운 프로젝트 관련 계약을 체결하고자 한국휴렉팩커드(유)와 협의 중이었다.

이에 수급사업자 E는 한국휴렉팩커드(유)가 지시한 조건에 따라 수급사업자 A와 계약을 체결하고, 수급사업자 A에게 10개월 동안 총 3억 1,460만 원을 지급했다.

한국휴렉팩커드(유)는 수급사업자 A와 체결할 계약명, 대금 지급 방식(10개월 분할 지급) 등을 구체적으로 지시했다.

또한, 한국휴렉팩커드(유)는 2014년 10월 수급사업자 E로 하여금 수급사업자 D에게 5,500만 원을 지급하도록 요구했다.

한국휴렉팩커드(유)는 이미 또 다른 수급사업자인 D로 하여금 자신이 수급사업자 B, C에게 지급할 KT용역 하도급대금 3억 3,440만 원을 대신 지급했고, 수급사업자 D가 위 금액반환을 요청하자 일부를 수급사업자 E에게 지급하도록 요구했다.

이에 수급사업자 E는 한국휴렉팩커드(유)가 지시한 조건대로 수급사업자 D와 계약을 체결한 후, 5,500만 원을 지급했다.

한편 한국휴렉팩커드(유)는 170개 이상의 국가에서 IT 관련 판매업을 영위하는 글로벌 기업의 한국법인으로, 다수 기업으로부터 IT 관련 프로젝트를 수주하여 사업을 영위하는 반면, 수급사업자 E와 같은 중소업체는 대규모 IT 업체가 수주한 사업 중 일부를 하도급 받아서 사업을 영위한다.

결국 이 건은 한국휴렉팩커드(유)의 요구에 따르지 않을 경우 향후 주요 거래처를 잃을 것을 우려한 수급사업자에게 한국휴렉팩커드(유) 자신이 부담해야 하는 하도급대금을 대신 지급하도록 요구한 것이다.

이러한 한국휴렛팩커드(유)의 행위는 정당한 사유 없이 자신을 위해 경제적 이익을 제공하도록 요구한 것으로 인정된다.

공정위는 수급사업자 E가 한국휴렉팩커드(유)를 대신해 지급한 3억 6,950만원을 수급사업자 E에게 반환하고, 향후 재발 방지하도록 시정명령과 과징금 2억 1,600만원을 부과하기로 했다.

이번 조치는 IT 서비스 분야에서 원사업자가 영세한 중소업체에게 장래 하도급계약 체결을 빌미로 경제적 부담을 지운 행위를 제재한 첫 사례라는 점에서 의의가 있으며, 향후 유사 사례 재발 방지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공정위 관계자는 “앞으로도 IT 서비스 분야에서 계약체결 전에 업무를 위탁하는 행위 등 불공정 행위를 지속적으로 점검·제재해 공정한 하도급 거래 질서가 정착되도록 노력할 계획이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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