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 前 대통령, 건강 악화 속 '사죄의 뜻' 가족에게 밝혀

 

노태우 전 대통령의 장남인 재헌(54)씨가 지난 23일 광주 국립 5·18민주묘지를 찾아 희생자 영령에게 참배했다.
노태우 전 대통령의 장남인 재헌(54)씨가 지난 23일 광주 국립 5·18민주묘지를 찾아 희생자 영령에게 참배했다.

[중앙뉴스=윤장섭 기자]5·18의 가해자인 두 전직 대통령의 아들 중, 노태우 전 대통령의 장남인 재헌(54)씨가 지난 23일 광주 국립 5·18민주묘지를 찾아 희생자 영령에게 참배했다. 전두환·노태우 두 전직 대통령의 가족 가운데 광주를 찾아 희생자 영령에게 사죄한 사람은 노태우 전 대통령의 아들(장남)인 재헌 씨가 처음이다.

재헌씨는 '삼가 옷깃을 여미며 5·18광주민주화운동 희생자분들의 영령의 명복을 빕니다'라는 글을 방명록에 적고 머리숙여 희생자와 유족에게 사죄했다.
 
27일 5·18민주묘지 관리소는 노태우 전 대통령의 아들인 재헌씨가 지난 23일 오전 11시경 광주 북구 운정동 묘지를 찾아 1시간가량 참배했다고 밝혔다. 관리소는 재헌씨가 23일 방문 2시간 전에 전화로 찾아가겠다는 의사를 전했고 일행 4명이 동행했다고 설명했다.

현장에 도착한 재헌씨는 '민주의 문'에서 방명록을 작성하고 참배단으로 이동해 헌화와 분향을 했다. 방명록에는 "진심으로 희생자와 유족분들께 사죄드리며 광주 5·18민주화운동의 정신을 가슴 깊이 새기겠습니다"라고 적었다.

이어 추모탑 뒤편 열사 묘역에서 항쟁 희생자를 참배한 재헌씨는 지난 1997년 5·18민주묘지가 조성되기 전 희생자들이 안장됐던 망월동 옛 묘역도 들른 것으로 전해졌다. 재헌 씨는 이날 1시간 30분 정도 오월 영령들을 참배했다.

재헌씨의 이번 5·18묘지 참배는 노 전 대통령 뜻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재현씨는 "아버지의 건강이 좋지 않다며 아버지가 살아계실 때 저라도 대신해 광주에 와서 아버지의 의중을 담아 5·18 영령들에게 사죄하고 싶었습니다."고 했다. 이는 생을 얼마 남겨두지 않은 노 전 대통령의 뜻을 재헌씨가 전달한 것,

올해 86세인 노태우 전 대통령은 암·폐렴 등 잇단 투병 생활을 하다 현재는 연희동 자택에서 요양 중으로 최근들어 건강 상태가 급격히 나빠져 거동은 물론 대화도 힘든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노 전 대통령은 투병생활 중에도 재헌 씨와 가족들에게 "5·18 영령들에게 사죄해야 한다", "5·18민주묘지에 참배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노 전 대통령이 살아 생전 자신의 잘못에 대해 뉘우치고 정리하고자 하는 의지가 적극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한편 노태우 전 대통령은 지난 1996년 전두환 전 대통령과 함께 12·12 군사반란과 5·18 당시 내란 등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사진출처=국립 5·18민주묘지관리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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