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자원 블랙홀, 파장과 시사점

1. 문제제기

지난 6월 24일 중국의 시노펙(석유화공유한공사)은 우리나라의 한국석유공사를 제치고 스위스의 석유·가스 탐사업체인 아닥스를 중국의 해외 기업 인수 사상 최고액인 72억 4천만 달러에 인수하였다. 이처럼 중국은 최근 수년간 해외 자원을 확보해 왔으며, 특히 2008년 9월 자원 가격의 폭락 이후 더욱 적극적으로 자원 확보를 위해 노력 중이다.

이에 본 보고서는 세계의 ‘자원 블랙홀’이라 일컫는 중국의 자원 확보 현황과 배경에 대하여 살펴보았다. 나아가 중국의 자원 확보 전략이 한국 경제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을 예상해 보고 이에 대한 대응 방안을 모색해 보았다.

2. 중국의 자원 확보 현황 및 배경

(자원 확보 현황) 중국은 2009년 들어 더욱 적극적으로 해외 자원 확보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글로벌 경기 침체로 세계 인수합병 거래가 위축되었음에도 2009년 1분기 중국의 해외 인수합병 거래액은 150억 달러에 달했고, 이 가운데 98.8%를 에너지, 광산, 유틸리티 산업의 인수합병이 차지하고 있다.

중국 자원 확보의 전략적 목표는 지역·수송 경로의 다각화라고 할 수 있다. 중동, 호주, 브라질 등 전통적 공급원을 강화하는 동시에 이란, 베네수엘라, 아프리카 등 정치적 틈새지역의 자원을 선점하는 지역적 다각화와 러시아, 중앙아시아 등 육상 수송이 가능한 국가의 자원을 확보하는 수송 경로의 다각화가 전략의 핵심이다.

한편 자원 확보의 유형은 일반적 유형과 차관 외교의 유형으로 나누어진다. 자원 개발 회사나 개발권의 지분 인수, 장기 공급 계약이 자원 확보의 일반 유형이라면, 저개발국가와 신흥공업국가에 차관 제공을 조건으로 자원을 확보하는 차관 외교는 현재 중국만이 가능한 특징적인 유형으로 볼 수 있다.

(자원 확보 배경) 중국의 자원 확보 노력은 빠른 경제 성장과 공업화에 따른 자원 소비의 지속적인 증가에서 기인한다. 세계 최대의 자원소비국인 중국은 세계 석유 소비의 9.5%, 석탄 소비의 42.6%, 철광석 소비의 57.7%를 차지하고 있다. 또한 자원 소비의 빠른 증가가 예상되는 신흥공업국으로서 IEA가 예측한 2030년 중국의 자원 소비량은 세계 액체 연료 소비량의 14.0%, 천연가스 소비량의 4.1%에 이른다. 이에 더해 중국은 자원의 공급 리스크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석유(57.8%), 철광석(51.8%) 등 소비 대비 수입 비중이 높은 일부 자원은 주요국의 수입 의존도(상위 3개국 수입 의존도: 석유 74.6%, 철광석 84,3%) 역시 높은 수준으로 안정적인 자원 공급의 잠재적 위협이 되고 있다.

3. 중국의 자원 확보 전략의 영향

첫째, 중국의 자원 확보 전략으로 세계적인 원자재 수급 악화가 불가피하다. 중국의 제조업 중심의 빠른 경제 성장은 중국이 자원의 블랙홀로서 세계 각국의 원자재 수급을 악화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 특히, 자원의 자주 개발률이 낮은 우리나라(2008년 기준 에너지 5.7%, 전략광물 23.1%)는 보다 많은 자원 확보가 필요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중국의 전방위적인 자원 확보 전략은 우리나라의 원자재 조달에 어려움을 가중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둘째, 중국의 원자재 확보 전략에 의한 국제 원자재 가격 급등이 우려된다. 2000년 중국의 원유 수입량이 전년 대비 92%까지 대폭 증가했을 당시, 두바이유의 가격은 전년 대비 52% 상승한 바 있다. 또한 2009년 중국이 구리 수입에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자 7월의 구리 가격은 전년 말 대비 63%까지 급등하고 있다.

