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인 전 경기대 교수 / 소설가
이재인 전 경기대 교수 / 소설가

[중앙뉴스=이재인] 내가 사는 곳이 시골이라고 말하면 도시사람들은 부러운 눈으로 바라본다. 대학에서 정년퇴직한 문학교수가 직접농사를 짓는다는 것은 어쩜 낭만적으로 보이거나 휴먼하게 들리는 이미지 때문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나는 농업을 하지 않는다. 소량의 밭뙈기나 논마지기로 식량을 감당할 정도의 텃밭가꿈이다. 지금 우리 농촌의 현실에 농업이란 대량의 농기구를 마련해야만 수지 타산을 셈할 수가 있다. 

일테면 트랙터, 경운기, 이앙기 등  고가의 중장비를 구입해야 논밭의 소출을 기대하게 된다. 이런 중장비를 마련하기 위해서는 영농자금과 농기계 살 경비를 농협으로부터 저리라 하더라도 대출을 받아야 하는 형편이다. 

그런 절차가 없이 옛날처럼 괭이나 삽, 가래를 들고 농사를 짓는 시대가 아니다. 그러니 대농을 경작해야만 채산성이 성립되는데 현대 농촌에는 젊은 영농인이 아주 극소수이다. 그러니 노인 농부가 농기계를 가진 사람한테 일당을 주고 사람을 사서 농사를 짓게 된다.  

그것도 노인으로서 경제적 부담이 되어가고 있는 현실이다. 그러니 농촌은 앞으로 커다란 변화가 없는한 미래는 그리 밝지 않다. 미래가 없는 농촌에서 나홀로 낭만적으로 산다는 게 죄의식을 느끼는 심정이다.

얼마 전의 일이다. 귀농한 한 젊은이가. 어두운 얼굴로 나를 찾아왔다. “무슨 일이 있는가 표정이 굳어있어요.”라고 묻자 젊은이는 “예, 제가 고민이 생겼어요.”라며 납덩이를 걸머진 음성이었다.  그것에 내가 무슨 일이냐고 묻자 젊은이는 “제가 닭 몇 마리하고 개를 기르는데 이웃집 변 할머니 아들들이 고향에 와서 잠을 자는데 새벽 5시 닭울음소리가 시끄러워 문제 해결을 해달라는 것인데 이를 어쩌지요?”라고 말하는 것이었다.

순간 난 “개 짖는 것은 괜찮대요?”라고 반문했다. 그 상황이 짐작이 되었기 때문이었다. 그러자 그는 “어찌 아셨어요?”라며 깜짝 놀라는 표정이었다. 그러니 난  싱겁게 웃을 수밖에 없었다.  

어쨌거나 농촌의 노인들은 시골의 닭울음, 개 짖는 소리, 개구리 울음소리, 매미소리, 풀벌레 소리, 새소리가 다 귀에 익은 소리이다. 아니, 음악소리로 알고 살아왔다. 그런데 농촌을 떠난 사람들이 시골 부모님 집에 하루 이틀 유숙하다가 도시로 가면서 그 불만이 이제는 민원으로까지 제기되는 세상이니 참으로 안타깝지 않을 수 없다. 

그러니까 농촌이 이제 풍경원이나 전통유지권이라도 법으로 제정하지 않는 한 이웃간의 살벌한 주먹질 사태가 임박했다고 보는 것이다. 우리의 옛 풍경, 옛정서도 입법해야 할 처지라는 것을. 법은 누구에게나 평등해야 하거늘  남을 규제하고 묶어놓는 비리가 되기에 이 자리에서 함께 생각해보는 것이고. 꼬꼬꼬...! 이 낮닭 울음도 젊은이한테 성가신 소리가 되고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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