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주인공인척 하지 마세요, 당신은 "엑스트라"니까요

 

연극 "엑스트라"는 영화인이 아니면서도 영화에 없어서는 안 되는 집단이다.
연극 "엑스트라"는 영화인이 아니면서도 영화에 없어서는 안 되는 집단이다.

[중앙뉴스=윤장섭 기자]연극 "엑스트라"는 영화인이 아니면서도 영화에 없어서는 안 되는 집단인 엑스트라의 어제와 오늘을 조명한다.

"엑스트라"는 윤백남의 <월하의 맹서>를 시작으로 한 대한민국 영화사에서 영화가 존재하는 한 없어서는 안될 극중의 중요한 요소다.

'유지형'은 이 시대 충무로를 대표하는 시나리오 전문작가로 유명하다. 현존하는 시나리오 작가 중에 제일 많은 작품이 영화화 된 작가이기도 하다. 충무로 영화계의 신화인 고 이만희 감독의 조감독으로 영화계에 입문한 그는 우리 영화계의 산 역사이고 그의 인생자체가 영화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의 첫 희곡인 "엑스트라"는 그가 함께 호흡하며 살아온 영화계 내면의 이야기를 극화한 것이다. 그는 영화의 필수요소인 "엑스트라"의 희노애락을 누구보다 확실하게 지켜본 작가다. 연극적 구성이나 전개는 그가 평소에 꾸미던 작업과는 다르다. 그러나, 특유의 언어미학적인 대화술과 능란한 드라마투르기로 엮어낸 작품인 "엑스트라"에는 그의 영화적 삶과 영화인들의 애환이 그대로 녹아있다.

연극 "엑스트라" 연출은 영화인이며 연극인인 주호성 씨가 맡아 선 굵은 연극을 만들어 냈다. 여배우는 노련한 배우 고혜란씨가, 남자배우는 원숙한 연기력의 소유자 권혁풍이 맡았다.  2인극인 엑스트라에 출연하는 두 배우는 모두 일인 다역으로 열연한다.

문학성과 연극성을 동시에 지닌 연극 "엑스트라"는 시나리오 작가 유지형의 신작 희곡으로 결코 놓칠 수 없는 공연으로 팬들의 기대가 어느때보다 높다.

극단 ‘원’의 창단 공연인 연극 "엑스트라"는 '사단법인 한국영화인원로회','한국영화인총연합회','한국영화배우협회'가 후원한다. 

연극 "엑스트라"는 오는 9월6(금)부터 대학로 소극장 “후암스테이지1관”에서 첫 공연을 시작으로 9월 22까지(일)까지 3주 동안 공연된다.

▲시놉시스(synopsis)

우연한 기회에 고향 물방앗간에서 단역으로 첫 영화출연을 하게 된 주인공은 영화배우가 되기 위하여 무작정 상경한다. 우리나라 영화의 본고장인 충무로를 배회하며 온갖 오디션에 참여하며 배회하던 중 오로지 영화배우가 되겠다는 일념 때문에 은행강도 까지 하게 되고 때 아닌 옥고를 치룬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영화배우 지망생이었던 그는 어느 날, 한 번도 거들떠보지 않았던 엑스트라 무리를 발견하게 된다. 그것은 그에게 있어서 대발견이었다. 영화인이 아니면서도 영화 속에 살고 있었던 그 엑스트라들은, 이리 오라면 오고, 저리 가라면 가고, 서라면 서고, 앉으라면 앉고, 행인이 되고, 관중이 되고, 포졸이 되고, 민중이 되고, 피난민이 되는 것이다.

우리의 주인공은 흔쾌히 그들 무리 속에 끼어들어 소망하던 영화로 삶을 살게 된다. 영화로 인해서 결혼하게 된 주인공은, 아들은 아역, 아내는 유명배우의 대역배우로 승승장구하며 행복한 삶을 누리게 된다. 그러나 그들의 삶이 행복하지만은 않았다.

▲제작의도

영화나 연극에는 많은 사람들이 존재한다. 연출가, 작가, 카메라, 조명, 음향 등 스탭들이 카메라 뒤 혹은 무대 뒤에서 땀을 흘리고, 많은 배우들이 카메라 앞에서 그리고 무대 위에서 땀을 흘린다. 그 중심에는 영상과 무대를 빛내주는 주인공이 있다.

