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뉴스=윤장섭 기자]북한이 16일 문재인 대통령의 광복절 경축사를 강도 높게 비난했다.

북한의 대남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가 문 대통령의 광복절 경축사를 비난하는 담화를 발표하면서 "우리는 남조선(한국)과 더이상 할 말도 없고 다시 마주 앉을 생각도 없다"고 일침을 놨다. 조평통은 '한미연합훈련'이 끝나도 대화는 기대하지 말라며 남측과는 더이상 자리를 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북한이 문 대통령의 연설문에서 지적하는 것은 합동군사연습이 끝난 다음 북한과 대화국면이 마련 될 것이라는 것과 한미연합훈련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국방부가 발표한 국방 중,장기계획이 북한을 괴멸시키려는 데 목적이 있다고 주장했다. 한미 군사훈련을 하면서 평화 경제를 이야기 하는 것은 자신들을 우롱하는 처사라고 적었다.

조평통은 판문점 선언도 언급했다.  "역사적인 판문점 선언 이행이 교착상태에 빠지고 北,南대화의 동력이 상실된 것은 전적으로 남조선 당국자의 책임이 크다는 것을 특별히 강조했다. 그러면서 모든 결과는 자업자득이라고 했다.

북한 당국이 우리 대통령의 경축사가 나온 지 채 하루도 되지 않은 시점에 이처럼 강도 높은 비난 담화를 내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앞 서 문 대통령은 광복절 74주년 기념식에서 그동안 한국과 미국, 북한이 대화국면을 지속한 점, "최근 북한의 몇 차례 미사일 발사로 우려스러운 상황을 만들었음에도 북한과의 대화 분위기가 흔들리지 않는 것은 우리 정부가 추진해온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의 큰 성과"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 "북한의 도발 한 번에 한반도가 요동치던 그 이전의 상황과 분명하게 달라졌다"고 평했다.

북한당국의 불만에 가까운 비난은 한미합동 군사훈련을 표면적으로 겨냥한 듯 보이지만 사실은 문 대통령이 통일과 평화경제 등을 언급하면서, 한미 군사 훈련에 대한 설명이나,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재개 의지 등 북한당국이 기대한 내용이 담기지 않은 데 대한 실망감의 표시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통일부는 북한의 이런 언행이 남북 정상 간 합의 정신에 부합하지 않을 뿐 아니라 남북관계 발전에도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대화의 장에서 서로의 입장을 조율할 수 있다며 지금이라도 우리의 대화 노력에 호응하라고 촉구했다.

한편 조평통 대변인 담화는 북한이 북미 간 협상이 궤도에 오르기 전까지 남북대화를 뒷순위에 두겠다는 기조를 재확인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날 발표한 조평통 담화는 북한 주민이 접하는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나 조선중앙방송 등 대내용 매체에는 보도하지 않았다. 향후 북미대화 추이에 따른 남북관계 진전과 대남 정책 전환 등을 고려해 현재의 대남 비난을 주민들에게 공개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 11일 외무성 '대남 비난' 담화 때도 조평통은 주민들에게 알리지 않았다.

(사진출처=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