IMF에서 발표한 신흥 공업국의 원자재 가격 내성도(수치가 낮을수록 가격 상승 시 경제에 악영향을 미침)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0.2로 주요 경쟁국(브라질 1.8, 러시아 4.1, 인도 0.5, 중국 0.3)보다 가격 변화에 민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뿐만 아니라 2008년에는 0.12까지 하락하는 등 내성도가 지속적으로 악화되고 있다. 따라서 중국의 원자재 확보 전략에 의한 가격 급등으로 우리나라의 경제적 비용이 급증할 가능성이 높다.

셋째, 중국의 특정 자원을 이용한 자원 무기화도 가능하다. 중국은 2004년에는 철광석 수출을 제한을 한 바 있으며, 2008년부터는 희토의 수출 제한 주장 등 자원 공급권과 관련 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자원 무기화를 시도하고 있다. 중국의 자원 확보가 사실상 국유화의 형태라는 점, 대대적인 자원 비축 시설의 증축, 자원 공급권과 가격 결정권의 강화 등의 움직임은 특정 자원을 이용한 무기화 우려를 커지게 하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는 반도체, 첨단전자제품에 반드시 필요한 희토의 중국 의존도가 98%에 달해 무기화가 현실화될 경우 관련 산업에 매우 큰 타격이 예상된다.

4. 정책적 시사점

첫째, 자원 공급의 지역적 다각화를 위한 적극적인 자원 외교가 필요하다. 우리나라의 자원 공급은 일부 국가 및 지역에 편중되어 국제 정세의 변화에 따른 공급 리스크가 크다는 취약점이 있다. 이에 대한 장기적 방안으로 자원 공급원의 지역적 다각화가 요구된다. 아프리카, 중남미 등 자원 부국이자 저개발 국가에 ODA를 제공하거나 상대적으로 우수한 IT, 건설과 같은 SOC 투자를 하고 자원과 교환할 수 있는 적극적인 자원 외교가 필요하다.

둘째, 국제 경쟁력을 갖춘 대형 자원 개발회사를 육성해야 한다. 자원 개발은 장기간 대규모의 투자가 필요한 분야로 많은 자본과 자금 조달 능력이 요구된다. 최근 중국의 대규모 자본을 앞세운 해외 자원 확보에서 알 수 있듯이 향후의 자원 확보 및 개발 경쟁을 위해서는 대형 자원 개발회사의 육성이 필요하다. 또한 국가 자본을 보다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자원 개발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자원 확보에 대한 국가적 차원의 대응을 고려해야 한다.

셋째, 국제 원자재 시장을 이용한 탄력적인 자원 확보 노력이 요구된다. 유전 및 광산 개발을 통한 자원 확보는 성공 가능성이 낮고, 자원의 실제 공급까지 장기간을 요구한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이러한 형태의 자원 확보는 바람직하나 자원의 수요와 공급의 단기적 변화에 대응하는 것에는 한계를 지닌다. 따라서 국제 파생상품 시장을 이용한 탄력적인 자원 확보가 가능하도록 관련 인력의 양성과 능력 계발이 요구된다.

넷째, 한·중 간 공동 국제 자원 개발 협력을 시도해 볼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와 중국은 보다 많은 자원 소비가 예상되는 동시에 전략 자원이 유사하여 양국의 자원 확보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중국과의 자원 확보 경쟁에서 불리한 위치에 있는 것은 사실이나 중국 역시 적극적인 자원 확보 전략에 대한 국제적인 견제가 강해지면서 한계에 부딪힐 것으로 예상된다. 이를 이용한 양국 공동의 자원 확보 전략을 고려해 볼 수 있다.

다섯째, 한·중 간 자원 스와프를 이용하여 중국의 자원 무기화를 방지해야 한다. 현재 중국은 주요 자원의 순수입국이자 세계적인 생산 대국으로 종류에 따라 상당량의 잉여 자원이 발생하고 있으며, 우리나라 역시 향후의 자원 확보 전략에 따라 잉여 자원의 발생이 가능하다. 이 때 양국의 잉여자원 교환과 같은 자원 문제에 대한 공동 대응은 자원 무기화를 미연에 방지하는 동시에 자원 확보의 새로운 형태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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