많은 관객들이 주인공의 연기를 통해 감동받고 많은 배우들이 주인공을 바라보며 꿈을 키운다. 하지만 그 주인공들은 극이 아닌 삶의 현장에서도 주인공처럼 살아갈 수 있을까?

여기 재미있는 집단이 있다. 일명 “트라”라고 불리는 엑스트라 집단이다. 그들은 이름도 빛도 박수도 얻지 못하지만, 스스로 자부심을 가지고 살아간다. 주인공도 아닌 단역도 아닌 그때그때 주어진 자신의 역할에 충실하며 살아간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우리네 삶은 화려한 관심 속 주인공보다 엑스트라의 삶이 가깝지 않을까? 여기서 치이고, 저기서 뺨맞고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꿋꿋하게 살아가는 인생. 영화 속 존재하지만 잘 보이지 않는 수많은 엑스트라들. 동시대를 같이 살아가지만 보이지 않는 많은 엑스트라들. 주인공이 아닌 스쳐지나가는 모든 엑스트라들에게 박수를 보내며 그들의 삶. 즉 주인공이 아닌 우리 모두의 삶에 희망이 되길 바란다.

주호성 연출가와 배우 권혁풍, 고혜란은 모두 영화배우이다.

▲주호성 연출이 바라본 "엑스트라"

영화와는 오랜 인연이 있다. 직접 충무로 영화를 대한 것은 녹음실에서였다. 우리 영화가 애프터 레코딩을 하던 시절에 다른 연기자들의 입을 맞추어 녹음을 하는 성우로 영화를 만난 것이다. 밤을 새워가며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영화에 목소리를 담았다.

고(故) 김희갑 선생님에서부터 남포동, 김성찬, 김추련... 이름을 헤아릴 수도 없이 많다. 합작 전성기엔 홍금보, 성룡의 목소리도 넣었다. 코미디언 고 이주일씨의 십여 편 영화중에서 열한편이 내 목소리였다.

7,80년대의 감독들 중에 함께 작업하지 않은 감독이 없다. 영화배우들과도 가까웠다. 한번 목소리를 넣어준 배우는 남다른 친분도 생겼다. “야! 새 영화 찍었는데 내 목소리 꼭 니가 넣어주라” 부탁하는 배우들도 있었더랬다. 유명 감독들도 편집이 끝나면 제일 먼저 시사하게 되는 직업상의 특성 때문에 내게 영화의 평가를 듣기 원했다.

워낙 많은 영화를 작업하다보니 안목도 생겼고, 편집의 조언도 하곤 해서 감독들과 친분도 생겼다. 그러다보니 그들과 함께하는 술자리도 잦았다. 그러나, 당시에 나는 그렇게 영화로 먹고살고 영화인들과도 친분이 있었지만, 스스로를 영화인이라고 생각해본 적이 없었고 영화인들에게도 그냥 나는 영화의 후반작업을 해주는 ‘성우’였다.

그렇게 십오륙년을 지내다가 친한 감독들의 부탁으로 이런 저런 영화에 출연하다가 나중에는 감독도 하게 되어 감독협회에 가입도 하고 본격 영화인이 되었다. 감독을 하면서 나는 비로소 엑스트라를 눈여겨보기 시작했다.

녹음실에서 그들은 그냥 “와글와글” 소리를 넣어주어야 하는 대상이었지만, 촬영현장에서 본 그들은 달랐다. 그들 중에는 제법 연기력이 있는 친구들도 많았다.
 
그러나 누구도 그들을 영화인이라 부르지는 않았다. 그저 “트라” 혹은 엑스트라 조합에서 나왔다고 “조합”이라 불렀다. 목소리 연기를 담당하면서도 영화인이라 여기지 않았던 내 지난날처럼 영화인이 아니면서 ‘영화를 하는 사람들’ 그러나, 그들은 영화 속에 살고 있는 영화인임에 틀림없다.

얼마 전, 시나리오 작가 유지형 형께서 희곡 하나를 썼다면서 보내왔다. “나는 연극을 잘 모르지만 희곡이라고 하나 썼수, 읽어봐 주슈 했다". 읽어보니 재미있었다. 바로 영화인 "엑스트라" 이야기였고 공연하고 싶었고 관객과 공감하고 싶었다.

모노드라마 형식의 2인극 이었고, 희비극 형태의 구성이다. 열심히 만들어 관객들과 공감을 나누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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